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 연재]평범한 사서였던 내가 소설 <왕립도서관에서의 밀애> 속 악역 조연 '에리카'에 빙의해버렸다.내게 주어진 건 반란 세력에 가담한 죄로 참수형에 처해지는 엔딩뿐.로맨스 소설에 빙의해서까지 사서로 일하는 것도 억울한데, 목까지 잘릴 순 없지.살아남기 위해 왕립도서관의 사서가 되긴 했는데……“라인하르트 가문이 은혜를 갚는 방식은 깊고 길다. 그러니 천천히 즐기길 바라지.”남주 칼릭스 대공은 은혜를 갚겠다며 날 쫓아다니질 않나,“제가 남자로 태어났다면 그대를 반려로 맞이했을 거예요.”여주 프리시아는 다정한 눈빛으로 고백을 해오고“그대를 나만의 왕실 사서로 들이고 싶은데.”서브남주 왕세자는 매일 도서관에 출석 도장을 찍고“네 목숨과 영혼까지도 오롯이 내 것이다, 나의 여왕이여.”악역 프란츠 대공자마저 내게 집착한다?“후견인으로서 그대의 행복만큼 중요한 것은 없습니다.”믿을 건 착하고 다정한 도서관 관장님 윌리엄뿐…….나. 원래 세계로 돌아갈 수 있을까? #한밤의뜨거운도서관은개뿔 #빙의돼도맨날야근이라니!#사망플래그피하려다 #쓸데없는능력때문에쌩고생 #마법서모아서빨리집에갈래#도서관에선정숙해주세요대공님
피폐하기로 유명한 로맨스 판타지 소설 속에 빙의했다. 그것도 허영심만 가득 찬 악녀 중의 악녀로. 가문은 망해가고 저택은 무너지기 일보 직전! 속상한 마음에 무도회에서 진탕 마셔버렸는데… 눈을 떠보니 웬 남자가 옆에 누워있다? “사실 영애의 독특한 치료법이 잊을 수 없을 정도로 강렬했소. 태어나 처음 겪어보는 황홀한 감각이었지.” “자, 잠깐만요, 이러시면 곤란…….” 루베른이 상체를 내게로 숙였다. 서둘러 도망치려 했지만, 딱딱한 벽에 가로막혀 움직일 수 없었다. 피할 틈도 없이, 그의 손이 내 턱을 감쌌다. 긴 손가락이 내 입술을 부드럽게 쓸었다. 그 감촉만으로 아찔한 감각이 등줄기를 가로질렀다. “여기서 다시 해주었으면 좋겠는데.” 동굴에서 울리는 듯 낮고 깊은 목소리가 귓가로 스며들었다. 잠깐, 다시 해달라니… 뭘?
천대받는 버려진 꽃, 공작가의 사생아 엘리엔느. 아버지의 명에 따라 위대한 수호검이자 피에 굶주린 전쟁광 카라디온 대공의 전리품 측비가 되었다. 엘리엔느의 유일한 소원은 북부성을 떠나 수도원에서 평화롭게 여생을 마치는 것. *** 언제나 차갑고 냉정한 카라디온의 눈동자가 어느 순간 광기의 불꽃이 타오르기 시작했다. 강렬하고 매서운 시선이 그녀를 옴짝달싹 못 하게 사로잡았다. 꽉 다문 무거운 입매, 제복 사이로 드러난 거대하고 단단한 체구가 주는 압력이 엘리엔느를 얼어붙게 했다. “죽을힘을 다해 네 존재 가치를 증명해봐. 엘리엔느. 나의 전리품 측비.” “……!” 귓가에 들려 오는 오만한 명령조의 목소리. 차가운 목소리는 그녀의 심장을 단번에 움켜쥐었다. 엘리엔느는 절망에 무너지지 않으려 입술을 감쳐물었다. 버려졌어도, 짓밟혀도, 꺾일지언정 다시 피어나는 꽃처럼. “전리품 측비 따위는…… 버리겠습니다. 대공 각하.”
