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이 되고 싶었다.누구보다 좋은 시를 쓰는 시인이...하지만 현실은 시만 잘 쓴다고 되는 게 아니었다모든 걸 잃고비가 쏟아지는 건설 현장에서 자재를 나르다 안전장치 하나 없는 계단에서 그만 미끄러졌다[당신의 시와 시인으로서의 성품은 빛이 날 정도로순수하지만, 그저 그것뿐이다. 가난한 시인은 블랙홀속에 빛일 뿐이다.]상업적인 제안을 건네던 한 사업가의 충고가 마지막 순간 뇌리에 스친다눈앞이 점점 흐릿해진다.의미 없는 깨달음에 웃음이 나왔다.마치 모니터가 끊기듯 세상이 나와 끊어진다'내게... 한 번의 기회가 더 있다면...'
<개정판|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최진영은 고정화되고 정형화된 모든 것을 뒤집어보고 거꾸로 보는 매서운 눈썰미를 지녔다.” _공지영(소설가) - 제15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 개정판 - 세상에서 가장 ‘못된’ 소녀의 지독한 성장기! 2006년 〈실천문학〉 신인상으로 등단해 독보적인 작품 세계를 구축해온 최진영의 첫 번째 장편소설이자 제15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인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이 개정판으로 다시 찾아온다. 예심 심사위원은 물론 황현산, 공지영 등 본심 심사위원의 만장일치로 당선된 이 작품은 신인답지 않은 거침없는 문장과 이야기의 탁월한 구성력이 심사 내내 화제를 일으켰다. “서너 페이지에 한 번쯤, 그 자체가 목적인 아름다운 문장들 때문에” 호흡을 가다듬게 하고, 무거운 소재를 리듬감 있게 매만지는 야무진 솜씨는 작가의 재능과 문학적 미덕이 무엇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은 스스로 동심(童心)을 거부한 소녀의 눈을 통해 서늘한 현대 사회의 풍경을 서정적이면서도 정교하게 묘사하고 있다. 1996년 제정된 한겨레문학상은 《나의 아름다운 정원》의 심윤경, 《삼미 슈퍼스타즈의 마지막 팬클럽》의 박민규, 《표백》의 장강명, 《다른 사람》의 강화길, 《체공녀 강주룡》의 박서련, 《코리안 티처》의 서수진, 《불펜의 시간》의 김유원 등 한국문학의 새로운 지형도를 그린 많은 작가를 배출하며 독자들의 꾸준한 사랑을 받았다. 최진영의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은 2010년 당시 “말을 다루는 재주와 신선한 감수성이 빼어나다”라는 평을 받으며, 200편의 경쟁작을 물리치고 당선되었다.
<끝나지 않는 노래> <추천평> 최진영의 첫 번째 소설을 읽었을 때 참 독하다, 했다. 제 몸에 돋은 가시를 숨길 줄도 모르고, 제 몸에 돋은 가시로 저 스스로가 찔린 상처를 감출 줄도 몰랐다. 실은 알았으나 숨기고 감출 생각이 없었던 것일 터이다. 최진영은 당당하게, 할 수 있는 만큼의 목소리를 내 아프다 했고, 슬프다 했고, 세상이 부당하다 했다. 머뭇거림이 없었다. 최진영의 두 번째 소설을 기다리고 기대했다. 이 소설은 대를 물려 이어가는 여인들의 수난사다. 제 인생을 간장 종지에 담긴 까만 간장처럼 여기는 여인들의 이야기다. 그 좁은 그릇에 갇혀 짜고 어둡고 독한 맛이 세상 전부인 줄 알고 살아가는 여자들의 이야기다. 