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망인’그녀의 별칭이었다.어두운 컬러의 옷들만 입는 건 둘째 치고, 한여름에도 긴팔과 목까지 올라오는 드레스를 입는 탓이었다. 보기 흉한 점이 있다, 혹은 큰 흉터가 있을 거라는 것이 항간에 떠도는 소문이었다.소문은 그 어느 것도 맞지 않았다. 이 여자를 앞으로 어떻게 할까.베르딕은 부산물로밖에 여기지 않은 레이티아에게 흥미를 느꼈다. “한 가지, 한 가지 들어주시면요.”먼저 말을 꺼낸 그녀는 요동치는 눈동자로 그를 응시했다. 꽤 살아 있잖아. 죽은 인형과 다름없다고 수군거리던 사용인들의 말과는 달랐다.나쁘지 않았다. 말귀를 못 알아먹는 멍청한 개보다 간식을 달라며 칭얼거리는 개가 나았다. 가까이에서 본 그녀는 죽은 누이, 엘라와 별다르지 않은 생활을 하고 있었다. 그것이 자꾸 손톱 밑에 박힌 가시처럼 저를 건드렸다. 언제 찔렸는지도 모를 가시였는데, 문득문득 통증이 느껴져 존재를 잊을 수 없게 만들었다.애정이 없던 것에 관심이 가고 궁금해하고 있었다. 이런 자신의 상황이 달갑지 않았다.엘라에게는 하지 못했던 구원을 그녀에게는 해내고 싶었다. 그것을 어떻게 하는 것인지는 몰라도. <[본 도서는 15세 이용가로 개정된 도서입니다]>
결국 이 나라도 그의 손에 넘어가는가.바리프의 여왕, 가이야 서유는 무뢰의 침략자를 앞에 두고 죽음을 각오한다.그리해서 이 나라의 백성들을 지킬 수만 있다면, 기꺼이.“오랜만입니다. 정말, 오래 기다렸소이다. 정말로…….”여운을 뚝뚝 흘리는 진득한 그의 음성에 서유는 두 눈을 키웠다. 오랜만이라? 그와 제가 전부터 알고 있던 사이였던가?의문을 그리는 서유의 눈동자에 여휘는 미묘하게 입 끝을 올렸다. 그럴 테지. 알아차리기 힘든 것이 당연하다. 일말의 희망을 품었지만, 그녀가 저를 알아채지 못한 것은 서운함과 동시에 희열이었다. 한량보다 나태했던 제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고 있는 것에 대한 안도가 더 컸다. “여전히 아름다우시군요. 여왕”서유 앞에 한쪽 무릎을 꿇은 여휘가 고개를 숙였다가 들었다. 서유를 보며 멈춘 여휘의 얼굴에 승자의 느긋한 미소가 피었다.무심했던 그녀에게 잠깐의 당혹이 비쳤다. 그 순간을 여휘는 놓치지 않았다. 이런 귀여운 왕을 보았나.소리 내어 웃고 싶은 걸 여휘는 숨과 함께 삼켰다. 권위가 흐르는 그녀에게서 처음 보는 모습이었다.그녀 옆에 있으면 이런 새로운 모습들을 자주 볼 수 있을까. 상상만으로도 적군의 목을 벨 때처럼 전신에 피가 돌며 심장이 요동쳤다. <[본 도서는 15세 이용가로 개정된 도서입니다]>
이 돈이면 그녀가 순순히 따라올까.그녀를 길들일 수 있는 나의 성으로…….왕녀였던 아이셀, 침략을 당해 ‘라 비엘라’라는 살롱의 노예가 된다. 노예의 신분을 벗어나려면 100골드를 헌납해야 하는데, 그 꿈을 이룬 노예는 아직 아무도 없었다.“50골드입니다.”아이셀을 지목하며 찾아온 남자, 그는 50골드와 함께 열흘 후 50골드를 더 주기로 하는데.그녀가 8년 동안 간절히 원했던 것을 처음 본 남자가 제안을 하며 유혹을 한다.이건 신이 주신 기회다. 드디어 노예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남자의 말을 믿고 아이셀은 그가 있는 성으로 향하는데…….<[본 도서는 15세 이용가로 개정된 도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