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하서
강하서
평균평점 2.75
가출 계획에 결혼은 없었는데
2.75 (2)

태어날 때부터 성에 갇혀 살아온 대마법사 이리아는 스무 살이 된 첫날, 자유를 찾아 가출을 감행한다. 기사들을 피해 도망친 곳은 바로 이웃 나라의 전쟁터.  기사들이 올 수 없는 이곳이라면 가출 계획이 순조롭게 흘러가리라 생각했다.  분명 그랬는데…… “나 몰래 도망치게 둘 수는 없는데.” 이번에는 기사들이 아닌 한 남자가 발목을 잡는다. “책임져야지.” “뭐…뭘 채, 책임져요?” “나.”  이리아의 상사이자 군대를 이끄는 영웅, 제국의 공작 덱스터 하워드. 술에 취해 기억조차 나지 않는 밤이다.  눈앞의 이 무시무시한 남자와 이런 식으로 얽힐 줄은 감히 상상조차 못 했었다. 도대체 뭘, 어떻게 책임지라는 건지. 혼란스러운 이리아에게 덱스터가 요구한 건 딱 하나였다. “나와 결혼하면 돼.” 그건 바로, 결혼. *** 그런데 대체 왜 결혼인 걸까. 덱스터 하워드는 나를 진절머리나게 싫어했다. 몸 한 번 닿는 것도 혐오할 정도로, 눈앞에서 죽여버리겠다고 고함칠 정도로. 다른 남자라면 몰라도, 절대 덱스터 하워드와 결혼하고 싶지는 않아. 내 방대한 가출 계획에 이런 건 없었어. 덱스터 하워드와의 결혼 따위는 없었단 말이야!

이제 와 당신을 원한다 해도

“부인. 난 당신과 결혼했지만, 매일 밤 다른 여자를 침실에 들일 거야.” “…….” “친동생을 죽인 패륜아 새끼와 몸을 섞고 싶지는 않거든.” 결혼 직후, 새신부 아이리스가 남편에게서 들은 첫 마디였다. * 하그브리스 백작 부부에게는 거르지 않는 일과가 있다. 매일 저녁 식사가 끝나면, 남편 미카엘이 이혼서를 내민다. 그리고, 아내 아이리스는 받은 이혼서를 찢어 태운다. 미카엘의 목표는 이혼. 아이리스의 목표는 혼인 유지. 미카엘은 아버지를 죽인 원수의 딸, 아이리스를 혐오했다. 이혼을 위해서라면 못 할 일이 없었다. 그래서 그는 아이리스를 상처 입히고, 울리고, 물어뜯었다. 그런데 이유가 뭘까. 분명 이혼을 바랐는데, 아이리스를 헤집을수록 그녀를 원하게 되는 것은. * 그렇게 더는 미카엘이 이혼서를 내밀지 않았을 때,  아이리스는 떠났다. 침대 위에 이혼서를 남긴 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