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에 나는 하나뿐인 목숨을 스스로 버렸다. 그리고 다시 눈을 뜬 곳은 ‘월하미인’이라는 망한 게임 속이었다. 나는 튜토리얼에 잠깐 등장했다가 목숨을 잃는 NPC로 환생했다. 원래의 시나리오대로라면, 내가 죽은 뒤에 히로인이 등장해 부상당한 마을 사람들을 치료해준다. 하지만 서비스 중지된 게임에 히로인은 더 이상 접속하지 않고, 나는 매일 마물의 손에 찢겨 죽는다. 그러다 문득, 이 게임이 ‘월하미인’이라는 것이 생각났다. 이 게임은 일년에 단 하루만 피는 꽃, 월하미인을 찾는 게임이다. 그 꽃을 찾은 사람은 어떤 소원이든 다 이룰 수 있다고 한다. 나는 오랜 고난 끝에 그 꽃을 찾았다. 하지만 월하미인은 꽃이 아닌 사람이었다. 눈부시게 아름답지만, 어딘가 조금 이상한 남자들.
1년 전부터 아르테니아 제국에 수상한 편지가 떠돌기 시작했다. “이 편지는 수도에서 최초로 시작되어 일 년에 한 바퀴를 돌면서…… 리페 남작에게 숨겨둔 딸이 있습니다…….”일명 「파랑새의 편지」라 불리는 이 편지는 귀족들의 은밀한 사생활을 까발리며, 수많은 가정을 파탄냈다. 파랑새의 편지의 주인이 누구냐며 의견이 분분하던 때. 한 남자가 아르테니아 제국의 성녀, 셀렌 레클레어를 찾아왔다.“아테니스 여신의 이름 앞에, 저의 죄를 고합니다. 제가 감히 성녀님의 비밀을 알아버렸습니다.”그 남자는 「피의 늑대」라고 소문난 키리엔 카일로스 공작. 그는 셀렌 혼자 카일로스 공작성을 찾아온다면, 파랑새의 편지를 쓴 사람이 셀렌이라는 사실을 함구하겠다고 협박했다. 셀렌은 깊은 고민에 빠졌다. 야심한 밤에 저택으로 오라는 이유가 뭘까? 저택에서 단둘이 뭘 하려고?도저히 답을 알 수 없어서, 역대 성녀들의 영혼에 조언을 구했더니. 대신전에서 평생을 살며 눈을 감는 순간까지 순결을 지켰던 언니들이, 이렇게 답했다.“막내야. 그 남자 잘생겼니?”“네.”“그럼 가. 잘 들어. 인생은 못 먹어도 일단 고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