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인공을 괴롭히다 참교육 당하고 퇴장하는 폐급 엑스트라로 빙의했다. 원작의 내용을 알고 있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긴 한데, 문제는 이 소설 속 세계가 곧 멸망한다는 것. 이 빌어먹을 세계에서 살아남으려면 방법은 단 한 가지. 어떻게든 주인공을 도와 멸망을 막는 것뿐이지만 모두들 경멸 가득한 시선으로 날 바라볼 뿐이다. ‘하, 이제와서 설정을 바꿀 수도 없고….’ 그래, 까짓거 혼자면 어때. 악당에게는 악당의 방식이 있는 법이니까. 주인공이고 뭐고 나는 나만의 방식대로 살아남아 주마.
죽은 누나로부터 배송된 택배. 그 내용물은 정체불명의 게임, '하이브 사가'. [End No.999 예정된 멸망] 수십 번의 트라이 끝에 도달한 멸망 엔딩과 …빙의. 용병 한. 엑스트라도 되지 못하고 게임 속에서 언급만 될 뿐, 등장도 하지 않는 전쟁영웅. 허나, 똑같은 이름과 얼굴. 죽은 누나의 존재까지. “…이건 그냥 나잖아?” 한주오는 결심했다. 죽은 누님의 유지를 잇기 위해, 누나의 흔적이 남은 세상을 지키기 위해. 이 세상의 변수가 되어, 어둠 속에 몸을 숨기고 다가올 멸망에 대비하리라.
아내와 아이를 죽인 뱀파이어가 나를 뱀파이어로 만들었다. 이 몸에 저주가 흐른다고 생각했다. 콱 죽어버릴까? …아니. 그럴 수는 없다. “복수하겠다!” 멸망해 가는 세계 속 유일의 안전지대인 인간 제국의 수도 알라바네스에서의 차별. “선택해. 죽든지. 송곳니를 뽑히든지.” 한정된 공간에서 자원을 수급하기 위해 개방된 고대 던전 카오스의 위험성. ‘위험했다. 잘못하면 죽었겠군.’ 멸망으로 치닫는 이 세계에서, 괴물이라 차별받는 이 공간에서, 최흉의 이 던전에서. 반드시 살아남아 복수를 해내고야 말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