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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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베르사유

“우리는 때때로 운명을 피하고자 간 길에서 운명을 마주치곤 한다.” 운명? 그렇다면 집안이 망하고 프랑스까지 쫓겨온 것 역시 운명이란 말인가? 수희는 그 무책임한 말을 한껏 비웃었다.  안채의 담장이 세상의 전부였던 열넷의 한양 소녀, 수희.  하루 아침에 역적의 딸로 전락한 그녀는 조선에서 도망친다.  사랑하는 내 고향으로 반드시 돌아오겠노라, 다짐하면서. 우연이 이끄는 대로 흘러온 곳은 태양의 궁전, 베르사유.  웃음, 술, 유희가 넘쳐 흐르는 곳. 그러나 역설적이게도 텅 비어있는 곳. 잠시 스쳐가는 베르사유에 마음을 두지 않겠다.  이방인을 자처하며 떠날 날만 손꼽아 기다리던 수희는,  「……너를 알고 싶다.」 기어이 마주치고야 말았다.  「동방의 진주니 동양 마녀니 그런 거 말고. 너, 조수희에 대해서.」 그 운명이라는 것.  시리도록 푸른 눈을 가진 남자, 샤를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