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이젠 노아와 가족이 되고 싶어요.”“……가족?”퍽 달갑지 않은 목소리였다.아멜리아는 저도 모르게 움찔거렸다. 헛웃음과 뒤섞여 나온 노아의 목소리가 예상외로 차가웠으니까.“단 한 번도 널 가족이라 여긴 적 없어.”가슴에 비수를 꽂는 듯한 말에 입술을 꾹- 다물었다. 확인 사살을 하는 그의 행동에 가슴 한쪽이 따끔거릴 뿐이었다. 노아는 눈 아래로 흘러내린 금발을 부드럽게 쓸어올렸다. 그러고는 이내 두 눈을 반달로 접었다.“여자라면 몰라도.”***주변인의 불행을 꿈으로 볼 수 있는 이능의 소유자 아멜리아.타고난 능력 때문에 고아원에서조차 배척받으며 살아온 그녀는 우연히 소문을 듣고 찾아온 사제의 눈에 들어 공작가의 양녀가 된다.“이 저택에선 경어를 쓰도록 해. 감히 어디서 반말이야? 이래서 못 배워 먹은 것들은 어쩔 수 없다니깐.”“내 말 안 들으면 어머니께 말씀드려서 널 다시 고아원에 버리라고 할 거야. 대답 안 하니?”그렇게 바라던 가족을 얻었지만 구원은 없었다.입양의 목적이 자신의 목숨이라는 걸 깨달은 아멜리아는 결국 죽음을 위장하고, 저택을 떠나는데.과연 이 버림받은 버림받은 인생에도 축복이 깃들 수 있을까.
상견례를 앞두고 남자친구가 바람났다.잔뜩 번져 버린 마스카라를 닦을 새도 없이 볼품없이 떨어진 구두를 끌어안고 있던 그날,“어차피 버릴 거였으니까, 신고 가든가요.”굴러온 슬리퍼 한 켤레와 함께 낯선 남자가 그녀의 앞에 나타났다.슬리퍼 한 켤레의 자비.동물병원 수의사와 보호자.딱 그 정도로만 머물 관계였다.“이현아, 나 몰래 다른 남자 만나고 다니면 안 되지.”정지오, 그가 선 자리에서 훼방을 놓기 전까지는.“갑자기 거기서 남자친구 행세는 왜 해요?”“이현 씨가 곤란해 보여서요.”햇살 한 줌이 내려앉은 듯한 그 화사한 미소 때문이었을까.“내가 수습할게요. 이현 씨 일일 남친으로요.”앞뒤 잴 것 없이 직진하는 연하남은 이현이 그어 놓은 선을 헤집어 놓고,“이현 씨, 좋아해요.”그녀의 마음을 훔쳐 버렸다.***“나랑 지오 오빠, 내년에 결혼할 건데. 몰랐어요?”지오의 약혼녀라는 여자가 나타났다.반복되는 악몽의 굴레에 이현의 가슴이 덜컥, 내려앉았다.그저 평범하게 연애하고 싶을 뿐이었는데. 이현은 제 마음을 훔쳐 간 지오와 함께, 그 바람을 이룰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