그러면서도 다음 생의 딸들은 꽃처럼 살기를 바라는, 아무한테도 미움 받지 않고 봄마다 활짝 피어나라고 염원하는 슬픈 여인들의 이야기다. 그러니 이것은 나의 이야기고 당신들의 이야기다. 나의 역사이고 당신들의 역사이기도 하다. 책을 덮으며, 어쩔 수 없이 탄식하게 되는 말. 나의 딸들아……. 내 딸의 연인들과 나의 연인들아……. 사랑이 아픈 것은 세상이 슬프기 때문이 아니겠는가. - 김인숙(소설가) 난 이 소설을 누워서 읽다가 벌떡 일어나 앉아버렸다. 그래, 이야기다! 결국, 우리를 움직이게 하는 건 바로 이야기다. 아주 오래전이지만 사라진 과거에서 시작된 이야기는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지금까지 이어져온다. 그 연속성 속에서 지금의 20대와 20세기 초 20대를 보냈던 그들의 삶이 중첩된다. 그래서 “두자”는 고유명사가 아닌 일종의 상징이 된다. 세대 간 놓인 몰이해의 벽은 할머니, 딸, 손녀의 삶을 통해 무너져 내린다. 문제는 세대 간의 격차가 아니라 그들을 몰아 부친 세상에 있다. 최진영이 이렇게 놀랍도록 마술적인 사실주의를 그려내리라고는, 차마, 짐작치 못했다. 예기치 못했던 이야기의 아름다움에 대해, 그리고 그 아름다움이 준 감동에 대해, 토닥토닥 두드려주고 싶다. - 강유정(문학평론가) “이것은 나의 이야기고 당신들의 이야기다” 제15회 한겨레문학상 수상작 《당신 옆을 스쳐간 그 소녀의 이름은》의 작가 최진영의 두 번째 장편소설 《끝나지 않는 노래》가 출간되었다. 이 소설은 거의 100년 동안 대를 물려 이어가는 3대 여인들의 수난사다. 제 인생을 간장 종지에 담긴 까만 간장처럼 여기는 여인들, 좁은 그릇에 갇혀 짜고 어둡고 독한 맛이 세상 전부인 줄 알고 살아가는 여자들의 이야기다. 그러면서도 다음 생의 딸들은 꽃처럼 살기를 바라는, 아무한테도 미움 받지 않고 봄마다 활짝 피어나라고 염원하는 슬픈 여인들의 이야기다. 아주 오래전이지만 사라진 과거에서 시작된 두자의 이야기, 쌍둥이 엄마인 수선과 봉선의 이야기는, 지금 대학생으로 살아가는 은하의 이야기로 이어진다. 이 소설은 “결코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이 노래. 사랑한다고, 사랑한다고 말해야 했던,” 그러나 가슴 아픈 이야기들을 마음에 담아둔 채 하지 못한 그녀들의 이야기를, 작가 특유의 정갈하면서도 단정한 문장으로 편하게 들려준다. 하나하나 문장들을 따라가다 보면 가슴이 아련해지는 여자들의 삶 이야기를, 엄마들과 딸들의 다양한 인생 이야기를 만나게 된다. 삶 자체가 계속 변주되며 끝없이 지속된다는 이야기를, 엄마와 딸들의 상처 많고 굴곡진 삶을 통해 세밀하고도 내밀하게 그려낸다. 소설을 읽다보면, 각 시대를 대변하는 두자, 수선, 봉선, 은하에 대한 삶이나 시대적 배경, 심리묘사, 그리고 그 시대를 아우르는 분위기와 짧지만 툭툭 뱉는 것 같은 리얼한 대사들을 통한 작가의 입담에 놀라게 된다. 그리고 삼십대 초반이라는 그녀의 나이에 한 번 더 놀라게 된다. 몇 편의 단편 등을 통해 2011년 한국일보문학상 후보에 오르고, 현대문학상 우수작에 선정된 그녀는, 동년배 작가들과 구별되는, 그녀의 스타일로 무게감 있는 소설을 쓰고 있는 유일한 작가가 아닐까 싶다. 