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이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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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부대공의 아내는 다른 꿈을 꾼다
1.5 (1)

“저는 반드시 당신과 결혼해야 해요. 단지 그뿐이에요.” 데미안 프리데인. 얼음처럼 차가운 북부의 대공. 나를 두 번이나 죽인 그 남자와 결혼했다. 그의 완벽한 아내가 되어, 이번 생에서만큼은 필연적인 죽음을 피하기 위해서. “내가 원하면 언제든 고분고분하게 구는 것. 그게 내가 원하는 완벽한 아내란 말입니다.” “당신 참 달콤하군요, 유리아. 우아하고 도도하게 굴던 얼굴이 이렇게 엉망이 된 걸 보니……. 참 달콤한 기분이 들어.” 사랑 없이 함께하는 것도, 그보다 더한 일도 참을 수 있었다. 모든 건 내가 살아남기 위함이니까. 적어도 처음엔 그렇게 생각했었다. “왜 직접 구하러 왔냐고? 그럴 수밖에 없었어, 유리아. 당신이니까.” “내게 약속해주세요. 당신의 마음이 정해지는 그날까진, 내 곁에 있어 주겠다고.” 늦겨울 햇살에 얼음이 서서히 녹듯, 날 죽인 그 남자도 조금씩 녹아가고 있었다.

당신의 죽음을 원했던 나는

‘지금 실컷 즐겨둬. 네 삶은 이미 끝났으니까, 아제르 하이데.’ 머지않아 찾아올 그의 죽음을 기대하며, 어느새 입술에 닿은 그의 입술의 감촉을 느끼면서 칼리오페는 눈을 감았다. 마지막 순간까진 그 누구에게도 보여주지 않을, 승리의 미소를 마음속에 띄우면서. *** “아제르 하이데를 죽이는 건 나여야만 해.” 가문의 원수, 가족의 원수, 부모님의 원수. 칼리오페에게 그 이름은 저주와도 같았다. “헤멜릭 백작가의 유일한 후계자인 내 손으로 그자를 없애서, 부모님과 가문의 원수를 갚을 거라고.” 내게서 모든 걸 빼앗은 아제르 하이데를 자기 손으로 죽이고, 하이데 가문을 산산조각 내겠다고. 그걸 위해서라면 뭐든 하겠다고, 칼리오페는 스스로에게 맹세했었다. 그녀가 원하는 건 그거 하나였다. 아제르가 천천히 죽어가며 살기 위해 발버둥 치는 모습. 어차피 죽음은 예정되어 있고, 그 결말은 절대로 바뀌지 않을 테니까. “그리고 그자가 마지막 숨을 뱉으며 고통 속에 죽어갈 때, 귀에 대고 말해줄 거야. 널 죽인 건 다른 누구도 아닌 바로 나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