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성준
이성준
평균평점 2.75
일만 층의 회귀자
2.75 (2)

일만(一萬)의 가공간으로 이루어진 정체불명의 염원의 탑.    정상까지 올라가는 방법 역시 수만 가지. 그중에서 가장 최적의 방법을 찾을 수 있는 건.... 그 정상의 고지에 올라섰던 단 한 명의 회귀자. 오로지, 나뿐이다.

회복실 가는 길

<회복실 가는 길> 영화의 서술 기법이 노련한 솜씨로 녹아 있는, 이성준 작가의 첫 작품집.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드는 사실감과 창의적 구성이 돋보이는 이 한 권에는 세상 사람들의 삶이 결국 하나의 이야기로 통하고 있는 지형도가 펼쳐져 있다. 형의 반대를 무릅쓰고 ‘굶을과(국문과)’를 선택해 소설을 전공했으면서도 긴 시간 동안 ‘글 한 편 제대로 쓰지 못했’다고 고백하는 작가 이성준이 마침내 인간미 넘치는 소설집을 엮어냈다. 이 소설집을 만들기 이전에 어머니의 지난(至難)한 삶을 형상화한 소설을 진작 준비하고 집필에 들어간 상태였지만 ‘30년 넘게 완성을 하지 못하고 있’는, 어떤 의미에서 정리가 더 필요한 그 이야기를 뒤로 하고 이 여섯 편의 이야기들을 먼저 들려주게 되었다. 본 경기를 앞두고 시범 경기를 치르는 선수처럼 링 위에 올라 스스로 맷집을 점검하고 싶었다고 작가는 말한다. 가난한 고아에서 삶을 개척한 어른으로 성장했어도 현실과 불운의 냉대를 피하지 못하는 처지를 비관하며 자기 학대와 신을 향한 저주에까지 사로잡히는 그 남자 (<회복실 가는 길>). 나는 대 바겐세일 광고를 뚫어지게 쳐다봤다. 조물주는 나를 유리 안에 전시해놓고 저런 광고를 내걸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란 인간을 어떻게 저렇게 적절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싶었다. 정말이지 나는 조물주가 대 바겐세일 한 인간일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품질이 좋지 않은 것을 숨기고, 교환해주지 않는 조건으로 세일해버린 인간……. 나는 과연 몇 퍼센트나 할인된 인간일까. 50%? 80%? 아니, 그 이상일지도 몰랐다. 어쩌면 덤으로 세상에 넘겨버렸을지도 몰랐다. - <회복실 가는 길> 그러나 살아가는 행위로 말미암아 가슴 저밈 증세를 앓고 있을 만큼 유약한 그 남자. 본의 아니게 ‘유복자로, 애비 없는 호로 새끼로, 육성회비를 제때 내지 못하는 지질이 궁상으로, 색맹으로 특별 관리 대상’이 되어 살아온 패배감에 정점을 찍게 한 열성 혈액형(RH-)을 갖고 있지만 그 피로 새 생명을 구하게 되는 그 남자(<회복실 가는 길>).