삼대를 통한 깊이 있는 여성 이야기를 담아낸 그녀는, 이번 소설로 그녀가 그릴 수 있는 최대치의 세계를 보여주고 있으며, 더 넓게 그리고 더 깊은 소설로 우리에게 다가올 것이라 믿는다. 100년 동안 이어온 엄마와 딸들의 이야기, 마술적 리얼리즘으로 그려내다 이 소설은 1927년에 내성면 두릉골에서 태어난 두자를 시작으로 그녀가 우여곡절 끝에 낳은 쌍둥이 수선과 봉선, 수선의 딸인 고시원에 사는 대학생 은하와 군대에 가 있는 봉선의 아들 동하까지의 이야기를 1930년대부터 2011년 현재까지 현실적으로, 아름다우면서 쓸쓸하게 담아낸다. 전근대시대부터 산업화 시대, 그리고 현대까지 각각 인물들의 삶의 역사와 맞물리며 전개되는 이야기들 속 작가의 시선은 때론 놀랄 만큼 정교하고, 놀랄 만큼 현실적이면서도 비현실적이다. 각각의 인물들을 통해 그 당시의 시대상과 생활상을 정확하게 그려내며, 100년 전의 세계나 지금이나 크게 바뀐 게 없는 세상이라는 것을 여성의 삶들을 통해 리얼하게 보여준다. 이 소설의 주인공은 두자이기도 하고, 수선과 봉선이기도 하고, 은하이기도 하다. 소설 속 인물들은 각자 자신의 삶을 열심히 개척하며 살아가지만, 사실 그들은 자기 속마음의 일부도 말하기 어렵고, 자신의 삶 자체를 자신의 몫으로 꾸려갈 수도 없으며, 누군가에 의해 결정되고 또한 그것을 묵묵히 받아들인 채 살아가고 있다. “그러니 이것은 나의 이야기고 당신들의 이야기다.” ■ 주요 내용 은하는 친구와 친구 아버지가 교통사고로 죽은 날부터 계절이 변할 때마다 유서를 썼고 그것을 늘 지니고 다녔다. 은하의 할머니 두자는 1927년 내성면 두릉골에서 장씨 집안의 넷째 딸로 태어났다. 두자 엄마는 두자를 낳은 다음 해에 아들을 낳다가 죽고, 할머니는 남동생 장수만이 최고라며 애지중지 아끼며 키운다. 오 년 후 손자 하나로는 불안하다며 작은며느리를 들인다. 동생 장수는 열일곱 살에 일본군에 징집되어 갔다가 일 년도 되지 않아 재가 되어 돌아온다. 두자는 새엄마가 소개해준 사람과 얼굴 한 번 보고 시집을 간다. 두자는 시어머니의 괄시를 받으며 묵묵히 일을 하고, 밤에는 마실을 다니며 남편 태철과 몰래 사랑을 나눈다. 그러나 전쟁으로 시아버지와 시동생, 아들 만석까지 잃는다. 휴전 후 반년이 지나 살아 돌아온 남편은, 아이를 가진 둘째부인을 데리고 온다. 남편의 손을 물어뜯고 집을 나온 두자는, 아랫동네 직물공장에서 베 짜는 일을 시작하고, 이 년 후 쌍둥이 수선과 봉선을 낳는다. 공장생활도 아이 키우는 것도 제대로 못하던 두자는, 씨받이로 창락골로 들어가고, 큰집에서 내준 움막집에 산다. 둘째부인이 돈을 갖고 도망간 후 폐인이 된 태철이 두자를 찾아오고, 큰집 형님이 아들을 낳은데다가 태철과의 일이 알려지면서, 큰집에서 쫓겨난 두자는 쌍둥이와 불을 내서 죽으려 한다. 태철의 집에 들어가 같이 살게 된 두자와 쌍둥이들은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공장에 다니며 집안 살림을 돕는다. 봉선이는 내 인생은 내 몫이라며, 월급을 받은 날 대구로 도망가고, 수선이는 공장에 다니다가 엄마가 소개해준 남자를 세 번 만나고 결혼한다. 결혼 후 수선의 남편 명호는 사우디로 돈을 벌러 가고, 시집에서 사는 3년 동안 수선은 자신이 다른 사람 자리에 대신 살고 있다고 생각한다. 남편이 돌아와 모은 돈으로 산 집이 부실공사로 망가지고, 아이를 낳은 수선은 홀로 아이를 데리고 두자네 집으로 내려온다. 공장에 다니며 은하를 키우게 된 수선과 동하라는 남자아이를 데리고 수선의 집으로 찾아온 봉선. 은하에게는 쌍둥이 엄마가 생긴다. 혼자 먹는 밥보다 같이 먹는 밥이 맛있다는 것을 가르쳐준 엄마들. 은하는 열심히 아르바이트를 하고 고시원에서 대학교를 다니며 살아간다. 어느 날 은하가 사는 고시원에 불이 나는데…….
