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n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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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군이 된 남편과 혼인합니다

다른 이의 것은 통 구분 아니 되던 발소리를, 유독 그대의 것만은 곧잘 맞추곤 했었소 발소리가 저 너머에서 조금씩 가까워지면, 그때부터 이미 나는 저절로 웃음이 나곤 했더랬지 . . 죽으면 남편과 함께 있을 수 있는 줄 알았는데, 환생을 해버렸다. 부족한 것 없는 후작 가문의 고명딸이란다. 보고 싶었던 남편은 볼 수 없어서 슬펐지만, 그래도 새로운 삶 부여받았으니 흘러가는 대로 소소하고 평화롭게 살아가려 했다. 그런데, 제 형제자매를 모조리 죽이고 제위에 올라 지금까지 전쟁을 일으켰던 폭군이 우리 가문에 마수를 뻗기 시작하면서, 나는 가문을 지키기 위해 다시 황궁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혹시 들어간 다음 날 누명을 쓴다거나 독이 든 잔을 선물로 받는다거나…… 그런 건 아니겠지? - 보폭이 일정한 걸음이 이쪽을 향해 다가왔다. 그 단정한 걸음에, 문득 옛 기억이 떠올랐다. 나는 천천히 눈을 깜박이며 흐릿하게 미소 지었다. 그의 발걸음도 이 소리와 참 비슷했다. 그는 항상 나를 놀래려 했었다. 하지만 항상 보폭 일정한 그의 발소리는 집무를 보는 와중에도 늘 생생하게 들렸더랬다. 지금처럼 점점 가까워지는 발소리를 느낄 때면, 도저히 입술을 비집고 새어나오는 웃음을 감출 수가 없어서― 발걸음이 멎었다. 덩달아 입가에 스몄던 웃음도 멎었다. 그는, 이곳에 없었다. 있는 이라고는, 가문을 위해서 알현하는 황제라는 남자가 있을 뿐. 얼굴 위로 웃음 가면을 씌운 채,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황제를 마주했다. ―그리고 숨을 멈췄다. “그대가 레위시아 로단테 아이데라인가.” 잊을 리가 없었다. 잊을 수가 없었다. 죽어서도 잊지 못한, 그리운 나의 남편. ―백하 효란.

구박데기 영애의 반격을 조심하세요

친구가 설정만 짜 둔 소설 속, 가문에서 구박받는 영애로 빙의했다.다행히 세세한 설정 덕분에, 나는 작가의 친구라는 이점을 톡톡히 누리면서 가문 몰래 억만장자로 잘 먹고 잘 살 길을 마련해놨다.이제 성인이 될 때까지 2년간 구박만 잘 버티면 되는데…….그러던 어느 날, 아이들한테 괴롭힘당하던 조그마한 실뱀을 주웠다.“너, 지금 나 위로하는 거야?”나를 위로한답시고 제 머리로 내 손가락을 쓰다듬는 이 실뱀을, 나는 ‘샤샤’라 이름 붙이고 소중하게 키우기로 했다.*이곳에서 처음으로 마음을 주었던 내 샤샤를, 가문 사람들이 죽였다.성인이 되면 그냥 조용히 가문을 떠나려던 내 계획은, 샤샤가 죽는 순간 산산이 부서졌다.“그동안 소심한 연기만 해와서 내가 만만한 모양인데……. 당신들은 내 샤샤만큼은 건들지 말았어야 했어.”성인이 되기까지는 2년. 나는 그 긴 세월을 기다리고만 있을 생각이 없었다.나는 돈으로 가문을 조종하여 괴물 대공에게 청혼을 넣었다. 성인이 되기 전이더라도, 결혼식을 올리면 가문으로부터 완벽히 독립할 수 있었으니까.그렇게 나는 오직 가문에 복수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베일에 가려진 대공과 결혼했다.그런데…….“부인님께선 뺨을 비벼드리면 기분이 나아지시지 않습니까.”왠지, 내 남편이 된 이 남자에게서 내 뱀의 모습이 겹쳐 보인다……?*본 작품에 등장하는 종교 및 지명과 인명은 모두 허구입니다.

어린 흑막을 다시 길들여 버리면

집 앞에 쓰러져 있던 아이를 주웠다.그런데 왠지 이 아이,과거 읽었던 판타지 소설 속 흑막과 닮은 것 같기도…….‘아냐, 그럴 리 없어.’흑막은 성인이었고, 지금쯤이면 수도에 있을 터였다.나는 찝찝한 기분을 애써 떨쳐 버리고 아이를 성심성의껏 돌봐 주었다.그러던 어느 날 밤.아이가 무서운 꿈을 꿨다며 베개를 들고 찾아왔다.“에인라를 보면 괜찮아질 것 같아서, 그래서…….”“그럼, 내가 너 재워 줄까?”안타까운 마음에 덜컥 제안했는데,어쩐지 돌아오는 말이 의미심장했다.“……에인라가 먼저 나 재워 주겠다고 한 거예요.”“그러니까 후회하셔도 소용없어요.”그땐 그냥 기분 탓이라고 치부하고 넘겼는데.“잘 잤어요, 에인라?”눈떠 보니 아이는 어디 가고,왜 다 큰 남정네가 있는 걸……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