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명이란 신의 카운터펀치를 회피한 남자. 그에게 남은 건 오직 역습뿐이다. 재활 중이던 한 MMA 선수의 인생이 한순간 사고로 바뀐다. 야생마 같은 근육질 몸이 비쩍 골은 고등학생의 몸으로. 그것도 전교 왕따, 친부모는 이혼 후 각자 삶을 사느라 방치된 삶을 사는 약골의 몸이 되었다. 단련된 육체와 선수의 삶, 모든 걸 잃게 된 종합격투기 선수 최훈. 그러나 그는 다시 이전에 꾸지 못했던 제왕의 길을 걷는다. 최강이라는 수식이 필요 없는 격투기 제왕, 더 킹의 길을. “인생 뭐 있어? 한 방이지.” 애초에 강해지는 길은 없다. 강함을 증명하는 길만 있을 뿐!
<7월 4일생> 내 기억은 만취한 남자가 지독한 술 냄새를 풍기며 집으로 들어오는 것으로 시작한다. 그는 신발을 벗지도 않고 거실로 들어와 허기에 지쳐 야산에서 내려온 멧돼지처럼 거친 숨소리를 토해 냈다. 방 안에는 침묵과 공포가 배회하며, 어머니와 나를 벙어리로 만들었다. 술에 절어 버린 혀가 만들어 낸 알아듣지 못할 욕들이 날아와 귀를 더럽혔다. 고개를 돌려 어머니를 보았다. 그녀의 얼굴은 고통과 절망으로 일그러져 있었는데, 그 모습은 흡사 한쪽 다리가 부러진 채 지옥을 걷고 있는 개 같았다. 투명한 파편들이 눈물처럼 부셔지며 비명소리를 내었다. 취객은 그 정도로는 성에 차지 않는다는 듯 이쪽으로 다가와 어머니의 머리채를 잡았다. 세상에서 가장 사랑하는 여인이 구타당하고 있었다. 어머니를 지켜 주고 싶었지만, 무력감이라는 이름의 뱀이 혀를 내밀며 육신을 휘감기 시작했다. 뱀은 밧줄처럼 몸을 묶었고 아가리를 벌려 날카로운 이빨로 눈물샘을 물어뜯었다. 상처 입은 눈물샘은 서럽게 울부짖으며 피를 토해 냈다.
<허공의 파편> 최고의 타자 강태산, 최고의 투수 신태일... 그들의 변주곡과 매직리얼리즘 왠지 모를 어두운 분위기를 풍기는 남자가 있다. 그는 고교야구선수로 천재라 불리지만, 타인의 평가는 신경 쓰지 않는 것처럼 행동한다. 팀의 훈련에는 참여하지 않고 스스로의 훈련만을 고집하며 동료들과도 어울리지 않으려 한다. 미성년자이자 운동선수임에도 아무 거리낌 없이 담배를 피워대며, 검은 바이크를 타고 도로 위를 질주하는 것을 즐긴다. 하지만 밤하늘에 떠 있는 두 개의 별을 바라보는 눈빛은 다른 모습들과는 반대로 처량하고, 비참하며, 더 없이 쓸쓸해 보인다. 우리가 진리라고 여겼던 것들, 최고의 가치가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사랑하는 사람들)이 빛바래고 퇴색되어 간다면 어찌할 것인가? 괴팍한 성격을 지닌 고교 야구선수 강태산은 중학리그 MVP 출신이지만 여러 명문고를 마다하고 신생 S고로 입학한다. 야구선수로서 최고의 재능을 지닌 그이지만 남들은 이해하기 힘든 행동을 이어나간다. 주인공 태산은 아직 자아가 완성되기 전에 자신의 세계에서 전부였던 두 여인(어머니와 누나)이 세상을 떠나버렸고 그 사고에서 태산은 아무것도 할 수 없었기에 무력감과 절망에 빠지게 된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 태산은 그 기억을 떨쳐내고자 남성성에 집착하고, 과도하게 남성성을 드러내려 하는 모습을 지니게 된다. 자신의 전부였던 두 여인이 이 세상을 떠남에 따라 불변하는 진리나 가치는 없다고 생각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두 여인이야 말로 그에게 있어서 변하지 않는 두 개의 별이다. 새로운 여인인 지은과 유라를 만나게 되지만 소중하게 여기는 가치가 변화되는 것이 싫어 인정하지 못하고 자꾸 밀어낸다. 괴로운 기억을 간직하면서 살아가는 청춘에 대한 고뇌를 젊은 작가의 눈으로 깊이 있게 그려낸 장편소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