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전국 사막의 신녀에게 집착하는 황국의 황제 데미안과 죽지 않는, 죽어도 다시 살아나기를 반복하는 신녀 레일라. *** “내가 교만한 것인지, 네가 건방진 것인지.” 겁을 줘도 뱉은 말을 철회하지 않는 고집스러운 레일라를 보며, 그는 아주 작은 흥미가 일었다. “오만한 내 보기에는 후자인데.” 전쟁의 마무리가 슬슬 지루해가던 중이었다. 무심한 이 표정을 일그러트리고 난 뒤에 죽이는 것도 나쁘지 않았다. “내 뜻대로 되지 않는 것이, 없다는 것을 보여주고 나면. 네년을 사자 우리에 집어 넣어주마.” 그는 그녀가 살려달라고 비는 꼴이 보고 싶었다. 하늘의 사랑을 받는다는 계집이 바닥에 설설 기어 다니는 꼴을 보면, 기분이 괜찮을 것 같았다. *** 레일라는 이해가 가지 않았다. 황제가 하는 모든 행동이 납득이 가지 않았다. 왜, 같은 침상을 써야 하는지. 왜, 그녀의 먹는 것을 챙기는지. 그러나, 깊게 생각하지는 않았다. 기회가 되면 발코니에서 뛰어내리면 그만이니. 그게, 죽음에 숙련된 그녀의 기본자세였다.
가족과 연인이 죽임을 당하고, 억지로 후작 부인이 된 지젤은 살아야 할 이유를 찾아냈다. “이렇게, 나만 잃고 끝낼 수는 없어요.” 그녀는 기억을 잃은 척 복수를 위해, 본인을 희생해 나아갔다. 지젤은 멈추지 않았다. 5년이 지나고, 복수의 끝에 다다른 그녀 앞의 나타난 황태자가 죽은 정인과 너무 닮기 전까지만 해도. *** "내 이제 절개를 지키는 고상하신 후작 부인 건들지 않도록 하지.“ 씨근덕거리는 다이한 후작의 말에 지젤은 웃었다. 그 너그러운 배려에 감동했다고 조롱할 수 있었다. ”나는 너에게 미안하다 사과할 수 없어.“ 다이한이 그녀의 손을 차마 잡지도, 놓지도 못하고 처연하게 중얼거렸다. ”그걸 듣고 나면, 넌 날 떠날 거니까“ 이제 와 애절한 척하는, 가증스러운 말에는 웃지 못했다. *** 죽은 줄 알았던 옛 연인. “넌 오늘 이대로 식장에 들어서서 후작가의 어여쁜 새신부가 되고.” 미하엘이 웨딩드레스를 입은 지젤을 보며 말을 이었다. “내일은 비운의 과부로 남을 텐데.” 그렇게 그리워하던, 사랑하던 사람과 너무도 닮은 황태자. "후작 부부께서 그리도 금슬이 좋다고 하니, 배워볼까 싶었는데." 그 얼굴로 이죽거리는 너무도 다른 사람. "어찌나, 애틋하신지. 그 먼 황국까지 소문이 자자하던데." 원망이 가득한 얼굴로 그녀를 비난하는 황태자. 서로의 후회가 엉킨 세 사람은 원하는 바를 되찾기 위해 멈추지 않았다.
