폼포샤
폼포샤
평균평점 3.13
악녀로 살 테니, 그 입 다무세요

여자가 어딜 감히, 예쁘게 가꿔 시집이나 가면 그만일 꽃인데. 역대급 꼰대들이 판치는 쓰레기 소설에 빙의했다. 희대의 악녀, 세기의 망나니 베로니카 버드로. 그것도 악녀가 사랑스러운 여주인공을 두드려패는, 거지같은 순간에. "파혼을 원한다고? 그렇다면 에리스의 시녀가 되어라. 그녀에게 레이디다운 교양을 배운다면 파혼을 고려해보지." 정부를 들였으니 나랑은 파혼하자는데 개소리를 지껄이는 황태자에, “제가 전하를 뺏은 게 아니에요. 제국 일이 워낙 힘드시니까, 제국의 번영을 위해 공녀님과 제가 함께 전하를 보필해야지요. 그러니까 저희는 오히려 협력을 해야 한답니다.” 지나가던 개가 뒷발차기 할 소리를 지껄이는 약혼자의 정부, "너는 공녀이지 않나. 나는 황제가 될 몸이다. 곁에 둔다면 그 신분이 도움이 되겠지." 아직 파혼도 안끝났는데 청혼부터 들이미는 황자까지. “그렇게 원한다면 베로니카를 능가하는 희대의 악녀가 되어주마 이 개새끼들아!!!” 그렇게 나의 악녀로서의 삶이 시작됐다. 이왕 빙의한 거, 꼰대들이나 두드려 패보자! *** “그대가,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더라면……. 이런 사람이라는 걸 진즉에 보여줬더라면. 나도 그대에게 마음을 주기가 그토록 어렵지 않았을 텐데.” 내 동네 고양이 내가 도와준다는데 혼자 착각파티인 황태자와 “그대는 항상 그랬지. 언제나 나를 놀라게 했어. 그렇기에 난… 아직 공녀를 포기할 생각이 없어.” 고귀한 황족의 전형이면서 막무가내 청혼을 일삼는 일방통행 황자, “내 주인님, 저를… 버리셨습니까?” 피해야 할 암흑가의 수장이건만 도저히 외면하기 어려운 섹시퇴폐 암살자에, “이 세계도 진짜야. 내가 널 위해 진짜로 만들었으니까. 그러니 더 원하고, 더 갈구해. 네가 원하는 건 뭐든 갖는 거다.” 이따위 꼰대 천지 싸구려 소설을 날 위해 진짜 세계로 만들었다는, 시도 때도 없이 쭉 뻗은 쇄골을 드러내며 날 유혹하는 대천사, “땅콩 알러지가 있지 않으셨나요?” 내가 진짜 베로니카가 아니라는 걸 어째서인지 알고 있는 원작 여주까지! 대한민국 소시민에게 악녀의 삶은 보통 버거운 게 아니었다.

솜방망이는 교수님을 유혹합니다
3.12 (4)

전생의 기억은 없지만 재능만은 간직한 환생자들이 태어나는 세계.아리는 기억도, 재능도 없는 빈껍데기 환생자였다.마법을 포기할 수 없었기에 생물학부로라도 아카데미에 입학해 졸업반까지 버텼다.그런 그녀 앞에 나타난, 저 전지전능한 교수님은 뭐지?“교수님, 제게 마법을 가르쳐주세요!”칠흑 같은 밤을 닮은 눈동자가 나를 스쳐보지도 않고 지나쳐간다.그 정도에 포기할쏘냐!“웰컴 기프트로 케이크를 준비해봤어요.”빵 냄새가 나는 향수까지 뿌렸으니 준비는 완벽했다.그러니 어렵지 않게 가까워질 수 있으리라 생각했는데.“고맙군.”권태로운 눈매가 곱게 접힌다.해사한 눈웃음에 나는 그대로 눈이 멀어버릴 뻔 했다.“내가 유혹당할 때가 아닌데!”정신을 차려야겠다.그럼 다음 유혹!“그저 열심히 했을 뿐인데 만점인가요...?”수줍게 묻자 그의 미간이 거칠게 구겨진다.손에 든 건 분명 만점 시험지일 텐데, 왜지?“생물학부가 왜 마법학부 시험에서 만점이지?”그가 나를 노려본다.망한 것 같다.***“죽음과 죽음을 건너, 태초의 시간부터. 너를 기다려왔다.”“……?”“이번이라면 다를지 모르겠군.”나를 품에 안은 그가 수수께끼 같은 말들을 속삭인다.그에게는 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나를 볼 때마다 저리 아픈 눈을 하는 것인지.“이번에는 제발, 나를 떠나지 말아줘.”애원하듯 매달리는 새카만 눈동자 속에, 감당할 수 없을 만큼 짙은 집착이 은하수처럼 소용돌이 쳤다.엉켜버린 실타래처럼 얽히고 얽힌, 그와 나를 둘러싼 환생의 굴레.우리는, 벗어날 수 있을까?

