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 눈치가 없던 상희는 27년 모솔이다. 주변 친구들은 도대체 어디서 저렇게 연애를 하는 것인지 알 수가 없을 정도인데, 친구들은 항상 입을 모아 말한다. 주위부터 둘러보라고, 네가 눈치가 없어서 그렇다고. 가끔 만나면 밥 사달라는 동생 친구? 술 먹자는 동기? 카풀해준다는 옆자리 팀장님? 너를 잘 아는 사람은 나라는 소꿉친구? 내가 눈치가 왜 없어? “넌 진짜 눈치가 없어.”“내가? 나 눈치 진짜 빨라, 너 지금 아이스아메리카노 시킬 거잖아.”“...그걸 말하는 게 아니잖아.”“아이스아메리카노 안 시켜?”“...시킬건데, 내가 말한 게 이건 아니야.”
눈을 떠보니, 내가 출생의 비밀이 난무하는 인기 드라마 속 주인공?!문제는 이제 막 드라마를 시작한 덕분에 그 비밀을 내가 전혀 알지 못한다는 것. 하지만 이미 입궁까지 한 제게 다른 선택지는 없었다. 그저 최선을 다해 살아갈 뿐.그나마 황자들이 새로 생긴 막내 여동생에게 썩 호의적이라 다행……“현이한테서 떨어져.”“오, 오라버니……?”……이라고 생각했는데, 이게 무슨 일이야. 머리 위로 차갑게 떨어지는 음성에 흠칫해 고개를 들자, 저를 당겨 안은 은백의 얼굴이 보인다.“……싫다면?”내 손을 꽉 감아쥔 율이 은백을 향해 시린 기세를 풍기며 비뚜름하게 입꼬리를 당겼다. 그리고,“저 현이가 좋습니다.”“…….”“형님도 아시다시피, 이제 더는 감출 필요도 없지 않습니까.”율을 향해 대놓고 날을 세우는 윤으로도 모자라,“동생이라서가 아니라, 예뻐할 수밖에 없어서 예뻐하는 거야.”다정하게 눈웃음치는 하랑까지. 뭐야, 뭐가 어떻게 흘러가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