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남아도는 남자가 가진 건 몸밖에 없는 여자에게 왜 이런 제의를 할 거 같습니까?” 여자의 표정에 작은 균열이 생기자, 남자는 그것이 퍽 마음에 들었다. 한재희가 굴욕감에 몸서리칠 걸 상상하니 더더욱. 증오의 대상. 그러면서도 욕망의 대상인 여자. 그 사실은 분명 유쾌하지만은 않았다. 하지만 그게 여자를 비참하게 만드는 도구가 된다면……. 강준은 그것으로 충분했다. “생각 끝나면, 고객 파일 받으러 와요. 힐 하우스로.” 그래서 여자에게 선택권을 쥐여줬다. 아니, 쥐여주는 척했다. 철저히 계획된 도강준의 계략 위에서, 놀아나 보라고. 그러나…. 그날의 남자는 미처 알지 못했다. “가지 마. 한재희.” 훗날 제가 어떤 후회를 감내하게 될지, “가지 마. 재희야.” 어떤 불안을 안고 감히, 그녀를 바라보게 될지를.
“당신과 채아가 날 기만한 날, 난 내 아이를 잃었어!” 아끼던 동생과 남편의 불륜. 아이를 잃은 여자의 분노는 그들에게 가 닿지 못했다. “나와 아이에게 미안한 감정이 한 줌이라도 남아 있는 사람이라면…. 당신, 나한테 이러면 안 되는 거잖아.” 참고 견디고 숨겨왔던 감정들이 용암처럼 들끓더니, 이내, 처절한 아픔이 되어 툭툭 불거져 나왔다. 한 치의 흐트러짐 없던 윤서하의 삶이 엉망으로 어긋나 갈 때. “난 당신이 좋습니다. 윤서하 씨.” 고꾸라지는 그녀를 받아낸 건 그 남자 이수였다. 그녀 곁에 ‘남편’이라 불리는 남자가 없다는 사실에 비틀린 기쁨을, 참을 수 없는 욕망을 드러내고 만 그가 싱긋 웃었다. “나, 서하 씨한테 대놓고 안달 내는 겁니다. 지금.” 기어이, 서하를 향한 그의 거부할 수 없는 직진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