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투아투 국왕의 사생아로 태어난 아이린 그녀는 날 때부터 궁에서 버려져 이모에게 학대를 받으며 유년 시절을 보냈다. 그런 이모에게서 도망쳐 자유를 찾으려 했지만, ‘왕위 계승 서열 3번째인 아이린이 낳은 아이가 스투아투의 왕위를 잇는다!’ 자신이 버린 사생아로부터 차기 지도자를 받아내려는 국왕의 계략에 신변이 위험해진다. 남자들은 아이린을 차지해 후대 국왕의 아버지가 되고자 하지만 아이린은 자신을 한 여자로서 사랑해주고 지켜줄 남자를 찾아 도망친다. 그러던 중 보르나데의 자작나무 숲에서 북부의 공작, 카딘 르미네를 만났다. 아이린은 그가 자신의 운명임을 직감한다. ‘저 사람이다. 나를 구해줄 남자. 저 사람에게 매달려야 한다.’ 카딘도 똑같은 짐승일 거라고 생각했던 아이린. 갖가지 방법으로 유혹하지만 눈 하나 깜짝하지 않는 카딘에겐 남모를 비밀이 있었는데…….
기억을 지웠더니 전남편의 노예가 되었다. 하퍼에게 기억을 지운 이유는 중요하지 않지만 전남편인 세버라이드 공작의 생각은 달랐다. “날 속일 생각 하지 마.” 하퍼는 무슨 영문인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인형처럼 맑고 투명한 눈을 깜빡거렸다. “기억을 지우는 약? 내게 접근하는 방법도 가지가지군. 블래어가 꼬드긴 건가?” “브, 블래어라니요? 저는 그런 사람 몰라요.” “왜 몰라, 잘 어울렸으면서.” “정말 몰라요, 기억이 나지 않아요.” “나도 기억이 안 난다고 할 텐가?” 하퍼는 고개를 끄덕거렸다. 그녀는 세버라이드가 얼굴을 훅 들이밀어도 처음 보는 사람처럼 겁을 먹었다. “이런 장난을 칠 사람은 블래어밖에 없어. 넌 어렸을 때도 블래어에게 칭얼거렸잖아?” “제, 제가요?” “넌 블래어의 마음을 이용했어.” “아, 아니에요. 전 블래어라는 분이 누군지도 몰라요.” 하퍼는 자신의 결백을 주장했지만 빈축만 샀다. “블래어의 호기심과 장난기를 이용하려면 기억을 지우는 약만큼 좋은 것도 없었을 거야. 안 그래도 네 일이라면 두 발 벗고 나섰으니까 손 쉽게 속일 수 있었겠지. 블래어는 일부러 속아 주는 척하며 날 궁지에 몰아넣을 생각만 했을 거야. 그게 블래어의 낙이거든. 동생을 놀리는 것.” “아니에요, 전 공작님을 속이려고 약을 먹은 게 아니에요.” “그럼 왜 먹었지?” “괴로워서 먹었다고 했어요. 그것 말고는 몰라요.” “연극하지 마, 하퍼.” 하퍼는 정말 세버라이드가 의심한 대로 연극을 하는 걸까?
“네게 기쁨을 가르쳐 주지.” 오늘, 토야국이 망했다. 하루아침에 나라를 잃은 백성들이 땅을 치며 우는 소리에 승전가가 기괴하게 변했다. 그리고 녕아의 앞에 나타난 한 마리의 짐승. “정혼자를 살리고 싶으면 그 마음에서 베어내.” 무진은 녕아의 귀에 대고 속삭였다. 붉게 변한 눈가를 적셨던 눈물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어느새 뺨을 흠뻑 적신 눈물은 턱에서 흘러 가슴에 얼룩을 만들었다. “폐, 폐하…….” “짐을 길들여 보아. 그대만 따를 테니까.” 녕아가 구했던 사내는 그녀를 얻기 위해 조국을 떠나 침략자가 되어 돌아왔다. 나라와 그녀를 제 것으로 만들기 위하여. “미쳤어.” “그래, 짐은 미쳤고 원하는 건 어떤 방법으로든 얻어. 너라면 그게 시체라도 끌어안을 거다.” 은혜를 모르는 짐승이 내 나라와 연인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구나. 이 원수를 어떻게 갚을까. 녕아는 흐느껴 울었다. 한 손에 날카로운 단검, 봉황잠을 그러쥔 채로.