※ 본 작품은 리디 웹소설에서 동일한 작품명으로 15세 이용가와 19세 이용가로 동시 서비스됩니다. 연령가에 따라 일부 장면 및 스토리 전개가 상이할 수 있으므로, 연령가를 선택 후 이용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연석아, 이 세상엔 나쁜 사랑이 존재해.” 서로를 갉아먹는 감정이라, 사랑이라고 부르기도 뭐한 그런 거. “너랑 나도 그런 관계야.” 스무 살의 김윤하는 알고 있었다. 그렇게 매몰차게 떠나 버리면 홀로 남은 정연석은 정말 죽을지도 모른다고. 그는 불안정했고, 거지 같은 상촌에서 둘은 서로에게 유일한 위로가 됐던 사이니까. 그러나 그걸 알면서도 그녀는 자신을 위해 뒤돌아보지 않고 떠났다. 제가 모질게 버렸던 정연석과 다시 재회하게 될 줄 모른 채로. “안녕, 윤하야.” 스물다섯의 김윤하는 마음 깊이 후회했다. 책임지지도 못하면서 사랑한다고 속삭인 건 죄였다. 정연석과는 아무것도 하지 말았어야 했다. “미리 말해 두는데, 난 네가 겁을 좀 먹었으면 좋겠어.” 연석은 윤하를 단단히 움켜 안으며 경고했다. “이번엔 네 마음대로 나 못 버리게.” “불쌍한 우리 윤하.” 어쩌다 이런 미친 새끼랑 엮여서는.
※ 본 작품은 동일한 작품명으로 19세 이용가와 15세 이용가로 동시 서비스됩니다. 연령가에 따라 일부 장면 및 스토리 전개가 상이할 수 있으므로, 연령가를 선택 후 이용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1년만 내 아들 좀 거들어 주다가 돌아와. 보수는 깔끔하게 딱 백만 달러, 어때?” 한 달 만에 비서를 일곱 번 갈아치운 그렉윈저가의 망나니, 데미안. 하지만 유정에겐 그저 연봉 백만 달러로 보일 뿐. 결국 그녀는 에드위나 회장이 내민 데미안의 개인 비서직 계약서에 서명한다. 하지만, 계약서에는 두 배의 위약금이 걸린 ‘연애 금지’ 특약이 있는데……. * * * “전 위약금 낼 돈이 없어요. 그래서 사장님이랑…… 연애는 못 해요.” “안 사귀는데, 나한테 마음이 없는데 왜 한 거야?” 조용히 되묻는 데미안은 굉장히 차분해 보였다. 적어도 겉보기로는 그랬다. “계약서에 육체적 관계에 대한 언급이 없는 터라, 그건 괜찮을걸요?” 자세히 한번 보세요. 유정이 손에 쥐고 있던 태블릿 PC를 데미안의 바로 앞에 내려놓았다. 그렇지만 데미안은 그걸 거들떠도 보지 않고 휙 뒤집어 버렸다. “그러니까.” 뒤집어진 태블릿 PC를 꾹 누르는 커다란 손등에 푸른 핏줄이 불거졌다. “네 말은.” 그가 유정의 얼굴에서 눈을 떼지 않은 채 어금니를 지그시 깨물었다. “날 그렇게 건드려 놓고.” 말을 하다 말고 자조적인 웃음을 터트린 그가 냉랭하게 말을 씹듯이 뱉었다. “책임질 생각이 없었다. 처음부터?” 데미안의 눈동자가 위험한 빛으로 번들거렸다. “누구 마음대로.”