황홀한 실종

<황홀한 실종> 영화의 서술 기법이 노련한 솜씨로 녹아 있는, 이성준 작가의 첫 작품집.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드는 사실감과 창의적 구성이 돋보이는 이 한 권에는 세상 사람들의 삶이 결국 하나의 이야기로 통하고 있는 지형도가 펼쳐져 있다. 형의 반대를 무릅쓰고 ‘굶을과(국문과)’를 선택해 소설을 전공했으면서도 긴 시간 동안 ‘글 한 편 제대로 쓰지 못했’다고 고백하는 작가 이성준이 마침내 인간미 넘치는 소설집을 엮어냈다. 이 소설집을 만들기 이전에 어머니의 지난(至難)한 삶을 형상화한 소설을 진작 준비하고 집필에 들어간 상태였지만 ‘30년 넘게 완성을 하지 못하고 있’는, 어떤 의미에서 정리가 더 필요한 그 이야기를 뒤로 하고 이 여섯 편의 이야기들을 먼저 들려주게 되었다. 본 경기를 앞두고 시범 경기를 치르는 선수처럼 링 위에 올라 스스로 맷집을 점검하고 싶었다고 작가는 말한다. <황홀한 실종>의 화자는 고3 담임이라는 ‘직업인’으로서 교직과 삶의 목적 사이에서 갈등하던 중 대학 시절 지도교수로부터 의미심장하게도 시화(詩畵) 제의를 받는다. 그 제의는 꿈과 멀어진 채 ‘무능한 현실주의자’로 지내고 있는 그를 자책하게 만드는 한편, 긴 시간 동안 ‘썩히고’ 있던 창작의 욕구에 불을 댕긴다. 그는 ‘굳어버린 손과 머리’로 심란해하며 ‘마른 나무에서 물 짜내듯’ 간신히 한 편의 시를 완성한다. 그리고 미대 진학에 실패한 후 가난을 물리칠 요량으로 뱃사람이 되어 억척스럽게 살아온 ‘돈벌레’ 친형을 찾아가, 그 시와 한 몸을 이룰 그림을 조심스러운 마음으로 부탁한다. 형만이 동생의 시를, 화자의 삶을 온전히 이해하고 그림으로 잘 표현해줄 수 있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어느 날, 그림을 부탁 받은 형이 미완성의 그림을 남긴 채 감쪽같이 사라진다. 형의 그림 속에는 바람을 견디며 바람과 사는, 위태롭고 안타까운 ‘억새’의 몸부림이 들어 있다. 그리고 ‘복수만을 꿈꾸고 있’는 듯이 흉측한 표정으로 일그러진 닭이 노려보고 있다. 화자는, 형이 끝내, 돌아오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아니, 돌아오지 않기를 바란다. 그러나 날개가 퇴화해버린 닭의 현실로 형이 돌아오자, 화자는 그만 허망감과 부끄러움을 느껴버린다. 더 늦기 전에 스스로 ‘실종’을 감행하기로 마음먹는다. 그 실종은 탈출이고, 모험이고, 회복이고, 재회이고, 고통이고, 탄생이다. 꿈이 되지 못한 일상, 의 주인공이 되어 살고 있는 존재들의 마음속에서 언제든 겁 없이 꽃을 피울 ‘황홀한 실종’이다.

인연의 그늘

<인연의 그늘> 영화의 서술 기법이 노련한 솜씨로 녹아 있는, 이성준 작가의 첫 작품집.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드는 사실감과 창의적 구성이 돋보이는 이 한 권에는 세상 사람들의 삶이 결국 하나의 이야기로 통하고 있는 지형도가 펼쳐져 있다. 형의 반대를 무릅쓰고 ‘굶을과(국문과)’를 선택해 소설을 전공했으면서도 긴 시간 동안 ‘글 한 편 제대로 쓰지 못했’다고 고백하는 작가 이성준이 마침내 인간미 넘치는 소설집을 엮어냈다. 이 소설집을 만들기 이전에 어머니의 지난(至難)한 삶을 형상화한 소설을 진작 준비하고 집필에 들어간 상태였지만 ‘30년 넘게 완성을 하지 못하고 있’는, 어떤 의미에서 정리가 더 필요한 그 이야기를 뒤로 하고 이 여섯 편의 이야기들을 먼저 들려주게 되었다. 본 경기를 앞두고 시범 경기를 치르는 선수처럼 링 위에 올라 스스로 맷집을 점검하고 싶었다고 작가는 말한다. 이기적인 문명의 세상에서 비껴 있는 몽골을 여행하는 내내 기시감(旣視感)과 마음의 통증에 시달리는 그 남자와 그 여자. 마치 잠언과도 같이, 둥근 ‘무릎’의 상처를 통해서 서로를 알아보게 되는 그 남자와 그 여자. 그러나 갈망과 망설임과 불온과 두려움이 일으킨 소용돌이 속에서 통과의례처럼 상처를 입고 마는 그 남자와 그 여자. 운명의 소란이 한바탕 지나간 후, 인연의 힘과 기적을 고스란히 체감하며 전생에서 못다 한 사랑까지 뜨겁게 나누는 그 남자와 그 여자 (<인연의 그늘>). 무릎에 그의 입술이 닿는 순간, 아득한, 현기증이, 밀려왔다. 숨이 턱 막혀 숨을 쉬기 어려울 정도였다. 부끄러움 때문이 아니었다. 칭칭거리던 무릎에 그의 입술이 닿자 뜨거우면서도 묵직한 돌덩이나 쇳덩이가 떨어지는 것 같은 통증이 일었다. 그 통증은 금방이라도 심장을 멎게 할 것만 같았다. 하지 말라며 그의 머리를 밀어내고, 다리를 빼보려고 힘을 줘도 소용없었다. 그는 꿈적도 않을뿐더러 내가 다리를 빼려 하면 할수록 다리를 더 꽉 잡는 바람에 다리가 부서질 것만 같았다. 포기하고 그에게 다리를 내맡기자 그는 갑자기 혀를 내밀더니 상처 부위를 두루 훑기 시작했다. 은근하고 조심스레 상처 부위를 확인해 나가는 그의 혀끝에 불기운이 느껴졌고, 나는 알 수 없는 전율을 느끼며 눈을 감았다. 그대로 죽을 것만 같았다. - <인연의 그늘>

