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열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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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녀로 취직했는데, 마왕 성이었다

어느 날, 즐겨 읽던 소설의 여주인공 ‘데이지’로 빙의했다.원인 모를 불치병을 앓아 예민하고 날 선 황태자와 그를 곁에서 보살펴 주던 하녀가 눈이 맞아 알콩달콩 뜨겁게 연애를 한다는 내용인데…….문제가 있다면 본격적인 전개가 시작되기 전, 조금 어린 모습으로 빙의했다는 거다.그래도 기왕 빙의한 거 잘 살아 보기로 마음먹었다.황궁 취직이야 뭐, 조금 일찍 하면 되는 거지!“도련님, 악! 도련님!”“꺼지라고!”“제발 한 입만요, 이것도 안 드시면 세 끼를 내리 굶으시는 거예요!”“안 먹어! 나가! 꺼져!”그런데 취직해서 만난 남자주인공의 상태가 심상치 않다.폭언은 기본에 기물 파손은 특기, 얼굴조차 제대로 보여 주질 않는다.“너랑 나는 아무 사이도 아니야. 넌 그냥 내 말에 복종해야 하는 사용인이라고.”……얘랑 ‘알콩달콩 뜨겁게’가 가능하긴 한 걸까?‘데이지’ 얘 취향에 문제 있는 거 아니야?* * * “데이지, 넌 날 떠나면 안 돼.”“안 떠나요. 제가 어딜 가요, 도련님.”고생 끝에 낙이 온다는 말은 다 거짓말이다.역경과 고난 끝에 드디어 황태자와 알콩달콩 비슷하게 지내나 싶더니만,“이대로면 아마 올해를 넘기기 힘들 겁니다.”갑자기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이곳은 마계, 당신들이 소위 말하는 ‘악마의 땅’입니다.”게다가 이곳이 황궁이 아니라 마왕 성이라는데…….잠깐만.그럼 내가 지금껏 애지중지 보필한 도련님은 누구야?

잘 키운 아이를 어쩌다 배신해 버렸다

세상에 남은 유일한 용이 된 지 약 300년, 집 삼아 지내는 산속에 웬 아이 하나가 굴러들어왔다. "아가, 도움이 필요하니?" 집 앞마당에서 상처투성이에 지저분하고 깡마른 아이를 발견한 어른 용이 해야 할 일은 아주 간단했다. “보살펴 줄게.” "뭐, 이거 놔!!" “아프게 하지 않을게.” "싫어, 싫다고!"  성체는 어린 생물을 보호할 책임이 있고, 생존에 있어서 어린 생물의 의견은 때때로 묵살되기도 하는 법이다. 용은 반항하는 아이를 안아 들고 집으로 향했다. **** 그랬던 적도 있더랬지. 용은 저도 모르게 첫 만남을 회상하며 눈 앞의 남자를 바라보았다. “살아있었네요.” 남자가 웃었다. 즐거워서 짓는 미소는 아니었다. "죽은 줄 알았는데." "어쩌다 그렇게 생각했어?" "그냥, 그렇게 들었으니까." 대체 누가 그런 말을 했단 말인가. 용은 드물게 당황하며 피치 못했던 잠수를 설명하려고 했다. "저 일하러 가야 하는데." "……."  "더 할 말 없으면 나가줄래요?" 그러나 남자는 기회를 주지 않았다. 귀찮음이 만연한 미소, 불청객을 내쫓듯 성가신 축객령. 8년 후의 만남, 저를 볼 때마다 환하게 미소짓던 아이는 이제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