※ 본 작품은 동일한 작품명으로 19세 이용가와 15세 이용가로 동시 서비스됩니다. 연령가에 따라 일부 장면 및 스토리 전개가 상이할 수 있으므로, 연령가를 선택 후 이용해 주시기를 바랍니다. ※ 본 작품에는 강압적 관계 및 물리적 폭력 등 비윤리적인 묘사를 일부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용에 참고 부탁드립니다. “강 중장이 널 폐기하려고 해. 힐러인 약혼녀가 널 대체할 모양이던데?” 사람의 뇌를 파먹는 ‘감염자’들이 창궐하고, 이능을 사용하는 ‘각성자’와 ‘힐러’가 공존하게 된 세상. 힐러이자 유일한 보균자, 실험체 A는 결심한다. 쓸모없어져 폐기당하기 전에 먼저 도망치기로. * * * “강 중장, 혹시 약혼해? 그 사람도…… 힐러야?” “그게 중요해?” “그 사람이 힐러라면, 더 이상 내가 필요 없을 테니까. 나, 이제 자유롭고 싶어.” “내가 힐러와 약혼하든, 감염자와 결혼하든 달라지는 건 없어. 넌 지금까지처럼 내 옆에서 계속 살 거니까.” 강현호의 새카만 눈동자가 위험한 빛으로 번들거렸다. 난 너 하나 빼돌리려고 자처해서 개고생까지 하는데, 감히 날 떠나겠다고? 예쁘다고 싸고돌아 준 대가가 겨우 이거라니. “나한테 원하는 게, 정확히 뭐야?” 그는 피로함을 감추지 못했다. 뭘 원하느냐는 질문 자체가 잘못되었다. 정말이지, 방울이는 이 기회에 본인의 주제를 알아야 했다. “방울아. 내가 아니었으면, 넌 진작 죽었어.” 너도 모르는 사이에, 이미 죽었을 거라고. 그가 다소 과격하게 그녀의 턱을 잡아채며 속삭였다. “그러니 엄밀히 말하면, 네 전부가 이미 내 거야.” 방금까지만 해도 애틋함 가득한 눈으로 그녀를 보던 강현호의 입가에 싸늘한 미소가 자리했다. “그런데 내가 너한테 뭘 원하겠어? 아니, 내가 원한다 한들, 네가 뭘 줄 수 있어?” “……뭐?” “애초에 네 건 하나도 없었어. 네 몸, 머리카락 한 올, 내뱉는 숨결…… 전부 다 내 소유라고.” 逃脫 혹은 盜奪. 도망하여 벗어나거나 혹은 훔쳐 빼앗거나.
※본 작품에 등장하는 모든 인물, 지명, 사건은 창작된 허구이며, 실제 존재하는 인물이나 단체, 지역과는 무관합니다. ※일부 무속 관련 용어는 국립민속박물관에서 발행한 『한국민속대백과사전-무속신앙』을 참고하였으며, 작품 속 설정은 실제 무속 신앙과는 차이가 있을 수 있습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뒤 시작된 거지 같은 대망도 생활. 유산을 노리는 폭력적인 작은아빠, 무당인 할머니, 이주아의 고통을 모르는 척하는 사촌과 추근대는 소정후까지. 모두가 주아를 괴롭혔지만, 백여준만은 아니었다. 백여준이 다정하게 눈 맞추며, 웃음기 서린 목소리로 자신을 부를 때면, 짧게나마 숨이 트였다. “나 죽으면, 네가 우리 엄마 딸 했으면 좋겠다.” 마음 아픈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는, 죽음을 앞둔 본인보다 남겨질 사람들을 먼저 걱정하는 내 첫사랑. 그런 여준과 하루라도 더 같이 있고 싶었다. 그래서 주아는 백여준의 양친이 할머니를 찾아와, 아들을 살려달라며 빌다가 쫓겨나는 걸, 조용히 두고만 볼 수가 없었다. “아주머니가 정말 뭐든 하실 생각이면, 가서 빌어 보세요.” 주아는 여준의 부모님에게 할머니가 가장 두려워하는 버려진 서낭당을 알려준다. 그리고 기적적으로 살아 돌아온 백여준은 어딘가 달라졌는데…. “백여준. 내가 예전에도 서낭당은 위험하다고, 함부로 드나들지 말라고 했잖아. 얼른 나….” “그렇게 잘 알면서.” 예고 없이 흘러나온, 그윽하면서도 부드러운 목소리가 주아의 재촉을 잘라먹었다. “다 알면서도.” 나직한 음성이 고막을 간질이다 사그라지며, 오묘한 여운을 남겼다. 크게 소리를 낸 것도 아닌데, 과할 정도로 또렷하게 들려서 온몸의 솜털이 삐쭉 곤두섰다. “가서 빌어 보라고, 등 떠밀었던 이유는 뭘까.” 백여준의 까만 눈동자가 묘한 빛을 머금고 번득거렸다. 일러스트: 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