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내가 처음이라고?”얼굴이 붉어진 나르가 고개를 끄덕였다.여심을 자극하는 순둥순둥 강아지상 얼굴 뒤에 감춰진 근육질의 반전 몸매.180cm가 훌쩍 넘는 큰 키에 말벅지를 가진 그에게 경험이 없다는 것을 믿을 수 없었다. 나르는 지아의 립스틱이 묻은 입술을 삐죽이며 말했다.“연습생 생활 5년에 데뷔한 지 5년 차잖아요. 연애할 새가 어디 있어요…”지아는 그가 얼마나 치열한 연습생 생활을 했는지 알고 있었다. 그리고 데뷔한 이후에도 공백 없이 활발히 연예계 활동을 했다는 것도. 연애할 시간이 없었다는 그의 말이 이해가 갔다.그래도 그렇지. 그의 나이는 피 끓는 25살.지아의 시선이 나르의 입술에서 허벅지로 옮겨갔다.“왜 그렇게 운동을 열심히 했는지 알 것 같네…”나르의 첫 경험을 가져간 누나!늦게 배운 도둑질에 날 새는 줄 모른다?!중고거래에서 만난 7세 연하남과 불장난이 시작된다.
“이름도 모르는 남자가 주는 술을 넙죽넙죽 마시고 있었단 말이야? 술잔에 뭘 탔을 줄 알고.”단아하고 수수했던 김 대리가 왜 야한 옷을 입고 쓰레기 같은 놈 앞에서 시시덕거리고 있을까. 채혁은 난생처음 오지랖을 부렸다. “그 자식, 이 바닥에서 소문난 쓰레기야. 저런 놈이랑 얽혔다가는 김 대리 신세 망쳐.”그런데 예상치 못한 대답이 돌아왔다. “상대가 누구라도 상관없어. 그게 당신이라도.”누구든 만나 무너져버리고 싶었던 날, 한 남자에게 하룻밤을 구걸했다.그런데 그 남자가 임채혁 대표였다고!?“아무 남자나 상관없다는 말 유효한가?”어차피 때려치울 회사, 시아는 두 눈을 똑바로 뜨고 말했다.“그렇다면요?”잇새로 알 수 없는 웃음을 흘리며 채혁이 대답했다.“나랑 붙어먹어.”
누군가는 강박증으로 볼 만큼 완벽주의로 살아온 지한에게 ‘결혼’은 그의 삶을 완성하는 하나의 계획에 지나지 않았다. 결혼 정보 회사에서 완벽한 조건의 상대를 찾는 지한. 교육자 집안에서 보수적으로 자란, 정년이 보장되는 공기업에 다니는 여자. 열심히 사느라 제대로 된 연애도 하지 않았던 그는 결혼이 인생의 전환점이 될 거라고 생각했다. “신랑과 신부는 어떠한 경우라도 항상 사랑하고 존중하며 남편과 아내로서의 도리를 다할 것을 맹세합니까?” 지한은 망설임 없이 큰 목소리로 대답했다. “네!” 이제 신부가 대답할 차례였다. 그런데, 주례의 표정이 이상했다. 하객들의 웅성거리는 소리도 심상치 않았다. 무슨 일인가 싶어 뒤를 돌아본 지한은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보고 경악을 금할 수 없었다. “여러분, 이 여자는 혼인 서약을 할 자격이 없습니다. 왜냐하면 남의 가정을 파탄 낸 사람이기 때문이죠. 상간녀가 사랑의 맹세라니, 우습지 않습니까?” 웬 여자가 나타나, 결혼식을 망쳐 놓고 발차기를 날리고 말았으니! 결과적으로, 전환점이 맞기는 했다. 결혼식 이후 그의 삶이 완전히 망가져 버렸으므로.
“우리가 과거에 아는 사이였다는 거, 다른 직원들이 몰랐으면 해.” 백수 생활을 청산하고 출근한 첫날, 시안은 팀장실로 불려갔다. 그리고 그곳에서 마주한 사람은 첫사랑이자 고등학교 동창, 강신우였다. 그가 하루아침에 떠나버린 그날부터 지금까지, 언젠가 다시 만나길 바랐는데. 다짜고짜 모르는 사람처럼 지내자고? “사석에서 반말도 삼가고. 회사에서 실수할 수도 있으니까.” “그러는 너, 아니, 팀장님은…?” “나는 팀장이잖아?” 반박할 수 없어서 시안은 너무 분했다. “그리고 한 가지 더. 내가 이 회사 창업주와 혈연관계인 것 역시 아무도 몰라야 해. 이건 부탁이 아니야.” 부탁이 아니면 명령이겠지. “…알겠습니다.” 시안은 긴 꿈에서 깬 것 같았다. 12년 전, 시안에게 풋풋한 마음을 수없이 전하던 다정한 소년은 이제 없었다. 시안은 꾸벅 인사하곤 서둘러 팀장실에서 나왔다. 그녀가 떠난 자리를 바라보며, 신우의 심장이 한참 동안 고장 난 것을 꿈에도 모르고.
집행유예가 선고돼, 8개월 만에 출소한 이연은이제부터 오롯이 홀로 세상과 맞서야 했다.그때, 누군가 바닥에 버리고 간 두부가 그녀의 눈에 들어왔다.대충 비닐봉지에 싸인 채 내팽개쳐진 그것은 이미 누군가 한입 베어 물고 던져 둔 것 같았다.먹고 버려진 두부가 꼭 제 모습 같아서 이연의 발걸음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잠시 후, 버려진 두부를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는 그녀의 앞에 검은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설마 주워 먹으려는 건 아니겠지?”거만하고 냉소적인 목소리.고개를 들어 그림자의 주인공을 확인한 이연의 얼굴이 창백해졌다.권우진.보육원에서 자란 이연을 후원한 권성 그룹의 장남이자 권성복지재단의 대표였다.날렵하게 깎인 턱선과 높고 곧은 콧대.잘 손질된 검은 머릿결은 흐트러짐이 없었고 단정히 다물린 입술 끝엔 무심한 여유가 감돌았다.세상을 내려다보는 듯한 차갑고 깊은 눈동자가 그녀를 자극했다. “못 할 것도 없죠.”이연이 보란 듯 바닥에 있는 두부를 움켜쥐었다.차가운 표정의 우진을 빤히 바라보며 이연은 입속으로 두부를 넣었다.누가 먹고 버린 것인지도 모르는 그것을 꾸역꾸역 씹어 목구멍으로 넘기면서도 이연은 우진에게서 시선을 거두지 않았다.* 인생을 망가뜨린 가문의 집에 주치의로 들어가게 된 여자.이연은 권성 그룹의 2세, 권우진의 몸과 마음을 집요하게 흔들며자신의 꿈을 송두리째 짓밟은 기업의 비밀을 파고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