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본 도서는 이용가 수정된 개정판입니다.원하는 건 다 가질 수 있는 집안에서 태어났지만 한 가지가 부족해 삶이 지루한 서준. 그에게 세상은 시시하기만 했다. “지원이라는 아이는 어떤 아이야?” 회색빛 세상에 빛을 몰고 온 소녀. 처음엔 호기심이었다. 그녀를 입에 올릴 때마다 변하는 민규의 표정이 신기해서. 그러나 그녀를 처음 만난 날 다시 승부욕이 들끓었다. 지원의 시선을 저에게만 향하게 하고 싶었다. 저 눈빛, 저 친밀함, 저 다정함……. “내 거야.” “절대 안 뺏겨. 넌 내 심장이야.” 그가 만든 새장에 가두고 보호하는 게 그에겐 사랑이었다.“네가…… 이제 무서워. 무서워지기 시작했어. 이건 사랑이 아니잖아.”신뢰가 무너졌다며 떠나겠다는 그녀. 그 말은 핑계로밖에 들리지 않는데, 지원은 그런 그가 끔찍하다고 한다. 그는 처음으로, 진심으로 슬퍼서 울었다. 이지원이 미웠다. 저를 버리고 간 그녀가. “나…… 기다릴 수 있어. 나를 떠난 네 사랑이, 그 마음이 변해서 나에게 다시 돌아올 때까지.” 지원 없이는 한순간도 행복할 수 없었다.서준은 지원을 만난 이래 단 하루도 포기한 적 없는 사랑을 다시 피웠다.지독한 사랑이었다.
“난 보상이 필요해.” 7년을 친구라는 이름으로 서연의 곁을 지켰다. 껍질 속에 자신을 감춘 서연이 용기를 내 다가오길 바라면서. “그럼 나랑 자.”초점이 사라진 눈동자가 집요하게 서연의 입술을 응시했다. “이렇게 밀어붙이지 마. 난 아직 대답 안 했어.”“싫다고도 안 했지.”그의 거칠고 뜨거운 숨결이 뺨에 뿌려지자 서연의 눈빛이 흔들렸다. 서연의 동요를 읽은 순간, 그는 망설임을 버렸다. 태하의 입술이 귓불과 목선을 끈적하게 오가다 다급해진 손길로 옷을 벗기 시작했다. 서연은 힘겹게 그를 붙잡고서 물었다. “이러면 이제 우리의 약속은 없어지는 거지?”“서연아.” 멈칫한 그의 입술이 삐뚜름히 말려 올라갔다. “한 입으로 두 말 안 해.” 곧장 입술이 삼켜졌다. 서연은 그가 몰아붙이는 기세에 당황하면서도 온몸으로 퍼지는 저릿한 열감에 몸을 떨었다. 드디어 서연이 미끼를 문 날이었다.
“쉿. 괜찮아.”거울을 통해 시선이 부딪치자 지안은 부끄러워 고개를 돌렸다. “이건 너무 부끄러워.”두 사람의 시선이 거울을 통해 다시 얽혔다. 오늘따라 부드러우면서도 지배적인 그의 눈빛은 짙은 소유욕과 질퍽한 욕망을 드러내고 있었다. “더 야한 것도 할 수 있는 사이야.”지안의 말 한 마디에 순종하던 남자는 없었다. 대신 한 마리 굶주린 짐승이 잡아먹을 듯 으르렁대며 허락을 구했다. 지안은 전율에 몸을 떨었다. 그러나, “미안하다.”사랑만을 속삭일 것 같던 남자는 사라졌다. “……이혼하자.”9년 만에 돌아온 그녀는, 그의 첫사랑이었다. 오랜만에 만난 그녀가 단지 반가웠을 뿐이라던 그는…….지안은 심장이 따끔거려 눈물을 멈출 수가 없었다.
“매달려 봐. 내가 그랬던 것처럼.” 집요한 시선이 서진의 몸을 훑어내렸다. 시선이 닿는 곳마다 열감이 퍼져나가자 서진은 견디지 못하고 고개를 떨구었다. “쯧.” 혀 차는 소리와 함께 턱이 위로 들렸다. “날 보라니까 또 말 안 듣지.” 검고 깊은 눈동자와 마주하자 서진은 블랙홀 속에 흔적도 없이 빨려드는 듯한 두려움이 일었다. “다른 새끼랑 바람피웠다간 가만 안 둬.” 부드러운 말투와 달리 그의 입에서 나오는 말들은 잔인했다. “널 안을 수 있는 건 나뿐이야.” “…….” “명심해.” 사랑을 잃은 자리엔 집착과 소유욕이 똬리를 틀고, 기이하게 비틀린 사랑은 서진의 가슴을 사정없이 할퀴어 상처를 냈다. 서진은 울지 않기 위해 기를 썼다. “넌 내 거야.” 그를 버리고 떠났다. 그의 아버지에게서 돈을 받았고, 후회하지 않았다. 그러나 3년 만에 돌아온 서진 앞에 나타난 그는 위험한 집착을 보이는데. “다시 시작해. 내가 널… 망쳐 버리기 전에.”
“화가 났어?” “아니.” 답한 무혁은 지호의 입술을 진득하게 빤 뒤 놓아주었다. “근데 왜 화가 난 거 같아?” 넌 알까. “그냥…… 안달이 나서.” 생기를 잃고 시들어 가는 너를 발견한 순간, 유치하게 심술궂어지는 나를. “네가 다른 곳을 보니까.” “내……가?” “보는 것까진 이해하는데.” 무혁은 지호의 뺨에 달라붙은 머리칼을 다정하게 떼어주며 말을 이었다. “울타리는 넘지 마.” 의심받는 말에 지호는 억울한지 눈물까지 글썽였다. 무혁은 지호의 눈을 빤히 응시하며 뒷말을 이었다. “그땐 안달에서 끝나지 않을지도 몰라.” 알고 있었다. 지금 제가 억지를 부리고 있다는 것을. 지호가 바람을 피운 것도 아니고, 저를 향한 사랑스러운 눈동자가 빛을 잃은 것도 아닌데. 그럼에도 초조하고 안달이 나는 건……. “미친 새끼.” 제가 미친놈이어서다. 왜일까. 지호가 그에게서 날아갈 것 같은 불안감이 든 건. 그 예감이 현실이 된 순간, 그는 지호에게 잔인해지기로 했다. “오빠, 제발…….” “두려워?” 난감한 시선이 지호를 일별했다. “왜일까. 궁금해서 미칠 것 같던 때가 있었지.” 버티고 있는 지호를 어떻게 요리할까 고심하는 눈빛으로. “그러다…… 나중엔 생각 자체를 지웠어.” “…….” “그게 무엇이든.” 마주 응시한 그의 시선이 차갑게 일렁였다. “용서하지 않기로 했거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