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산김파도
광산김파도
평균평점 2.00
죽은 악녀는 남주의 아이를 가졌다
2.0 (1)

‘세상에! 킬리온은 다 알고 있었어! 알면서 모른 척했어!’ 편지를 펼친 베로니아의 손이 바들바들 떨렸다.  그녀의 진짜 정체를 알면서도 모른 척 연기했다는 킬리온. 다시 만난 순간부터 저는 그의 손바닥 위에 있었다는 사실에 목덜미가 서늘해졌다.   베로니아는 아랫입술을 잘근잘근 씹으며 짐을 챙겼다. 한시라도 빨리 이곳을 떠나야 했다.  그의 눈과 귀가 닿지 않는 곳으로. 그의 손이 뻗치지 않는 곳으로. 그런데 과연 그런 곳이 있을까? 똑똑똑, 노크 소리와 함께 문이 벌컥 열렸다. 킬리온이었다.  “니아?” 그녀의 가명을 부르는 목소리는 더없이 부드러웠다.  천천히 다가온 그가 테이블 위 편지를 봤다. “이런….” 곧게 뻗었던 새까만 눈썹이 꿈틀거렸다. 겨울 바다처럼 시린 청안이 그녀를 뚫을 듯 쳐다봤다.  “저는 들켜 버렸군요. 베로니아 황녀 전하." “…날 보내 줘요.” “보내 줄 생각이었다면 애초에 찾아오지도 않았습니다, 전하.” 그녀는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아이의 이름을 입에 올렸다.  “제디엘을 생각해서라도 보내 줘요. 제발….” “…제디엘을 생각해서 보내 드리지 못하는 겁니다, 전하.” 남자의 미간이 단번에 좁아졌다.  “제디엘은… 전하와 제 아이이지 않습니까?” “그게 아….” “아니라고 거짓말 하실 생각은 접어 두십시오, 전하.” 커다란 손이 그녀를 향해 뻗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