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부의 도살자’라는 살벌한 별명을 가진 북부의 냉혈남 프란시아. 그는 그레이엄 후작의 부탁을 받아, 그의 손녀이자 귀족 사회에서 신비주의로 소문난 릴리를 신부로 맞이한다. 그런데 이 여자, 겨우 프란시아의 가슴에 닿을 만큼 작은 데다가 “혹시, 결혼이 무엇인지 아십니까?” “응, 결혼이란 건요, 같이 가족이 돼서요, 만날 손을 잡고, 만날 마주 보고 웃는 거예요!” 세상 물정은 아나 싶을 정도로 너무 순진하고 해맑다. 살면서 이런 생명체는 처음 본 프란시아는 난감하기도 한 한편, 그녀를 볼수록 꿈틀거리는 낯선 감정에 혼란스러워하다 깨닫는다. “내 아내가 무척 귀엽다……!” 귀여우면 좀 물고 빨고 핥아도 되건만. 자신의 힘과 큰 몸, 그리고 주변 환경으로 인해 그녀가 다칠까 걱정되었던 프란시아는 고민 끝에 결정한다. ‘이혼하자.’
<안젤리카의 고민>이란 책에서 악녀로 등장하는 이젤 후작가의 블렛으로 빙의됐다. 그런데 사실 나에게는 숨겨진 비밀이 있다. 원래 난 진짜 블렛 이젤이다. 열두 살 때 알 수 없는 이유로 김지안에게 빙의되어 9년 동안 지안으로 살다가 이번에 다시 블렛으로 돌아온 것이다. “내 빙의, 편도가 아니라 왕복이었냐!” 원치 않은 왕복 빙의만으로도 짜증 나 죽겠는데, 현재 블렛의 상황은 엉망진창이다. 그렇게 난 블렛을 학대한 지롤 백작 에드바르드와 사기꾼 집사 게롤드를 이젤 후작가에서 치우고 날 사랑으로 보살펴 준 지희 언니에게 돌아갈 방법을 찾으려고 하는데……. “블렛! 왜 그렇게 웃기게 생겼어요? 진짜 재미있어!” 오드아니 제국에 하나밖에 없는 공작이자 황제의 유일한 대항마라는 배경을 가졌으면서도 유독 <안젤리카의 고민>에서는 존재감 없었던 조연 중의 조연, 나델이 그야말로 미친놈처럼 나를 따라다닌다. 심지어 블렛에게 차갑기 그지없었던 남자 주인공 레이지도 변한 나에게 관심을 보인다. “젠장……!” 결국 변해 버린 악녀에게 남자가 꼬이는 빙의물 클리셰는 피할 수 없는 것인가?! 어쨌든 나는 그 어떤 유혹과 고난이 찾아와도 반드시 이겨 내고 언니의 품으로 돌아갈 것이다. 반드시!
“넌 내가 샀어. 내 것이고, 난 이제 내 것을 딴 자식들한테 안 뺏겨, 절대로.” 피폐물 소설 속 집착 남주이자, 복수만을 위해 사는 젠 베이커. 데보라는 어떻게든 원작을 피하고 싶었지만 하녀 면접에서 그와 마주하게 되고. “그럼 일단 첫 번째. 10년 전, 왜 헤더 가문을 그만두고 떠났습니까?” 젠은 자꾸만 면접과 상관없는 질문을 던진다. “지금 내 앞에 남편 변호를 하는 겁니까.” “죽은 사람은 스스로를 변호할 수 없는 법이니까요.” 데보라가 결혼했다는 말에 젠은 당황과 분노를 표하다가도 미망인이 되었다는 이야기에 알 수 없는 시선을 보내오는데. “당신은 호텔로 돌아갈 수 없습니다. 기차를 타는 일도 없을 것이고요.” 고용을 거절하려는 데보라와 어떻게든 그녀를 곁에 두려는 젠. 결국 베이커가에서 일하게 된 데보라는 여주 디아의 불행이라도 막아 보자 한다. 그런데 천하의 나쁜 놈일 젠 베이커가 자꾸 원작과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유감스럽게도 난 말로만 사과하는 법을 몰라서.” “걱정되는 걸 어떻게 막겠습니까?” “눈을 좋아했습니까?” 그가 좋은 사람인 것 같아서 혼란스러운 데보라. 심지어 그에게서 10년 전에 만났던 소년의 모습이 어른거리고. 데보라의 가슴이 술렁이기 시작한다. 이런 감정, 알고 싶지 않은데.
