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누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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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균평점
커튼콜만 기다려

신의 사랑을 한 몸에 몰아서 받은 피조물. 국제적으로 최고의 대접을 받는 저명한 피아니스트. 슈퍼 갑 클라이언트이자, 혼자 기다리게 하면 절대 안 되는 사람. “죄송합니다. 어떻게 된 거냐 하면…….” “됐습니다. 알고 싶지 않아요.” 첫 만남부터 공항 영접 지각이라니, 시작부터 제대로 꼬였다. 그래. 그동안 너무 칭찬만 받고 승승장구했어. 이런 일이 생길 때도 됐지. 그런데 왜 하필 이 타이밍이야? 앞으로 열흘 동안 거북한 분위기에서 일하긴 싫은데. “연주에 집중하실 수 있도록 도와 드리는 것도, 제 일입니다.” 윤휘건인지, 세르게이 윤인지, 선생님인지 아무튼 까칠한 절대 갑님, 연주와 커튼콜만 생각하세요. 이번 투어, 완벽하게 진행해 드리겠습니다. 알고 보면 제가 일을 꽤 잘한답니다!

내 품 안에, 포근하게

“솔직해져 봐요. 우리, 서로한테 끌린 거 맞잖아요.” 어린 시절 겪은 남다른 아픔을 그저 위로해 주고 싶었을 뿐인데.어느새 스며든 단얼이라는 남자. “프리허그 따위로는 안 되겠으니까. 정말로 미안할 짓 좀 할게요.” 마침내 온설에게 위로보다 더 큰 걸 요구하기 시작한다. 이 남자가 <지젤>의 남자주인공인 알브레히트처럼 이기적인 사람은 아니라고 믿지만.따지고 보면 크게 다를 것도 없다고, 온설은 생각했다.결국 이야기의 끝은 지젤만 억울한 비극이다. “나는 이런 기분, 이런 느낌, 정말로 처음인데.” 사랑이란 건, 아름답지만 몹시 위험한 일.그걸 알면서도 온설은 그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좀 더 놀다 가요.” 살면서 전혀 누리지 못했던 포근함을, 그에게서 처음 느꼈으니까.

사랑까진 아니어도

직장에 알리고 싶지 않은 이중생활 중인 채원.한때 스쳤던 남자가 직속 상관이 되더니 자신의 비밀을 지켜 주는 걸 대가로 거래를 제안한다.“그 캐릭터 중에 하나만 나한테 팔지 그래?”“저에게 원하시는 게 구체적으로 뭔지 잘 모르겠습니다.”“간단해. 가짜 결혼.”자신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타인을 활용하는 데 거리낌이 없는 남자.그에게 빠져들지 말아야겠다고 다짐하지만.“제가 도와 드릴 수 있다면 도움이 되고 싶어요.”눈빛 하나, 말 하나, 행동 하나가 모여 전혀 예상치 못한 상황을 만들어 버렸다.지금 내가 무슨 짓을 하는 거지? 이래도 되는 걸까?

봄에 온 사랑

봄이라는 계절이 실감 나는 따스한 날씨가 되면, 나는 기분이 가라앉는다. 10년 동안 계속 그랬다. 삶을 할퀴어 버린 그날이 다가오면 더더욱. 상처를 극복하는 대신 그냥 살았을 뿐이다. 그리고 기왕 사는 것. 내가 좋아했던 친구의 몫까지, 잘 살고 싶었다. 하지만 또다시 찾아온 올해의 봄은 조금 다를지도 모르겠다. 한 달 전, 우리 로펌으로 이직한 권민현 변호사 때문이다. “이제 좀 친해질 때도 된 거 같아서요.” 우아한 미소와 은빛 안경테가 아주 잘 어울리고, 배려심 가득한 매너와 친절이 몸에 배어 있고, 키가 커서 눈높이가 딱 적당하고, 인상이 정말 좋고……. 그러니까, 규정할 수 없는 어떤 것에 갑작스레 휘둘려진 심장이 그를 생각하자 대책 없이 쿵쿵 뛰었다. 이런 적은 난생처음이라 나는 괜히 계절 탓을 하고 만다. 봄이 당신을 데려왔기 때문이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