고등학교 시절 갑작스러운 뺑소니 사고로 어머니를 잃었고, 그런 어머니를 죽인 범인을 쫓는 것이 아닌, 청장 자리를 좇았던 아버지마저 장례식장에서 잃었다. “무엇이든 하겠습니다.” 아빠의 흐느낌이 곡소리로 변할 즈음 허공중에 퍼진 담배 연기에 남자의 목소리가 스몄다. “청장, 해요. 그럼.” 아버지에게 분노한 양희의 눈에 들어온 건, 아버지를 무릎 꿇린 검은색 슈트를 입은 젊디젊은 남자. 담배를 입에 문 남자의 분위기는 누와르의 한 장면처럼 삭막하고 비밀스러웠다. 그리고, 죽이고 싶었다. “우리 엄마 죽인 게 당신이죠!” “그만 짖고 아빠한테 가.” 뱀처럼 슥 밀고 들어온 머리가 얼굴 가까이서 멈추었다. 멀겋게 뜬 눈으로 먹잇감의 상태를 살피기 시작한 뱀눈이 실처럼 가늘어졌다. 잡아먹을 시기를 가늠하는 것처럼 음침했다. 양희는 긴장했다. 숨이 턱에 걸려 내쉬어지지 않았다. 진땀이 얼굴을 덮을 만큼 겁먹은 모습에 남자가 배시시 웃었다. 분명 아름다운 미소였다. 하지만 소름이 돋을 만큼 불순하고 위험했다. 코끝을 스치는 체취만큼. 모든 걸 잃은 그녀에게 남은 건, 자신의 가족을 파탄 낸 뺑소니범을 잡는 일. 그렇게 양희는 경찰이 되었다. “안녕하세요, 채주언 이사님. 저 연양희예요. 기억하시죠?” “그 눈깔은 여전하네.” 그리고 지금. 양희는 여전히 소름끼치도록 강하고 냉혹한 남자 주언이 가진 모든 의문과 비밀을 캐내고자 한다. 그의 별장에서 일어난 살인사건. 약혼녀이자 교통사고를 낸 강하나, 그와 모종의 거래를 하고 있는 아버지. 그리고 복수를 꿈꾸던 그에게 자꾸만 사로잡히는 자신의 시선. 모든 중심엔 위험한 독재자인 그가 있다!
“내가 헤어지자고 하기 전까진 끝난 거 아니야.” 그녀의 인생을 송두리째 뒤흔든 남자와의 재회 후 들은 첫 말이었다. 그 남자, 정이헌은 바람이 유독 날카롭던 계절에 나타났다. 순식간에 재정이 어려운 발레단을 정리하고, 혜음에게 깊은 호기심을 보였다. “발레단이 발칵 뒤집혔어요, 어떤 상태인지 궁금하지 않으세요?” “내 관심은 혜음 씨 한정입니다. 발레단이 지금 당장 주저앉는다고 해도 흥미를 보이지 않을 겁니다.” “할아버지의 발레단이었잖아요.” “내가 할머니 편이거든.” 위험한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였지만, 속절없이 사랑에 빠졌다. 짧은 순간, 이 사람이라면 평생을 함께해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을 만큼. “연혜음, 넌 내 전부야.” 하지만 이헌과 혜음 사이에는 걸림돌이 많았다. 혜음은 그 걸림돌을 넘지 못하고, 두 번이나 그를 외면했다. “자꾸 도망치려고 하지 마.” 정이헌은 도망이라고 말했지만, 그건 틀린 말이었다. 도망친 게 아니라 포기한 거였다. 자신의 몫이 아닌 것에 아등바등 매달려 봤자 돌아오는 건 아무것도 없으니까.
건강검진을 해 주겠다던 양부모는어린 채은의 신장을 떼어 친아들에게 주었다.삶을 송두리째 망친 양부모는 죽어 없어졌지만한번 얽힌 악연은 지독하게도 이어졌다.‘박살 난 차는 네가 몸으로 갚겠다고 해.갈가리 찢겨 죽고 싶지 않으면 시키는 대로 해라.’이번이 마지막이라는 믿지 못할 말로석원의 앞에 채은을 밀어 넣은 양오빠 채성.이대로, 이용만 당하고 끝내지 않을 거야.채은은 저 역시 석원을 이용해 구질구질한 인생을 끝내기로 했다.“차 수리비, 제가 갚을게요.”“그게 얼마짜리 차인지 압니까? 10억이 넘습니다.”“오빠를 감옥에 보내는 것보단, 저한테 그 돈 받으시는 게 이득이지 않나요?”재벌 앞에서 감히 이득을 논한다?석원의 눈에 채은은 처음부터 이상한 여자였다.구질구질한 하류 인생, 돈이라면 썩어 넘치는 그에게 빌붙어 보려는 줄 알았는데.채은은 석원에게 씻을 수 없는 상처를 줬던 ‘그 사건’의 관계자였다.그래서, 한번 어울려 주기로 했다.물론 공짜는 아니지만.“1년짜리 애인 행세. 그게 당신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조건입니다.”“계약 연애를 말씀하시는 건가요?”“내가 약혼녀와 파혼을 해야 하거든.”정리되지 않은 이해관계가 얽히고설켜끝내 두 사람을 거짓의 세계에 끌어들였다.“계약, 하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