로로아 제국 동부 시골, 최고의 귀염둥이 피아니 리베.썸남 델리스를 만나러 나갔다가 그만 괴한에게 습격당했다.눈을 떠보니…… 엥? 갑자기 인형이 되어버렸잖아. 그것도 아주 하찮게 생긴 솜인형이!이것만으로도 서러운데, 델리스가 애초에 목적을 갖고 접근했고 심지어 딴 여자까지 있었다고요?배신감과 막막함에 눈물이 쏟아지는데 인형이라 펑펑 울지도 못한다.우여곡절 끝에 인형 장사의 가판대에 오른 피아니. 그런데 온갖 악소문을 몰고 다니는 헤스피아 대공 각하께서 피아니를 구매(?)했다.“내가 줄곧 찾던 아이, 드디어 찾았다.”[날 찾고 있었다고요? 저희 오늘 처음 봤는데요?!]*“생일 카페인가 뭔가 할 건데 도와.”“대공님 생일 카페요?”“미쳤어? 우리 말랑콩떡이 생일 카페를 연다고.”[뭐요?!]숨 쉴 때마다 주접을 떨고, 심지어 피아니의 ‘생카’까지 열며 덕질을 하는 크리스.피아니는 평화로움 속에서 생각하고 만다.인형의 삶, 나쁘지 않을지도…….‘그런데 내가 대공님이 잃어버린 인형이 아니란 걸 알게 되면 분명 나는……!’과연 피아니는 솜 터져 죽는 엔딩을 피해 인간으로 돌아와 배신자를 처단할 수 있을까?
“우리가 뭐가 잘못됐냐고……. 시작이 잘못됐잖아.” 첫사랑의 청혼에 달콤한 꿈을 꾸던 것도 잠시. 5년간의 결혼 생활은 해리엇을 현실로 이끌었다. “유진. 이제 그만하자.” 이 결혼은 성사돼서는 안 되었다. 왜냐하면 유진의 마음속엔 줄곧 다른 사람이 있었으니까. 그리고 이 결혼은 아버지가 유진 대신 전쟁터로 떠난 값을 치른 것에 불과하니까. * 이혼 후 텅 빈 마음을 추스르려 목적 없이 기차를 탄 해리엇. 유명 연재소설 <데이스>의 배경지인 ‘에달’에서 깜깜한 저택에 숨어 지내는 까칠한 남자, 리처드와 만나는데. “당신과 헤어지기 싫고, 당신 없이는, 못 살 것 같은 건…… 내가 당신을 사랑하기 때문이야.” 저돌적으로 고백해 오는 그의 행동에 단단히 걸어 닫은 해리엇의 마음 또한 속절없이 흔들렸다.
갑작스러운 아버지의 죽음 이후, 가문을 빼앗기고 친구와 약혼자에게 버림받은 마샤. 설상가상으로 납치까지 당했지만, 기적처럼 살아남았다. 숲속 작고 허름한 집에서 홀로 살아가던 마샤는 죽어 가는 클라우디오를 발견하여 그를 치료해 준다. “혹시 의사인가?” “의사는 아니에요. 다만, 약간의 의학적 지식이 있어서.” “뭐? 그럼 당신은 나를 살려 준 게 아니라 죽일 뻔한 거군.” “네. 그런데 당신이 끈질기게 견뎌 주시더라고요. 덕분에 제가 살인자가 안 됐어요.” 놀리는 건지, 빈정거리는 건지 모를 말에 마샤가 눈매를 좁히며 날카롭게 쏘아 댔다. ‘정말 한마디를 안 지는군.’ 그런 마샤의 태도가 클라우디오의 흥미를 끌었다. 처음엔 그저 재미있고, 나중에는 신경 쓰이더니, 이윽고 눈에 보이지 않으면 불안해지기 시작했다. ‘내가 너를 이토록 신경 쓰는 이유가 도대체 뭐지?’ 결국 그는 인정해야만 했다. 이 작은 여자가 그의 세상 전부가 되었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