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모면 외모, 학문이면 학문, 무예면 무예. 이제껏 여인에게 한 번도 마음을 준 적이 없다고 소문이 자자한 ‘수현’선대왕의 유일한 공주인 ‘소혜’는 기방 한 번 드나든 적 없다는 난공불락 같은 그를 함락시키기 위해 온갖 유혹의 기술을 동원하게 되는데...“무슨 책을 찾으시오?”“왜. 그런 것 있지 않소? 조금 은밀한 그런 것…….”“은밀한 것……?”소혜는 주위를 살피고 목소리를 낮춰 속삭였다. “남녀가 연애하는 내용 말이오.”“아…… 진즉에 그리 말할 것이지. 어떤 종류를 원하시오?”“종류도 있소?”“당연한 것 아니요? 취향 별로 다 마련되어 있소.”“그…… 여인이 치명적이라 사내를 유혹하는 내용이면 좋겠소.”세책점 주인은 잠시 고민하더니 책 한 권 집어 그녀에게 내밀었다.“이 책이라면 마음에 드실 거요.”“치명적이오?”“아주 치명적이오. 특히 마지막에는…….”여기까지 말한 세책점 영감은 갑자기 아까까지의 무신경한 태도를 버리고 눈을 빛냈다.“깜짝 놀랄 만한 것이 들어 있소. 그대로만 하면 사내란 사내는 전부 넘어갈 것이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