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나라
감나라
평균평점 2.75
조건 결혼
2.75 (2)

5년 사귄 남자친구가 내 친구와 바람이 났다.당연히 해야 할 응징을 내렸을 뿐인데,사정을 모르는 미디어에선 달래만 나쁜 사람으로 만들었다.평소 그녀에 대한 평판을 생각하면 당연한 일.달래가 또 사고를 쳐서 화가 난 강 회장은당장 맞선 보고 결혼이나 하라며 달래의 등을 떠민다.그런데 맞선 상대는 무려 그 진서호.눈 위로 죽 그어진 흉터 때문에 갱단 등의 소문이 무성한 남자였다.“난 결혼하고 싶습니다.”“…….”“강달래 씨, 당신이랑.”“푸흡!”만난 지 10분도 안 됐는데 청혼부터 하는 이 남자.대체, 무슨 생각인 걸까?*“복수가 하고 싶어요?”웅장한 호텔 로비 안, 남자의 목소리가 가득 울렸다.“저 둘한테 통쾌하게 복수할 방법이 하나 있긴 한데.”호선을 그린 입술로 차분히 말을 내놓은 남자는 그 누구보다도 그녀를 잘 알고 있었다.“나랑, 조건 있는 결혼을 해 보지 않을래요?”현재 그녀에게 뭐가 가장 필요한지까지도.

조건 이혼

팔려 가듯 시집을 온 지도 어언 3년.집안의 반강요로 하게 된 결혼은 생각보다 더 최악이었다.대한민국 사람이라면 모를 리 없는 기업. 일성의 며느리라면 대부분 신데렐라를 꿈꾸겠지만 현실은 달랐다.남편의 무관심.시댁의 끝없는 이간질.동화 속, “둘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다”라는 결말과는 거리가 멀었다.차라리 시작도 안 하는 게 낫겠다 싶을 정도로.비참하고 외로웠다.“…그래도 한 번쯤은 사랑, 했을까.”허비한 시간에 대한 보상이라도 받고 싶었는지, 작게 중얼거린 수정이 고개를 저었다.“그럴 리가 없지.”당신 같은 사람이 나를 사랑할 리가 없었다.그렇게 그와 이혼을 결심한 날.가정 법원 앞, 교통사고에 휘말리고 마는데…….“이럴 수가…….”남편과 결혼하기 전으로 돌아왔다!***“유감이네요. 나는 주한결 씨한테 원하는 게 전혀 없거든요.”과거엔 주한결만 있으면 그냥 좋았다. 그가 저를 사랑해준다면 원이 없을 것 같았다.주한결이 없어야만 제가 행복할 수 있다는 걸 잘 알기 전까지는.“그럴 리가 없잖습니까. 사람이 어떻게 원하는 게 없을 수가 있어요?”한결이 와락 표정을 굳히며 물었다.역시, 그냥 물러날 사람이 아니지. 원하는 게 있으면 어떻게 해서든 가지고야 마는 성정이었다.이렇게 된 이상 절대 들어주지 못할 걸 생각해내야 했다.뭐가 있지? 돈? 집? 명예? 물질적인 것이 아닌 추상적이고 감성적인 무언가가 필요했다.“……뭐든 처음은 한 번뿐이잖아요.”그래, 그게 있었지.“그러니까 적어도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이랑 하고 싶어요.”사랑.제가 아는 그라면 절대 못 들어줄 사항.이 정도면 깔끔하게 포기하고 돌아서지 않을까?“사랑하는 사람. 그거면 됩니까?”“네?”하지만 그런 예상과는 다르게 상황이 흘러갔다.

오직, 그대

분명, 새엄마의 짓이었다. 저를 집안에서 내쫓고 싶어 안달 난 그 여자의 짓. 그러나 아버지 회사를 물려받지 않겠다 선언했음에도 자신의 사업에 대한 방해는 여전했다. “결혼하자, 나랑.” “뭐?” “내가 그 집에서 빠져나오게 도와줄게.” 그런데 왜 하필, 이런 순간에 다시 만난 걸까. 8년 전, 잊지 못할 상흔을 남기고 떠나버린 남자, 남도진이 갑작스럽게 계약 결혼을 제안해 왔다. “아니. 필요없어.” 다시는 흔들리지 않을 거라고. 이번만큼은 그의 술수에 넘어가지 않을 거라고 다짐했었는데. “지금 네 상태를 봐.” “…….” “원하고 있잖아, 나를.” 또다시, 속수무책으로 무너지고 말았다. 마치 8년 전, 오직 서로만을 바라보던 그때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