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코 패스 대공에게 납치당했다. 그것도 초면에 다짜고짜 결혼하자는 제대로 미친 남자에게. “당신에게서 좋은 향이나.” “먹고 싶게.” 사람을 당황하게 하는 건 물론, “침대로 갈까?” “난 좋은데, 당신은?” 때때론 도를 넘어선 농담까지. 그에게 벗어나기 위해 창문도 넘어보고 개구멍으로 탈출도 해봤다. 하지만 돌아오는 건, “다시.” “제발. 이러지마….” “다시.” “카루스….” 집착을 넘어선 탐욕과 광기. 시간이 지날수록 목을 죄는 그의 손아귀에 어김없이 갇혀버린다. “내게 영원을 맹세해.” 이곳은 새하얀 지옥이다. 순수해 보이지만 그 속은 까맣게 물들어있는 새하얀 지옥. 벗어나고 싶지만 벗어날 수 없는 잔인한 새장.
“내가 꼭 너를 데리러 올게. 꼭 기다려야 해. 알았지?” 저주로 고통 받던 나날들이었다. 멸시 어린 눈빛과 나를 보며 수군 대는 사람들. 죽고 싶다는 생각에 사로잡힌 그 날, 한 고양이를 만났다. “널 카이라고 불러도 될까?” “야옹.” 그리고 그 고양이의 정체는, 전쟁을 즐긴다고 소문난 괴물 공작이었다. 새카만 머리카락에 샛노란 눈동자의. “하나도 예쁘지 않은 구석이 없어.” “…….” “이 머리카락도, 부드러운 볼도 그리고 탐스러운 입술도.” 하지만 어째서인지 아끼는 연인이라도 된 듯 너무나 잘해준다. 꼭 나를 사랑이라도 하는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