고이
고이
평균평점
궐

*본 작품은 고구려 제24대 양원왕 실록을 모티브로 하였습니다.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일부 인물의 이름과 사건은 위키백과 ‘양원왕’ 검색 결과를 참고하였으나, 작품의 내용은 허구이며 실제 역사와 관련이 없음을 밝힙니다. 옆에선 언제나와 같은 고른 숨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고단함 때문인지 백우는 색색 소리를 내며 금세 잠든 모양이었다. 고개 돌린 황제의 눈에 백우의 옆얼굴이 들어왔다. 가지런한 속눈썹과 부드러운 뺨, 빨간 입술이 황제의 눈 속으로 커다랗게 박혀 들어와 어지러울 지경이었다. 황제는 질끈 눈을 감았다. 손 내밀면 닿을 가까운 곳에 아름다운 백우가 있었다. 하지만 닿지 못했다. 닿을 수 없었다. 누군가 억지로 가슴속을 쥐어짜는 듯한 통증이 시작되었다. 황제의 얼굴이 고통으로 잔뜩 일그러졌다. ‘이래서는 내 너를 곁에 둘 수 없는데….’ 순식간에 맺힌 눈물이 눈꺼풀 사이에서 스며 나왔다. 숨 쉴 때마다 눈물이 맺히고 또 흘러내렸다. 황제는 입술을 깨물고 소리를 죽여야 했다. 가득 고여 버린 마음이 자꾸만 입 밖으로 울컥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이것이 무엇인지 너는 아직 모른다. 아니 알아서는 안 된다.’ 다시 눈을 뜬 황제가 눈 속에 백우를 담았다. 그리고 잠든 백우의 옆얼굴을 오래도록 바라보았다. 넘쳐 버린 마음이 속수무책으로 흘러내리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