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실리아는 드미트리가 만든 신데렐라였다. ‘평민이 트레메인 공작과 결혼하다니.’ 그들에게 닥쳐올 불행을 짐작하면서도 사랑을 택했다. 하지만, 그들의 사랑은 짧고 고통은 길었으니. 드미트리가 임신한 세실리아를 두고 선박사고로 실종된 것이다. “아가, 엄마가 지켜 줄게.” 세실리아가 힘겹게 가문을 지키고 아기를 지킨 지 5년. 드미트리인 게 분명한 남자가 돌아왔다. 기억을 전부 잃어버린 채로 약혼녀라는 여자와 함께! 세 사람을 집어삼킨 운명의 파도는 계속 몰아치고 있었다. 그들은 정말로 어쩔 수 없었다. 사랑은 누군가 억지로 재단할 수 있는 게 아니었기에. 그들을 휩쓴 운명은 지독하기만 했다.
“이혼해.” 내 통보에 남편 놈이 눈살을 찌푸렸다. “말도 안 되는 소리 하지 마, 루이엘라. 우린 더 이상 어린애가 아니야.” 어린애가 아니니까 이혼하자는 거잖아. 우리는 8년 동안 한 번도 잠자리를 가진 적이 없었다. 그래서 나는 결론을 내렸다. 내 남편은 고자 아니면 게이라고. *** 이혼을 통보한 그날, 나는 8살로 회귀했다. 나는 원수 같은 전남편과는 남보다도 못한 친구 사이로 남기로 결심했다. 전남편 때문에 생긴 욕구불만도 다른 놈과 어찌어찌 채우기도 하고. 그래서 적당한 놈을 골랐다. “제럴드. 나 연애하려고.” “뭐?” “드보어 가문의 카를로가 괜찮은 것 같아. 그 정도면 적당히 잘생기고 적당히 바르고 적당히 착하잖아.” “이상한 소리를 하는군.” “뭐?” “루이엘라, 질투 유발이라면 거기까지만 해.” 무슨 X소리야. 진심인데. “진심이라고 말하면 정말로 화낼 거야.” ……미친놈이 독심술도 하나. 얘 왜 이래? [소꿉친구. 회귀물. 여주무심. 남주짝사랑. 후회남. 쌍방오해. 관계역전. 힐링물. 계략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