멸망물 빙의 2회차, 여주를 소드마스터로 키우면 전부 해결될 줄 알았다. *** 퇴근 후 맥주를 마시고 잠든 것까진 기억이 난다. 그런데 눈을 떠보니 낯설고도 익숙한, 느낌. “……설마 또, 빙의야?!” 그나마 다행스러운 건, 앞선 빙의 때는 전쟁터 한복판에 던져진 용병이었지만 지금은 부유한 남작가의 금지옥엽. 게다가 이름도 모를 엑스트라이니 티파티나 무도회를 즐기다 현실로 돌아가면 된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하 씨, 왜 또 하필 멸망물인데…….” 두 번째 빙의한 소설의 정체는 멸망물이었다. 어째 빙의마다 똥밭인 기분인데, 어쩔 수 없지. 이렇게 된 거 남주와 여주를 갈라 원작을 비틀고, 최애인 여주를 열심히 키워 세상을 구하고 여길 탈출한다! ……는 계획을 세웠었다. 온갖 사건에 휘말리며 남주놈 흑막놈 가면의 마법사 및 여주님과 엮이기 전까진. 그리고, “이게, 뭐야……?” 누구의 것인지 알 수 없는 기억이 뇌리에 들이친다. 혹시 이 소설은, 어쩌면……?
원작 여주의 남편을 빼앗는 성녀에 빙의했다.성녀 세레니티 티테스, 내가 세레기라 부르던 빌런에 빙의하다니.“망할.”악녀 회귀 복수물인 원작 전개대로 가다간 나는 목이 뎅강 잘려 죽을 것이다.이 상황을 벗어나려면 뭐다?원작 파괴다.빠각!나를 쫓아다니던 원작 남주를 해치우고,“언니, 그 자식과 헤어져요!”최애인 악녀를 불륜남(aka 원작 남주)과 이혼시키고,“각자 원하는 걸 얻자고요.”교단피셜 최악의 범죄자인 대마법사와 손도 잡았다.원작의 사망플래그도 피했겠다, 이제 남은 건 원작 지식을 이용해 돈을 쓸어 담고 승승장구하는 것뿐.그런데…….“네년 같은 괴물이 쉽게 죽어줄 거라 생각하진 않았어!”교단 2인자가 사사건건 나를 죽이려 든다.“어쩔 수 없네.”나는 소매에 묻은 먼지를 털어내며 중얼거렸다.“주님, 한 놈 더 보냅니다.”
어느 날 마을 꽃집 청년이 제게 청혼했답니다.몹시 다정하고 잘생긴 분의 청이라 기꺼이 받아들였죠.그런데 갑자기 대공가의 며느리라뇨?***“그 시궁쥐처럼 촌스러운 옷은 우리 가문에 어울리지 않는구나!”“어, 어머님…….”나는 눈물을 글썽거리며 외쳤다.“정말 감사해요! 고상함을 몸소 알려주시니 열심히 배우겠어요!”역시 어머님은 친절하셔.“당신은 정원에 처박혀 일이나 하십시오!”“감사합니다!”아아, 근사한 햇살!나는 이마에 묻은 흙을 닦으며 뿌듯하게 웃었다.정원의 흙이 어찌나 질이 좋은지 조그만 텃밭을 일구어도 작물이 쑥쑥 자라났다.갓 피어난 작물의 순을 똑 떼어 입에 넣으니 향긋하고도 아삭한 맛이 입안 전체에 퍼진다.아, 정말로 멋진 곳이야!“당장 이 집에서 꺼지지 못해!”“어머, 그 책을 읽고 계셨군요?”“……이 책을, 알아?”시누이가 들고 있던 책을 슬그머니 내밀었다.그건 내 어머니가 저술하신 책이었다.마침 저자 직강까지 받은 터라 나는 자신 있게 고개를 끄덕였다.의심의 빛이 가득한 시누이에게 책 내용 몇 구절 알려주었더니 대번에 표정이 변해 이렇게 외쳤다.“스승님!”아, 정말이지.시댁 분들이 나에게 너무 잘해 주신다.#회빙환X #착각계 #뙤약볕여주 #여주한정조신자낮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