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의 끝에서 실리아는 다짐한다. 내게 다시 기회가 온다면, 모든 것들에게 피의 복수를 하겠노라. 그리고 보니타 너만큼은 내 곁에 두고 살리겠다고. 그렇게 칼날의 날카로운 쇳소리가 들리고, 실리아 플로렌스의 삶의 마지막이 장식되었다. *** 방금 전까지 읽고 있던 소설에 빙의했다. 그것도 제일가는 악녀, 실리아의 하녀 보니타로! 이대로 정해진 흐름에 따라 가다간 죽는 것은 시간 문제. 살아남으려면 이곳에서 탈출하던가 원작의 흐름을 바꾸던가. 그런데, 악녀가 나에게 집착한다? "보니타, 나를 생각해주는 건 너밖에 없구나." "보니타, 너만큼은 문제없이 살아갈 수 있도록 만들어줄게." 원작에서는 실리아가 보니타한테 이렇게 잘 해주지 않았는데?! 나, 죽기 전에 이 악녀에게서 도망칠 수 있을까?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ERROR! ERROR! 오류가 발생했습니다! □□□ 님의 빙의 주소가 잘못되었습니다! ERROR! ERROR!] [‘수락’을 눌러주시면 □□□ 님이 원래 살아가야 할 세계로 영혼을 재전송합니다!] 이 세계와 이 몸이 잘못된 곳이라면 나와는 상관없는 일이었다. 상관없는 일인데....... “사, 살게! 마야로, 이 몸으로!” [빙의 대상이 특정되었습니다. ‘마야’ 님을 확인합니다. ‘마야’ 님의 서비스는 ‘상점’입니다.] 그렇게 잘못된 이 몸으로 살아가게 되었다. 기본 설정은 '보육원에서 자란 고아'인데다가 뭐 하나 특별한 점 없어 보이는 아이의 몸으로. 하나, 특별한 점이라면 서비스랍시고 준 상점. 나름 괜찮은 것들도 많아 보이니 코인이나 모아서 좀 편하게 살아볼까 하는데. * * * “이제부터 너는 마야 페더웨이다.” “아저씨......?” “아버지라 부르도록.” 출신도 가족도 없는 나를 후계자로 삼기 위해 입양한 공작부터. ‘저는 마야 님 담당 시스템이기 때문에 마야 님의 취향대로 모습을 바꿀 수 있는데도요? 안 궁금하세요?’ “넌 지금이 딱이야.” ‘정말 멋있는 인간의 모습인데도요?’ “그래, 솜 뭉텅이.” 매일 내 취향으로 변해주겠다는 시스템과. “마야, 걱정하지 마. 그래도 넌 내가 지켜줄게!” 내 앞에서만 용감해지는 겁쟁이 소꿉친구 아르센. “히페리온 공작님이 후계자를 입양했다기에 누군가하고 봤더니, 어디서 출신도 모르는 애를 데려다가 후계자로 키우겠다니. 공작님은 무슨 생각이신 거지?” 남들 앞에서는 문제없다가도 유독 내 앞에서만 툴툴거리는 천재 마법사 스페서. 그리고. “그대가 바로 마야 페더웨이 공녀로군. 하나 제안하지.” 뭔가 위험한 제안을 하는 제국의 황태자까지. 주변 사람들이 나를 가만두지 않는다. 난 그냥 쇼핑만 하고 싶을 뿐인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