브라보! 마이 라이프

<브라보! 마이 라이프> 영화의 서술 기법이 노련한 솜씨로 녹아 있는, 이성준 작가의 첫 작품집.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드는 사실감과 창의적 구성이 돋보이는 이 한 권에는 세상 사람들의 삶이 결국 하나의 이야기로 통하고 있는 지형도가 펼쳐져 있다. 형의 반대를 무릅쓰고 ‘굶을과(국문과)’를 선택해 소설을 전공했으면서도 긴 시간 동안 ‘글 한 편 제대로 쓰지 못했’다고 고백하는 작가 이성준이 마침내 인간미 넘치는 소설집을 엮어냈다. 이 소설집을 만들기 이전에 어머니의 지난(至難)한 삶을 형상화한 소설을 진작 준비하고 집필에 들어간 상태였지만 ‘30년 넘게 완성을 하지 못하고 있’는, 어떤 의미에서 정리가 더 필요한 그 이야기를 뒤로 하고 이 여섯 편의 이야기들을 먼저 들려주게 되었다. 본 경기를 앞두고 시범 경기를 치르는 선수처럼 링 위에 올라 스스로 맷집을 점검하고 싶었다고 작가는 말한다. 아버지의 자리를 냉정하게 소멸시키고 자신에게 종놈 근성을 주입하려는 ‘마귀할망구’ 모친의 정략에서 탈출해 자유와 위악의 시간을 마음껏 누리는 그 남자(<브라보! 마이 라이프>). 모든 영웅설화의 지하대적(地下大敵) 내지는 이무기는 결국 어머니가 아니던가. 그래서 어머니로부터 독립하여 다른 여자와 결혼하기 위해서는 그 무시무시한, 꼭 퇴치해야 할 적을 용감무쌍하게 죽이지 않는가. 그러나 나는 그 적을 용감무쌍하게 죽일 자신이 없었다. 아버지처럼 지하대적 소굴에서 도망치는 수밖에 없었다. - <브라보! 마이 라이프> 그러던 중 악취가 풍기는 세상의 골목에서 만난 어느 ‘나체’들의 아름다움에 전염돼 세상과의 진실한 소통이 어떤 것인지 또 어떻게 이뤄가야 하는지를 터득하며, 참되고 소박한 존재로 거듭나는 그 남자(<브라보! 마이 라이프>).

달의 시간을 찾아서

<달의 시간을 찾아서> 영화의 서술 기법이 노련한 솜씨로 녹아 있는, 이성준 작가의 첫 작품집.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드는 사실감과 창의적 구성이 돋보이는 이 한 권에는 세상 사람들의 삶이 결국 하나의 이야기로 통하고 있는 지형도가 펼쳐져 있다. 형의 반대를 무릅쓰고 ‘굶을과(국문과)’를 선택해 소설을 전공했으면서도 긴 시간 동안 ‘글 한 편 제대로 쓰지 못했’다고 고백하는 작가 이성준이 마침내 인간미 넘치는 소설집을 엮어냈다. 이 소설집을 만들기 이전에 어머니의 지난(至難)한 삶을 형상화한 소설을 진작 준비하고 집필에 들어간 상태였지만 ‘30년 넘게 완성을 하지 못하고 있’는, 어떤 의미에서 정리가 더 필요한 그 이야기를 뒤로 하고 이 여섯 편의 이야기들을 먼저 들려주게 되었다. 본 경기를 앞두고 시범 경기를 치르는 선수처럼 링 위에 올라 스스로 맷집을 점검하고 싶었다고 작가는 말한다. 어둠이 배어든 추억을 늘 애틋하게 밝히고 있는 달. 멀리 달아나지도 증발하지도 않는 그 한결같은 달의 기운으로 지난날을 치유하며 시한부의 나날을 더 아껴 살아내고자 하는 그 남자(<달의 시간을 찾아서>). 달의 이면에서 고즈넉하게 떠돌며 옛 시간의 발끝을 흠뻑 적시곤 하는 그 여자(<달의 시간을 찾아서>). 그 남자와 그 여자가 지구에 남긴 미완성의 이야기와 그리움과 아픔과 향기가 음(音)과 음으로 맺혀 해후의 쓸쓸한 가지에 촉촉한 노래들로 피어난다. 음악은 기억을 저장하는 마력을 가졌다. 빅뱅의 영상은 우주 공간에 화광(化光)으로 남아 있고, 지구에 생존했던 생명체의 모습은 화석(化石)으로 남아 있다면, 인간의 기억은 음악 속에 남아 있을지도 모른다. 그것을 화음(化音)이라 부르고 싶다. 물론 우리의 기억은 뇌에 저장되는 것이긴 하지만 그 기억을 더듬어내고 가슴 아리게 하는 것은 음악인 것 같다. - <달의 시간을 찾아서>

