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탐미
안탐미
평균평점 4.05
다정한 집착남이 찾아왔다

끔찍한 트라우마로 인해 감정을 잃은 플로라. 그런 플로라를 곁에서 끊임없이 지켜준 힐라리오. 그리고 그 둘 덕분에 살기로 결심한 블레이크. 하지만 한 기점으로 즐거울 것만 같았던 어린 시절의 평화가 깨져버리고 만다. 서로 원치 않게 헤어진 후 블레이크와 플로라는 시간이 흐른 뒤 다시 만나게 되는데. 어느새 완연한 남성이 된 블레이크는 플로라의 허리에 팔을 두르고 훅 끌어당겼다. 청량한 향기와 옅은 풀향이 후각을 자극했다. 배와 배가 맞닿은 곳에 남자의 촘촘히 짜인 단단한 근육이 느껴졌다. 플로라의 말랑하고 부드러운 살, 살에 스며든 옅은 꽃향기에 머리가 아찔해져 왔다. 느른하게 뜬 눈, 퇴폐적이기까지 한 그 관능적인 남성은 플로라의 눈가에 입술을 지분거렸다. 가만히 기도하듯 그녀의 이마에 입술을 내리누른 그가 낮게 속삭였다. “진짜 플로라.” “응.” “가짜가 아닌, 진짜 플로라.” 그가 입매를 길게 늘어뜨리며 짙게 미소지었다. “드디어 찾았다.” 블레이크의 루비색 눈동자가 그녀의 모든 것을 집어삼킬 듯 진한 독점욕과 소유욕으로 번들거렸다. *** 플로라가 잊고 있었던 끔찍한 트라우마를 기억해낸 순간, 그녀는 블레이크와 힐라리오를 바라보며 가녀리게 떨리는 손을 내밀며 간절히 호소했다. 마음 속 꽁꽁 감춰둔 그 한마디. 플로라는 힐라리오와 블레이크에게 기대고 싶었다. “나 좀 이 지옥에서 꺼내주라.” “…….” “날 살게 해줘.” 떨리는 플로라의 음성은 이내 울음으로 젖어 눈물을 펑펑 쏟아내기 시작했다. 울고 싶어도 나오지 않던 눈물이 힐라리오와 블레이크를 본 것만으로도 펑펑 쏟아지기 시작했다. “너희는…….” 입가에서 피가 주르륵 새어 나오는 와중에도, 그날 이후로 흘린 적 없던 플로라의 눈에서 투명한 눈물이 흘렀다. “내 빛이잖아.” 과연 플로라와 힐라리오, 블레이크는 우정과 사랑 모두를 지키며 살아갈 수 있을까.

집착광공의 친누나입니다
4.05 (10)

이번 생엔 금수저로 태어나 앞날이 환하게 펼쳐질 줄 알았다.사실은 내가 환생한 곳이 친구가 쓴 미래 따위 없는 19금 피폐 BL 소설 속이란 것을 몰랐다면 말이다.거기다 하필이면 난 병약수인 프레이를 구하다 끔살 엔딩을 맞이하는 집착광공 리산드로의 쌍둥이 누나가 아니었다면, 아무것도 모른 채 행복에 젖어있었을 텐데…….***“누나.”짐가방을 들고 있던 내가 움찔하며 뒤를 돌아봤다. 신비로울 정도로 아름다운 프레이가 빙그레 미소지으며 성큼 내 앞으로 다가왔다.훤칠한 키와 다부진 몸에 내 몸은 금세 가려졌다.“어디 가나 봐요?”“응.”“어디요?”묻지 마라.라고 단호하게 얘기하고 싶었지만 난 그저 슬그머니 미소만 지었다. 그런 날 빤히 바라보던 프레이가 내 짐가방을 잡았다.놀라서 짐가방을 놓지 않고 꽉 잡자 시원할 정도로 맑은 웃음소리가 들렸다.“들어드릴게요.”“아니, 괜찮아.”“왜요? 아, 도망가는데 내가 방해하는 건가?”손가락 끝이 움찔했다. 줄곧 날 바라보던 프레이의 미소가 이상하게 위험했다. 금빛 눈동자엔 서늘한 이채가 반짝였다.“모를 줄 알았어요?”그의 커다란 손이 짐가방을 꽉 잡은 내 손을 감쌌다.“나랑 그 개자식을 피해서 도망가는 걸 말이야.”산뜻한 얼굴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험악한 말이 튀어나왔다.“곤란해, 유니. 내 앞에서 사라지면.”얌전하고 병약한 그가 갑자기 집착남이 되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