뚜벅. 뚜벅. 뚜벅.천천히 다은 앞으로 걸어온 해준이 귓가에 대고 묵직한 저음을 흘려 넣었다.“유다은 씨. 혹시 노출증이라도 있습니까? 볼 때마다 헐벗고 있네요.”다은의 자그마한 귀가 확 붉어졌다.어릴 때부터 곤경에 처한 사람, 힘들고 어려운 사람은 절대로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난생처음 보는 타인을 위해서라도 기꺼이 헐벗을 각오쯤은 돼 있는,에너지 넘치는 오지라퍼 유다은.제 안에 인간적인 감정이라는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기에 드러낼 이유도 없다.평생을 아무도 믿지 못하고 살아온 얼음 조각상, 얼굴 천재.왕싸가지 재벌남 차해준.단 365일 동안의 불꽃같은 열애.그 끝에, 아프게 헤어진 둘은 5년 만에 재회하게 된다.해준은 자동차 회사의 수장으로, 다은은 해준의 회사에서 영입한 스타 디자이너로.세상에서 제일 따뜻한 여자와, 제일 차가운 남자의 극명한 온도 차는만날 때마다 야릇한 케미를 터뜨릴 수밖에 없기에.아무리 먼 길을 돌아가고 서로를 애써 외면해도 소용이 없었나 보다.다시 만나자마자 또 시작이다.어느새 튀어나온 이 미친 케미가, 기다렸다는 듯 짜릿한 질주본능을 드러내기 시작했다.키워드 : #재회물 #오피스물 #로맨틱코미디 #무감정까칠남 #여주한정다정남 #능력녀 #햇살녀일러스트 : still
모질게 잘라냈던 소년이 남자가 되어 돌아왔다. 지안의 직속상사가 된 수호는, 그녀에게 자신의 수행비서를 맡으라 한다. “제가 할 업무는 아닌 것 같습니다. 서로 불편하고…….” “다른 사람보다는 낫지 않겠어요? 피차 알 거 다 아는 사이에, 새삼스럽게.” “……본부장님. 왜 이렇게까지…….” “윤지안 과장. 지금 자신이 뭐라도 된다고 착각하는 것 같은데, 자의식 과잉도 그 정도면 병이야.” 서러운 눈망울로 울먹거리던 수호가 아직도 선한데……, 입만 열면 선뜩한 칼날을 뱉어낸다. 하지만 그의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 지안에게는 세상 무엇보다 소중한, 지켜야 할 것이 있기에. -본문 중에서- 귓가를 배회하던 입술이 아래로 미끄러져 목덜미를 헤집었다. 앞으로 넘어가 쇄골 근처를 할짝거리다 미끄러졌다. 도리질을 치는 지안의 입에서 애가 타는 비음이 흘러나왔다. 지안아. 수호는 갈비뼈 근처에서 노래를 부르듯 입술을 부비기 시작했다. 따뜻한 감촉에 잠이 깰 듯하다가도 다시 노곤해지기를 반복했다. 그러다 퍼뜩 눈이 떠진 건 좀 더 따뜻하고 축축한 느낌이 들었을 때였다. 어젯밤, 허리케인처럼 저를 감아올린 쾌락의 한가운데서도 지안은 수호가 몰아칠 때마다 턱하고 숨이 막혀버릴 것만 같았다. 저를 덮쳐오는 거대한 체구 때문인지, 감당할 수 없는 압력 때문인지 수호가 밀려올 때마다 가쁜 숨을 쥐어짰다. 기진한 채로 다시 침대에 누운 뒤로는 영혼까지 꿰뚫는 듯 굳건하던 눈빛이 드문드문 끊겨 있었다. 그 긴 밤이. 온통 수호로 가득 찼다. 절절한 환희에 젖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