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 전문 변호사 이연. 경제적으로 풍족한 어린 시절을 보내서일까. 이기적이고 냉철한 성격의 이연은 사랑과 결혼에 대해 회의적이다. 평소와 다를 바 없는 하루, 이연은 점심을 먹기 위해 매일같이 들르는 백반집에 간다. 그곳에서 보게 된 의문의 한 여자. 할머니 홀로 운영하던 백반집의 새로운 직원, 지혜였다. 이연은 그녀에게 알 수 없는 호감을 느끼고, 지혜를 알아가고자 결심한다. 그 과정에서 지혜의 참담한 가정폭력의 상황을 알게 되고, 도움을 주고자 하는데……. . . “…저 고맙습니다….” 지혜는 이연의 말끝에 조심스럽게 눈을 맞추며 말했다. 그녀의 말은 마치 닫혀있던 빗장 너머를 잠시 살펴본 것 같아서, 이연은 자신도 모르게 여자의 별 것 아닌 말을 속으로 끝없이 굴렸다. “저 성함이 지혜라고 들었어요, 저 지혜 씨라고 불러도 될까요?” 이연은 고맙다는 말에 대한 대답으로 적절하지 못한 질문이라는 것을 알고 있었지만, 더는 그녀를 이 여자, 저 여자, 저 사람으로 부르고 싶지 않았다. 이연에게 이 질문은 고맙다는 당신의 말이, 자신에 대해서 조금 마음의 문을 열었는지 되묻는 것이기도 했다. “네.” 여자는 짧게 대답했다. “변호사님은 성함이 어떻게 되세요? 아… 그 변호사님이라고 불러드리려고 하는데, 성을 몰라서요… 제가 이름을 부르겠다는 것은 아니고요….” 지혜는 짧은 대답과 함께 잠시 뒤 용기를 내어 이름을 물어왔는데, 혹시라도 타인의 심기를 건드릴까 횡설수설했다. 이연은 그런 지혜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이불 밖으로 삐져나온 지혜의 손을 꼭 잡았다. 그러자 지혜는 하던 말을 멈추고는 다시금 깜짝 놀라서 이연을 바라봤다. 이연은 손을 놓지 않은 채로, 깜짝 놀라서 커진 눈으로 자신을 바라보는 것이 기회인 듯 지혜와 눈을 똑바로 맞췄다. “이연이라고 불러요, 그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