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인물#탑생존물#능글남#요망남주#가상공간#집착남#다정남#맹수#폭스남#소굴#어쩌다보니감금]수인이라면 성인이 됐을 때 탑에서 이능력을 검증받는 게 당연한 세상 속.하찮은 눈토끼 수인으로 환생했다. 이능력이 없을 게 뻔하지만 의무를 피할 순 없으니 능력 검증을 받으러 탑으로 갔다.그런데 이게 웬걸 내가 1급 이능력의 잠재력이 있는 능력자란다.특별한 존재가 된 것 같은 기분에 설레던 것도 잠시.젠장. 맹수들과 같은 공간에서 지내게 됐다.“내 앞에서 등을 보이면 조금 곤란한데.”나는 기겁해서 곧바로 뒤돌았다. “저, 절 잡아먹으려는 건 아니죠?”“내가 시에라를 왜 잡아먹어요. 그냥 친해지고 싶은 것뿐인걸.” 이제 와 친해지고 싶다고 해 봤자 하나도 설레지 않았다. 순진한 먹잇감을 회유하는 것처럼 보일 뿐이었지.그야 나는 눈토끼 수인이고 저 남자는 흰늑대 수인이었으니까.“그러니까 무서워하지 마요.”그거, 어떻게 하는 건데?내게 위협적인 수인은 흰늑대 수인만이 아니었다.“너, 되게 좋은 냄새 난다.”호랑이 수인마저도 내 곁에서 알짱거리고,“다 필요 없어. 난 너만 있으면 돼.” 흑표범 수인은 나를 곁에 두려고 안달이다.나, 여기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결함투성이인 당신을 대체 누가 사랑해 줄 것 같습니까?” 모든 불행은 그날 밤으로부터 시작됐다. 결혼식 첫날밤, 청력을 잃고 버림받았다. 정략혼 상대였던 소꿉친구는 남보다 못한 전남편이 되었고, 아버지는 더 이상 그녀를 찾지 않았다. 그래도 두 번째 결혼만큼은, 카이덴만큼은 다를 줄 알았다. 사랑에서 비롯된 결혼일 거라고, 믿어 의심치 않았다. 하지만. “사랑은 처음부터 없었습니다.” 서릿발 같은 음성이 머리 위로 차갑게 내려앉았다. “내가 원한 건 이레인, 당신의 신분이었어.” 돌아온 건 알고 싶지 않았던 진실과 냉소뿐. 제 불행을 바라는 그와 미래를 함께할 수는 없었다. 그러나 카이덴의 잔혹함은 이레인의 미래조차 집어삼키기 시작하는데……. “차라리 매달려 보는 건 어때요?” “뭐라고요?” “아무것도 없으면 없는 사람처럼 굴어야죠. 그래야 내가 관용이라도 베풀 마음이 들지 않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