딴 여잘 떼어내려고 내 입술을 훔쳐간 그놈과 이대로 첫날밤까지?풋풋한 첫 고백뽀뽀부터 첫날까지 어쩌다 사전예약 해버린 계약신혼일기.“내가 말했잖아요, 허락을 받으라고. 결혼해준다 했지, 날 주겠다고 한 적은 없어요. 이건 계약 위반이라고요.”“알아, 아는데 이번에는 허락 받을 시간이 없을 것 같아.”“왜요?”“네가 자꾸 입술을 깨물잖아.”그와의 결혼은 비정규직 단기 알바 같은 것인 줄만 알았는데, 이때만 해도 몰랐었다.이 사랑의 유통기한이 1371년 전부터 새겨져 있었을 줄은.저 남자가 그리 오래 나를 기다려 왔을 줄은.<[본 도서는 15세 이용가로 개정된 도서입니다]>
“네 남편은 내 꺼야, 한성 그룹 안주인도 내가 될 거고.” 정체불명의 차에 치여 죽어 가는 내게 언니가 속삭였다. “억울하니? 억울하면 다시 태어나 보든가.” 정략결혼이기는 했으나 누구보다 사랑했던 남편한테 버림받고, 배다른 언니였어도 가족이라 믿었던 사람에게 배신당해 나는 죽었다. 아니, 분명히 죽었었는데. “이게 이게 잠귀신이라도 들렸나? 아무리 수능시험이 끝났어도 그렇지, 꼬박 이틀을 자? 달래야!” 눈을 떠보니 19살 겨울이었다. 잘못 끼운 첫 단추를 다시 채울 기회가 왔다. “이젠 너희들이 당할 차례야.” 잇몸까지 환히 내보이며 웃었다. 눈에는 눈, 이에는 이. 그러니까 언니. “내 남편 너나 가져.” 그날부터 나는 나쁜 년이 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