<겨울방학> "“겨울에는 작은 눈사람 두 개를 만들어서 넣어 두기도 했다.” 방학 없는 지친 삶과 숙제처럼 남은 관계 속에서 작게 빛나는 마음을 건져 올리는 최진영식 보물찾기 장편소설 『해가 지는 곳으로』를 통해 순도 높은 사랑을 선보이며 독자의 마음을 사로잡았던 작가 최진영의 신작 소설집 『겨울방학』이 출간되었다. 『겨울방학』은 『팽이』 이후 6년 만에 묶는 그의 두 번째 소설집이다. 6년의 시간을 통과하며 최진영은 그가 언젠가 인터뷰에서 했던 말처럼(“이제 막, 1초가 지났어.”) 신중하게 눈을 한 번 깜빡인 것 같다. 폭력과 고통의 세계를 거침없이 펼쳐 보였던 이전과는 조금 달라진 자세와 눈빛으로 우리의 아홉 살을, 열두 살을, 그리고 현재를 바라본다. 세계의 불행과 가혹함보다 그 시간을 통과해야만 하는 이들의 말 한마디와 걸음걸이, 쪼개어 자는 잠을 관찰한다. 사랑하면서 미워하고, 착하면서 나쁜 마음의 모양들을 소중히 보관한다. 소설집 『겨울방학』을 읽는 일은 바닥에 주저앉아 모래와 먼지를 헤치고 보물을 찾는 일과 닮았다. 날이 어두워지고 손이 더러워지더라도, 뒤섞이고 탁한 바닥에서도 우리는 결국 작게 빛나는 것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
<이제야 언니에게> “언젠가는 너를 만나러 갈게. 내가 꼭 너에게 갈게.” 이제야 말할 수 있는, 끝낼 수 없고 끝나서는 안 되는 이야기 신동엽문학상, 한겨레문학상을 수상하고, 섬세한 감수성과 거침없는 서사로 한국문학에서 주요한 자리를 획득한 작가 최진영이 창비가 새롭게 선보이는 경장편 시리즈 ‘소설Q’의 첫번째 작품으로 신작 소설 『이제야 언니에게』를 출간했다. 주인공 ‘이제야’의 일기 형식으로 전개되는 이번 소설은 성폭력 피해생존자의 내밀한 의식과 현실을 정면으로 주파한다. 『문학3』 온라인 지면을 통해 연재할 당시, 독자들로부터 ‘이 소설을 통해 우리를 둘러싸고 있는 공기가 조금이나마 바뀌었으면 한다’ ‘가해자 중심의 언어를 되살려서 보여주는 끔찍하고 슬픈 이야기에 감탄한다’ 등의 찬사를 받았던 작품을 완전히 새롭게 탈고하였다. 사회의 어두운 부분을 외면하지 않고, “삶이 무서워서 얼어붙은 사람에게 서슴없이 다가가서”(황현진 발문) 그들의 입장에서 발화하는 최진영의 빛나는 용기가 소설을 읽는 내내 독자의 마음을 등대처럼 비춘다.
<일주일> 성장이란 단어보다 생존이란 단어에 익숙해진 지금 십대들의 ‘일주일’의 표정 “좁은 방을 맴도는 걸 멈추고 다시 의자에 앉으며 말을 걸었다. 우리 조금만 더 친해지자고. 당신의 이야기를 계속해달라고.” 『겨울방학』 『이제야 언니에게』 『내가 되는 꿈』 최진영 신작 소설집 친숙한 단어들이 무섭게 다가왔다. 거리낌 없이 듣고 말하던 단어를 모아서 말도 안 되는 문장을 완성한 것만 같았다. 사망 보도를 본 뒤 틈날 때마다 인터넷으로 관련 기사를 찾아봤다. 표준협약서에는 현장 실습생의 최대 근로시간이 ‘하루 8시간씩 주 5일’이라고 적혀 있었지만 지켜지지 않았다. 사고가 난 기계는 이전에도 여러 번 고장이 났던 기계였다. ―본문 중에서 다시 돌아오기만 한다면 이런 도망은 언제나 환영이다. 짧은 생에 다 품기엔 무겁다 싶을 때마다 넓게 보고 많이 사랑할 것이다. 쫓기는 삶이 안정될 때까지, 가끔은 도망치면서 살길. 이 결심에 죄책감은 느끼지 않기로 했다. ―박정연, 「지금 도망칠 준비가 되면」 [자음과모음 트리플 시리즈]는 한국문학의 새로운 작가들을 시차 없이 접할 수 있는 기획이다. 그 여덟 번째 작품으로 최진영 작가의 『일주일』이 출간되었다. 작품들을 통해 “청년 세대의 고뇌를 진솔한 언어로 그려내며 폭넓은 공감대를 획득”(신동엽문학상 심사평)해온 최진영 작가가 이번에는 성장이란 단어보다 생존이란 단어에 익숙해진 십대 청소년들의 ‘일주일’의 표정을 담아냈다. “당신과 조금 더 친해지고 싶어. 당신의 이야기를 계속 듣고 싶어. 당신이 거기 잘 있으면 좋겠어”라는 작가의 말처럼 그들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지극한 안부를 건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