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 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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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칙하도다

“네가 말을 하지 못하는 건 내관에게 들어 이미 알고 있다. 언제부터 말을 하지 못한 것이냐.” 가희가 종이 한구석에 三(석 삼)자를 그렸다.  “삼 년이라…. 허면 과인이 즉위할 때쯤이었구나.” “…….” “지난 삼 년간 과인을 본 적이 있느냐.” 가희가 없다, 하였다.  “과인이 세자 시절, 널 만나 곁에 두었다 들었다. 맞느냐.” 그렇다, 하였다.  “혹…. 과인을 원망했느냐.” 다른 질문에는 바로 답을 주더니 이번엔 멈칫했다.  가희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져버렸다.  “나를 마주해 보거라.” 가희가 당황한 듯 잠시 눈을 깜빡이더니 이내 눈꺼풀을 들어 올려 그를 보았다.  현은 가희의 눈동자 가득 채워진 제 얼굴을 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네가…. 낯이 익구나.” “…….” “날 원망한 만큼 내 오늘 밤 널 많이 아껴주마.” ---------- 왕세자 현은 제 앞에서도 기죽지 않고 할 말을 다 하는 가희의 발칙한 면모에 반해 그녀를 동궁전으로 들여 제 곁에 두기로 한다.  하루아침에 하녀에서 동궁전 궁관 ‘수칙 김씨’가 된 가희는 궁궐 여인들의 온갖 시기를 받게 되고, 결국 궁궐 암투에 휘말리게 되는데….  <궁녀들의 밥을 짓는 하녀 ‘취반비’에서 정1품 ‘빈’의 자리까지 오른 가희의 궁궐암투극>

별전: 청혜록(靑惠錄)

“반남의 여식이 나타나면 나비도 꽃인 줄 알고 곁을 맴돈다던데….” “어….” “소문이 정녕 사실인가 봅니다. 한겨울에 나비라니.” 처음엔 그저 작은 나뭇잎이 떨어진 줄 알았다.  그런데 나뭇잎이 다시 날아 그녀의 눈앞을 스쳤다.  하얀색, 분명 나비였다. 날이 따듯해져서 나비가 봄인 줄 알고 잠시 깨어난 걸까. 민혜도 처음이었다. 겨울에 나비를 본 건.  게다가 나비는 정확히 민혜의 주변만 맴돌고 있었다. 그가 말한 소문처럼. “그림 때문일 겁니다. 그림이 너무… 진짜 같아서.” “그렇다기엔 나비가 너무 낭자의 주변만 맴도는 것 같은데…. 나비의 눈에도 저 그림 속 꽃보다 낭자가 더 향기롭고 아름답나 봅니다.” 청의 눈엔 그저 민혜가 꽃이었다. 내가 저 나비라면 봄, 여름, 가을, 겨울 한시도 빼놓지 않고 그녀의 곁만 맴돌 텐데. ※위 작품은 <모란꽃의 후궁, 화비>의 별전으로, 부제는 청혜록(靑惠錄)이며 청명군과 민혜의 과거 이야기를 다루고 있습니다.※

모란꽃의 후궁, 화비 (花妃)

“나의 후궁이 되어라.”잘못 들은 것이겠지 싶었다. 그 말을 한 사내가 다름 아닌 조선의 왕세자 이호(李岵)였기 때문이다.“어찌….”“지금은 이 방법밖에 없다.”“저하께 폐를 끼칠 순 없습니다.”“어찌 너만 생각하는 것이냐!”순간 라희의 눈에서 눈물 한 줄기가 투두둑 떨어져 내렸다. 그게 그녀의 진심이었다.호는 그녀의 차가운 두 뺨을 조심스레 감싸 쥐었다.“이는 동무로서의 부탁이 아니다.”“…….”“훗날, 이 나라 조선의 왕이 될 과인의 어명이다.”어명(御命).“…저하.”“내 말을 거역할 셈이냐!”------------------------호는 왕세자로 태어나 단 하루도 목숨을 위협받지 않은 날이 없었다. 기댈 동료도 마음 둘 곳도 없던 그의 눈앞에 어느 날 한 여인이 나타났다. 라희, 그 아이만 보면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반면, 오라비를 찾기 위해 궐에 들어온 라희는 호를 만난 이후, 자연스레 궁궐의 온갖 권모술수에 휘말리게 되는데…. 침방나인에서 정1품 ‘빈’의 자리까지 오른 라희의 궁궐암투극.

발칙하도다 외전

“네가 말을 하지 못하는 건 내관에게 들어 이미 알고 있다. 언제부터 말을 하지 못한 것이냐.”가희가 종이 한구석에 三(석 삼)자를 그렸다. “삼 년이라…. 허면 과인이 즉위할 때쯤이었구나.”“…….”“지난 삼 년간 과인을 본 적이 있느냐.”가희가 없다, 하였다. “과인이 세자 시절, 널 만나 곁에 두었다 들었다. 맞느냐.”그렇다, 하였다. “혹…. 과인을 원망했느냐.”다른 질문에는 바로 답을 주더니 이번엔 멈칫했다. 가희는 순간 머릿속이 하얘져버렸다. “나를 마주해 보거라.”가희가 당황한 듯 잠시 눈을 깜빡이더니 이내 눈꺼풀을 들어 올려 그를 보았다. 현은 가희의 눈동자 가득 채워진 제 얼굴을 보며 나지막이 말했다. “네가…. 낯이 익구나.”“…….”“날 원망한 만큼 내 오늘 밤 널 많이 아껴주마.”----------왕세자 현은 제 앞에서도 기죽지 않고 할 말을 다 하는 가희의 발칙한 면모에 반해 그녀를 동궁전으로 들여 제 곁에 두기로 한다. 하루아침에 하녀에서 동궁전 궁관 ‘수칙 김씨’가 된 가희는 궁궐 여인들의 온갖 시기를 받게 되고, 결국 궁궐 암투에 휘말리게 되는데…. <궁녀들의 밥을 짓는 하녀 ‘취반비’에서 정1품 ‘빈’의 자리까지 오른 가희의 궁궐암투극>