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혼 후 찾아오는 전 남친과 매주 펼쳐지는 개미지옥 같은 맞선을 피해 시작된 희주와 민준의 계약 연애.“고마워요. 도와줘서.”도와주는 셈 치자던 계약 연애에 그의 마음이 섞이기 시작한 건 아마 그때부터일 것이다.“그럼 나랑 합시다, 계약 연애.”“내가? 불쌍해요?”“하! 서로 도와주는 셈 치자고 했잖습니까.”하필 이런 타이밍에 계약 연애를 하자니.강민준씨는 내 마음 아무것도 모르니 기회는 이때다 싶겠지만, 나는 아니라구요.계약과 진심 사이 아슬아슬하던 두 사람 사이는 함께하는 시간이 쌓일수록 헤어나올 수 없을 만큼 서로에게 빠져드는데?. 기막힌 인연을 거슬러 그들의 사랑은 행복한 결실을 맺을 수 있을까?
죽은 엄마를 대신해 애지중지 돌봐 온 하나뿐인 동생이 천하의 난봉꾼이라 소문 난 남자와 정략결혼 할 위기에 처했다. 혜원은 동생을 구할 수만 있다면 무엇이든 하겠단 마음으로 결혼 상대인 태준을 직접 찾아가는데⋯⋯. “제가 이렇게 부탁할게요. 어차피 우리 회사 담보로 잡으신 거 알아요.” “불확실한 담보 따윈 필요 없어. 정 그렇게 동생을 위해 애원하고 싶으면 당신이 대신 테스트 받아보든가.” 끈질기게 이어져 온 모친의 요구에 마음 주지 않아도 될 상대와 아들 하나만 낳겠다 결심한 그와 깊숙이 얽혀들고 만 그녀. 거부할수록 아찔하게 유혹해오고 다정하게 눈물을 닦아주는 남자의 의외의 모습에 자꾸만 마음이 흔들린다. “날 좋아하지 않으면서 내가 길들일 수 있는 여자를 찾기란 쉽지 않은데.” “네?” “송혜원이 딱 내가 찾던 여자 같다고.” 궁합 테스트를 빙자한 밤이 쌓여갈수록 점점 더 깊이 빠져드는 두 사람. 어느 순간 욕망이 아닌 마음에 이끌리기 시작한 그들은 과연 서로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까?
“하지 말까?” 등을 타고 내려가는 부드러운 손길에 수현은 본능적으로 몸을 움찔했다. “그럴 수 있어요?” “아니.” 정해진 대답이었다는 듯 곧 망설임 없는 시욱의 말이 떨어졌다. 조금씩 내려오는 그의 뜨거운 시선에 수현은 떨려오는 가슴을 들키고 싶지 않았다. “……키스, 해줘요.” 피식 바람 빠지듯 미소 지은 시욱의 입술이 그녀의 턱 끝에서 멈췄다. 그리곤 수현의 귓가에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그럼 예전처럼 애원해줘.” 순식간에 시욱의 뜨거운 숨결이 수현의 입안으로 흘러들었다. 거부할 수 없다는 걸 직감한 그녀는 두 눈을 질끈 감았지만, 여전히 시욱을 향해 미치도록 뛰는 심장이 못내 미웠다. 심장에 박힌 듯 새겨져 잊을 수 없었던 첫사랑, 강시욱. 10년 만에 다시 나타나 계약으로 얽힌 그를 수현은 밀어낼 수 있을까?
“오빠는 안 된다면서요.” 그저 술기운에 뱉어낸 말이었다. 바람 난 남친과 헤어진 것도 이별이라고 아무에게나 위로받고 싶었던 날. 그 밤, 제 일탈을 막아선 선현우와는 끝인 줄 알았는데. “가지 말아요, 오빠.” “겁 없는 건 여전하네, 은로아. 전부 경험해 놓고도.” 닥쳐온 불행 앞에 자꾸만 손 내미는 현우를 붙잡아 버렸다. 오래도록 마음에 품었던 남자와의 짧은 유희라도 괜찮다고 생각했다. 선현우의 마음 한 조각이면 지옥 같은 인생을 견뎌낼 자신이 있었으니까. *** “결정해. 네가 기대한 걸 주지 않아도 오늘 밤 내게 안길지.” 분명 은로아의 일탈을 막기 위함이었다. 친구 동생이던 그녀를 두고 품었던 욕망 따윈 선현우에게 없었으니까. 그렇게 하룻밤 붙잡아 둘 인연이라 의심치 않았는데. “왜 매번 내 일에 마음대로 굴어요.” “지금이라도 안 늦었어, 가.” “……기대고 싶어지잖아요.” 다시 한번 마주한 밤, 한숨처럼 뱉어낸 로아의 말에 무너져 버렸다. 켜켜이 쌓인 벽을 무너뜨리고 본능에 굴복당한 그 순간. 현우는 미처 알지 못했다. 은로아가 지독한 사랑이 되어 송두리째 인생을 뒤흔들 줄은.
“겨, 결혼이라뇨.” 회사를 지키기 위해 사촌 동생의 정혼자였던 태서와 한순간 결혼으로 엮이게 된 연우. 믿을 수 없는 현실에 절망하던 연우는 태서와 만나 이 상황을 모면하고 싶어 하지만. “정략결혼이 싫으면 연애라도 할까요?” “이미 결혼이 정해진 연애가 무슨 의미가 있어요?” “말했을 텐데. 난 서연우 씨가 마음에 든다고.” 태생이 고고한 태서는 전혀 타격감이 없는 얼굴로 눈썹을 까딱이며 여유롭게 미소를 보였다. “제대로 알아듣게 말해줘요? 서연우 씨, 당신 보면 침대로 가고 싶다고, 당장.” 낯 뜨거운 말에 몸서리치게 만드는 태서를 멀리하면 될 거라 생각했는데, 예고도 없이 성큼 다가온 태서에게 연우는 속절없이 흔들린다. “앞으로는 혼자서 울지 말아요. 날 미덥지 않은 남자로 만드는 건 오늘 하루로 충분하니까.” 둥둥, 북이 울리듯 연우의 심장이 빠르게 뛰었다. 기태서라는 남자가 마음의 문을 두드리기라도 한 것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