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은도
차은도
평균평점 3.40
나를 버린 가족에게 돌아가지 않습니다
3.4 (5)

레티샤는 어딜 가든 동생들과 비교 대상이었다.  슬프게도 그건 너무나 당연했다.  둘째 여동생 디아나처럼 예쁜 것도 아니었고,  셋째 남동생 에밀처럼 똑똑한 것도 아니었고,  넷째 남동생 자비에처럼 검을 잘 쓰는 것도 아니었고,  막내 여동생 아이린처럼 마법에 재능 있는 것도 아니었기에.  하지만 레티샤는 단 한 번도 동생들을 질투하거나 시기한 적 없었다.  오히려 자랑스럽게 여겼다.  그래서 정작 가족들은 저를 수치스러워한다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  가족들에게 버림받는 순간까지도.

알고 보니 기만이었다

“은인은 잊어도 원수는 안 잊어.” 연이은 전쟁의 패배로 미친 황제에게 속아 가문의 몰락과 함께 악마의 제물로 바쳐진 리베리아. 가까스로 도망쳐 반역자라는 오명까지 뒤집어쓴 채 복수를 결심한다. 십 년, 자그마치 십 년이었다. 모두 자신이 죽었다고 생각했다. 자신의 하인이었던 발하르트가 황제의 개가 되어 저를 찾기 전까진. “10년 전쯤인가? 기억을 잃었어.” “그럼……. 저도 기억 안 나십니까?” 애틋한 눈을 하고선 묻는 발하르트를 본 순간, 그녀는 결심했다. 기꺼이 그를 이용하기로. *** “저를 속인 겁니까?” 지금이라도 아니라고 대답한다면 속아 줄 의향이 느껴지는 눈빛이었다. 이미 속았으면서 또 속아 주겠다는 저 미련함에 리베리아는 실소를 흘렸다. “다 알면서 뭘 물어?” “나를 사랑한다고 했잖습니까.” 천천히 부서져 내리는 붉은 눈동자를 느긋하게 감상하며 리베리아는 보란 듯이 웃어 보였다. “속은 네가 멍청한 거지.” 처음부터 끝까지 모든 게 기만이었다. 아니, 기만이어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