버릴 땐 언제고, 이제 와 구원을 바라시나요

세레나는 제물로 바쳐지기 위해 애쉬터튼 백작가에 팔려갔다. 불치병 탓에 어차피 죽을 목숨이었다지만, 그들은 신력을 높이기 위해서라는 명목 아래 그녀를 학대했다. 더 이상 견딜 수 없어 달리는 마차 밖으로 몸을 던진 그날, 그녀는 회귀했다. 그러니 더 이상, 이렇게 살 수 없었다. *** 모든 것을 버리고 떠나려는 세레나의 앞에, 두 명의 남자가 나타났다. “내가 네게 저지른 짓들, 내 목숨을 바쳐서라도 갚을 테니…… 제발 네 곁에 머무를 수 있게 해줘.” 무시하고 원망할 때는 언제고 모든 게 오해였다며 매달리는 양오빠와 “당신이 살아주기를 바랐습니다. 나를 짓밟아도 좋고 내가 죽기를 바란다하여도 기꺼이 받아들일 테니…… 부디 살아주십시오.” 언제나 무심한 낯으로 눈조차 마주치지 않더니 이제 와 늘 사랑하고 있었다는 약혼자. 그것도 모자라 너나 할 것 없이 구원해달라 매달라는 사람들까지. 그런데 어쩌지? 나는 너희들을 구원할 생각이 없는데.

흑막 공작님, 저는 남자인데요?

아니, 내가 남자라니! 후회물에 빙의했다. 세계관 최강자이자 전쟁 영웅 여주의 남장 여동생, 뮤리엘 헤스티나로! 난데없는 남장은 당황스러웠지만, 이렇게 된 이상 쓰레기 후회 남주에게서 언니를 구하기로 했다. “요즘 페르시안이 밥을 굶고 있대. 야위어서 얼굴을 못 알아볼 지경이라더구나.” 쓰레기의 이름이 귓가에 닿는 순간, 온몸의 털이 곤두섰다. “버린 쓰레기는 다시 줍는 거 아냐!” 완벽한 언니가 그딴 놈과 엮이게 절대 두고 볼 순 없었다. 쓰레기 후회 남주 처리로도 충분히 바빴지만, 빙의를 풀고 현생으로 돌아가기 위해서는 흑막 공작까지 처리해야 했다. 그런데…… “그분과 가까워지면 안 돼요! 드미트리 공작은 마물들의 왕이라고요!” “마왕이 아니라 화염을 내뿜는 흑염룡이라던데!” 나, 돌아갈 수 있는 거야? * * * ‘어떻게 감당할 생각이었지?’ 뮤리엘과의 키스가 싫었다 하더라도, 자신이 남자에게 먼저 키스했다는 사실은 변하지 않았다. 그건 그거대로 문제였으나 그보다 더 큰 문제는……. ‘……좋았으면?’ 마른 얼굴을 쓸어내린 휴고가 다급히 궐련에 불을 붙였다. “미쳐 버리지 않고서야.” 붉은 입술 사이로 뿌연 연기를 내뱉은 그가 중얼거렸다. 정말로, 미쳐 버린 게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