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희
박희
평균평점 3.00
아가씨와 말동무와 비밀
3.33 (3)

공핍한 마을, 유일하게 번듯한 건물인 석조저택에 사는 아가씨의 말동무로 불려간 마릴린.본의 아니게 남자아이라는 오해를 받게 되었다.하지만 그것보다 더 큰 문제는,“사내 새끼가 그런 것도 못 버텨서 끙끙거려?”아가씨의 성격이 무척이나 더럽다는 것이다.아가씨에게 마릴린은 말동무가 아니었다.하도 욕을 먹기에 욕동무인 줄 알았는데,알고보니 내...

봄 불은 여우 불이라

남이는 돈에 팔려왔다. 맨몸뚱이에 달린 것이라고는 사내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다는 남사스러운 사주 하나라, 나잇살 먹고 대를 잇기는 커녕 전장에서 피를 뿌리는데 여념이 없는 이 놈의 삼대독자 아들 놈을 꽉 붙들어 떡두꺼비 같은 아들 낳아줄 귀한 몸으로 모셔진 것이다. 그러나 서방 된 혁은 혼인만 하면 전장에 나가 뒤지든 말든 맘대로 하라는 부모의 간청에 딱 혼례만 치르고는 초야도 없이 전쟁터로 야반도주하니, 쓸모를 다하지 못한 남이는 그대로 천덕꾸러기가 되었다. 그럼에도 혼롓날 딱 한 번 본 서방도 서방이라고 마음으로 받들어 모시고 남몰래 낯도 붉히며 풋사랑을 키워가고 있었으나 정작 세 해 만에 돌아온 사내는 그녀를 기억도 못 할뿐더러…. “아, 그 팔려 온 것.” 고생도 박대도 그저 팔자려니 하며 웃어넘겼던 남이었다. 아랫것들에게 이년저년 소리를 들어도 밋밋하니 우그러들 줄 몰랐던 낯이 그날 처음으로 쩍 갈라졌다. 일러스트: 보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