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빛
이사빛
평균평점 3.50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첫사랑과 결혼에 성공했다는 낭만적인 이야기의 실상은 잔인했다.    황족을 제외하고 제국에서 가장 고귀한 혈통으로 추앙받는 웨스턴 공작.    그는 노골적으로 전 아내를 잊지 못한 모습을 보였고,  사용인들은 그녀가 귀족 출신이 아니라며 무시하기 일쑤였다.    마이아는 이혼을 결심했다.    아무것도 돌려주지 않는 첫사랑에게 더 이상 목매달기는 싫었다.    “모르겠습니까? 당신은 절대 내게서 못 벗어납니다.”  “그대는 영원한 웨스턴 공작 부인입니다. 웨스턴 공작 부인이 아닌 당신의 인생은 없습니다.”    그러나, 마이아가 모든 것을 포기한 순간 그녀의 첫사랑은 떠나려는 그녀를 뒤늦게 붙들었다.    당신이 갈 곳은 어디에도 없다고,  당신이 있어야 할 자리는 내 곁이라고 말한다.    원망스러운 첫사랑이 이제 와 왜 이러시는지 모르겠지만.    “각하. 저를 붙잡아주시기를 원했던 건 이혼 서류를 건네드리던 그 순간이었지, 지금은 아니에요.”    마이아가 되돌려 줄 답은.    “그러니 이 손 치우세요, 각하.”    이미 정해져 있었다.    ***    “나는 그녀를 사랑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은 과거에도 미래에도 오직 당신 하나뿐이었으니까.”    이미 다 끝났다.    “내게 돌아와 주십시오. 당신 없이는…… 살 수가 없습니다.”    이제 와 왜 이러는 거야.    “각하. 첫사랑은 어떤 결말을 맞이하는지 아시나요?”    마이아는 허탈하게 미소 지었다.    설사, 당신의 첫사랑이 나라 한들.    “이루어지지 않는답니다.”

또라이의 집착을 얕봤다

신의 요청으로 이세계에 끌려온 백시현은 자신의 임무인 마왕 토벌을 무사히 끝낸다. 하지만 승리의 기쁨을 즐기기도 잠시, 시현은 세계의 균형을 위해 자신이 살던 세계로 다시 돌아가야만 했다. 이곳에서 만나 궂은일을 함께했던 동료들에게 제대로 된 작별인사도 못 한 채. 그렇게 되돌아가 조용히 지내는 시현의 곁에 한 남자가 찾아온다. 그것도 용사일 무렵 함께 마왕을 처치하던 동료와 닮은 이가. 심지어 얼굴만 닮은 것도 아니다. 꿀 떨어지는 목소리, 개 같은 성격, 말끝을 늘리는 애교스러운 말투까지. 완전 똑같다. 이 정도면 걔가 차원 이동해서 온 게 아닐까 싶을 정도라 몰래 찔러봤는데……. “으응. 나 불렀어?” 이 또라이는 내 어깨에 얼굴을 비비며 긍정이나 하고 앉아있다. 잠깐, 차원 이동하면 결국 죽지 않나? 이런 미친…. 이 생각 없는 놈을 돌려보내는 것도 머리가 아픈데 설상가상, 이 놈과 똑같은 얼굴을 한 다른 인물이 나타나 인질을 붙잡고 시현을 협박하기에 이른다. “자기야, 살리고 싶어?” “뭘 원하는데.” “쉬워. 자기가 직접 나한테 오기만 하면 돼.” 고민의 시간은 짧았고, 시현은 그를 지키고자 최선의 선택을 하는데…. *** 시선이 마주친다. 쾌청한 하늘 같기도 하고, 물결치는 바다 같기도 한 눈동자는 호소하고 있었다. 가지 말라고. 제발, 이리로 오라고. 애달픈 눈빛에 손끝이 움찔거렸다. 손에 힘이 들어갔다. 움직이는 루블리안의 목울대는 여전히 피를 삼키고 있는 것 같았다. 이 거리에서도 저런 상태인데, 더 가까이 가면 어떻게 될지 뻔했다. ……그래도 여기에 계속 있는 것보단 낫겠지. 우리는 서로를 믿는 동시에 믿지 않았다. 이 모순된 문장이 우리라서, 우리니까, 우리에게 허용됐다. “루블리안.” 최대한 상냥하고 부드럽게 이름을 입에 머금자, 루블리안이 멍하게 눈을 깜빡였다. 그 빈틈을 노렸던 나는 손으로 그의 눈을 가리며 온몸이 치료되게끔 치유를 썼다. 단 한 번도 다정히 이름을 부르지 않은 게 도움이 될 줄은 몰랐다. 무어라 말을 붙이기 힘든, 그런 기분이다. 나는 원래 걸었던 보호 마법 위로 슬립 마법을 중첩했다. 그와 동시에 신성력으로 만든 장벽도 없앴다. “안녕.” 점점 정신이 혼미해지는 루블리안에게 자그마한 속삭임을 건넸다. 만난 지, 하루도 채 되지 않아서 건넨 작별 인사이기도 했다.

악녀와 남주의 숨겨진 딸로 태어났다
3.5 (3)

이미 완결된 소설 속 엑스트라로 태어났다.주연들은 모두 각자의 해피엔딩을 맞이한 뒤.어떠한 사건도 없이 할아버지와 함께 평화롭게 살아가던 어느 날.갑자기 원작 남주가 나를 찾아와 무릎을 꿇었다.“……?”이게 무슨 상황이지?“……네가.”말없이 속눈썹을 파르르 떨던 남주가 말했다.“마리에트의 딸이구나.”툭-나는 들고 있던 화관을 손에서 떨어뜨렸다.마리에트가 누구인가.모든 것을 잃고 비참한 최후를 맞이했던, 원작 악녀의 이름이 아닌가.그런데, 내가 마리에트의 딸이라고?이런 미친 소리가 다 있나.남주가 완결 이후 돌아버렸는지에 대한 여부로 진지하게 고민하던 그때.남주는 처연히 눈물을 떨구며 말했다.“그리고…… 내 딸이기도 하고…….”……네?!“이제야 너를 만나는구나. 내 자식이 있는 줄도 모르고 있었다니……. 아가, 사실 내가 네 아버직!!”남주가 애절하게 말을 잇던 그 순간.까앙-!갑자기 튀어나온 짱돌이 남주의 뒤통수를 있는 힘껏 후려쳤고.철퍼덕-머리통을 가격당한 남주는 그대로 기절하며 흙바닥에 얼굴을 처박았다.“이 망할 자식이, 어디다 손을 대!”그리고 얼굴을 시뻘겋게 붉힌 할아버지께서 등장하시어 마구 고함을 지르기 시작하셨다.“은혜도 모르는 금수 같은 놈이, 내 딸이 네놈 때문에 얼마나 고통받다 떠났는데 어딜 염치도 없이 찾아와?!”나는 바닥에 무참히 얼굴을 박은 남주와, 이번엔 더 큰 돌을 들고 와서 씩씩거리시는 할아버지를 아연하게 바라보았다.꿈에도 그린 적 없던 출생의 비밀이 밝혀지는 순간이었다.#악녀와 남주의 딸 #아빠 관심 따위 필요 없음 #그냥 할아버지랑 살고 싶은 여주 #아빠 잡는 외할아버지 #전직 악녀 아버지 #찌질과 혈압 사이 후회아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