날개를 찾아서

<날개를 찾아서> 영화의 서술 기법이 노련한 솜씨로 녹아 있는, 이성준 작가의 첫 작품집. 이야기에 몰입하게 만드는 사실감과 창의적 구성이 돋보이는 이 한 권에는 세상 사람들의 삶이 결국 하나의 이야기로 통하고 있는 지형도가 펼쳐져 있다. 형의 반대를 무릅쓰고 ‘굶을과(국문과)’를 선택해 소설을 전공했으면서도 긴 시간 동안 ‘글 한 편 제대로 쓰지 못했’다고 고백하는 작가 이성준이 마침내 인간미 넘치는 소설집을 엮어냈다. 이 소설집을 만들기 이전에 어머니의 지난(至難)한 삶을 형상화한 소설을 진작 준비하고 집필에 들어간 상태였지만 ‘30년 넘게 완성을 하지 못하고 있’는, 어떤 의미에서 정리가 더 필요한 그 이야기를 뒤로 하고 이 여섯 편의 이야기들을 먼저 들려주게 되었다. 본 경기를 앞두고 시범 경기를 치르는 선수처럼 링 위에 올라 스스로 맷집을 점검하고 싶었다고 작가는 말한다. 새의 운명을 타고났지만 부러진 날개 한 쪽 때문에 재앙이 생겼고, 그 부러진 날개를 찾아 고쳐야만 한다는 점쟁이의 말을 들은 후로 오직 날개 생각에만 매달리는 그 남자 (<날개를 찾아서>). 40대 중반의 점쟁이가 날개에 대한 얘기를 했을 때 익선은 가슴이 철렁했다. 그는 50여 년 전 아버지가 한 말을 되섬기고 있었다. 그러나 점쟁이 말에 대한 아내의 신앙적인 믿음과 점쟁이에게 굽신거리는 아내의 태도가 거슬려 듣는 둥 마는 둥 점집을 나오고 말았다. “여보, 제발. 한 번만…… 한 번만, 마지막이다 생각하고 내 소원 들어줘요.” 아내는 막무가내로 매달렸다. 내가 언제 이러는 거 봤어요. 처음이자 마지막이에요. 여보, 제발……. 그래도 익선이 끄떡하지 않자 마지막엔 협박까지 해왔다. “애 잘못되면 나도 못 살아요.” 익선은 아내의 소원을 들어주기로 했다. 아들의 교통사고가 새 날개 때문이라는 점쟁이 말을 곧이들은 것은 아니었다. 어떻게든 아들을 살려야 했다. 그냥 그렇게 보내버리면 죄책감에 살 수가 없을 것 같았다. 그러나 아들의 운명은 이미 사람의 손을 떠나 있었다. 현대의학으로도 어쩔 수 없는, 기적을 바라는 수밖에 없는 상태라고 했다. 손닿는 곳을 모두 동원하여 미국에까지 알아봤으나 모두 짜기라도 한 듯 같은 말만 되풀이했다. 식 · 물 · 인 · 간 - <날개를 찾아서> 아들을 살리기 위해 ‘부러진 날개’를 찾아서 50여 년 전의 고향으로 돌아가는 그 남자, 공포나 다름없는 생사의 갈림길이었던 고향 탈출의 기억을 더듬거리며 지금의 자신을 이룬 것은 한 존재의 철저한 희생이었다는 사실을 뼈저리게 깨닫고 깊은 회한에 잠기는 그 남자 (<날개를 찾아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