눈 떠 보니 뽀송한 솜뭉치 아기 여우가 되었다. 빙의되자마자 마주친 미친 전쟁광 카르덴 헬레이드 대공. 치유사 여주를 갖기 위해 반란을 일으킨 흑막이었다. 흑막에게 잡혀 버렸고, 살려고 녀석의 손목을 깨물었다. 까앙! 살려 줘! 이대로 여우 목도리가 되는 거 아냐? 그런데 내가 깨물자 마력 폭주를 일으킨 흑막이 정상으로 돌아왔다. 원작에서 흑막을 치유할 수 있는 건 여주뿐이었는데, 왜 여우인 내게 치유력이 있지? “대륙을 뒤져도 찾지 못했던 치료제를 마침내 찾았군.” 카르덴의 사악한 미소를 보자 온몸의 털이 바짝 섰다. 설마, 나 잡아먹으려는 거야? 치료제가 되기 전에 도망치려는데, 미친 흑막이 많이 이상하다. 나를 솜뭉치 ‘슈슈’라 부르며 포대기에 안고 다니질 않나. 집사를 자처하며 돌봐 주지 않나. 북부 성 기사단도 나를 우쭈쭈 이뻐해 준다. 정신 차리고 보니 북부 성의 마스코트이자 아이돌이 되어 버렸다. “슈슈, 넌 나의 반려이다. 영원히 내 옆에 있어.” 나만 보면 맑은 눈의 광인이 되는 흑막이 무섭다. 나 사람이 돼서 무사히 도망칠 수 있을까?
“내 강력한 마력을 견딘 사람은 네가 처음이야. 넌 이제부터 내 성녀다.” “제가요? 전 아홉 살 수습 사제인데요?" 마취 수술하다 빙의되어 시골 신전의 9살 꼬마 사제 시에라가 되었다. 신전에서 아동 노동 착취에 시달리다가, 더는 참을 수 없어 악덕 신관에게 은접시를 날려 기절시키고 탈주하는데, 북부 대공 지그리트가 나타나 다짜고짜 성녀라며 납치했다. “꼬맹이, 넌 이제부터 전담 치유사이다. 한시도 내 옆에서 떨어지지 마.” “전 대공님 껌딱지가 아닌데요.” “네가 원하는 막대한 부를 누리게 해주지.” “분부만 내리세요. 존경하는 대공님.” 지그리트의 전담 치유사로 일하다가, 여주이자 성녀 로제트가 오면 퇴사하고 퇴직금으로 먹고 놀 계획도 세웠다. 마침내 나타난 진짜 성녀 로제트는 아름다운….미청년이었다. 뭐야, 왜 여주가 남자가 되었어? 모르는 사이에 원작 장르가 바뀐 거야? 게다가 마력 제약이 풀리면서 성인으로 돌아오자, 날 향한 지그리트 대공의 눈빛이 달라지기 시작했다. 강렬하고 집요한 갈망의 빛을 띤 채로. "시에라, 난 너를 절대 놓아줄 생각이 없어." 이대로 나 무사히 퇴사할 수 있을까.
“나와 고용 거래로서 결혼해주시오. 내 조카가 법적으로 백작이 될 때까지, 7년간 계약 결혼이오.” 사업적 파트너를 대하는 듯한 냉정한 구혼이었다. 애쉬포드 백작의 서늘한 푸른 눈동자를 응시하며, 몰락한 자작 영애, 세린느 미들턴은 분노를 억누르며 여린 입술을 깨물었다. 갑작스런 부모님 사고 이후, 재산을 악독한 숙부에게 빼앗기고 가정교사로 전전하며 살아왔지만, 귀족 영애로서 자긍심과 기품을 지키려 애썼다. 하지만 백작의 계약 제안을 거절하기에는 세린느의 상황은 절박했다. 숙부가 그녀를 귀족의 후처로 팔 것이기에. “대답을 들려주시오.” 거듭 독촉하는 백작의 냉정한 음성을 들으며, 세린느는 분노를 가라앉혔다. 사업적 계약 결혼일 뿐. 백작 부인으로서 도련님을 키우는 일은 가정 교사로서 학생을 가르치는 일과 다르지 않았다. “백작님의 계약 결혼을 받아들이겠습니다.” 백작의 단단한 손을 잡은 순간, 차가운 줄 알았던 그의 체온이 불처럼 뜨거웠다. 세린느는 응시하는 푸른 눈동자에 검붉은 불꽃이 타올랐다. 그 작열의 불꽃을 보며 생각했다. 이 손이 끔찍한 구원일까 아니면 달콤한 절망이 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