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를 잃을 수도 있었어.” 카셀이 한 손으로 거칠게 얼굴을 쓸었다. 빈틈없이 밀착된 단단한 가슴에 벌어진 셔츠 사이로 균형 잡힌 근육이 보였다. 그가 어깨에 손을 올리고 레이나의 목덜미에 키스했다. 격렬히 분노하면서도 그의 입술은 그녀를 놓아주지 않았다. 그는 제국의 황제가 될 사람이고, 나는 전생에 그의 어머니를 죽였다. 아버지 그레이 공작은 그의 등에 칼을 꽂을 기회만 노리고 있다. ‘어떻게 내가, 그를 좋아할 수 있을까.’ 레이나는 흐르는 눈물을 하염없이 쏟아냈다. 카셀이 두 볼을 부드럽게 쓸어내려 살며시 턱을 들어 올렸다. “울지 마, 내 허락 없이.”
“날 죽이든지, 길들여.” 아르곤 제국의 침략으로 모든 것을 잃은 암살자 유리안 리하르트. 그녀는 포로가 된 오빠를 구하기 위해 적국의 공작과 혼인해 그를 살해하라는 명을 받든다. 그리고 대망의 첫날밤. 독살을 시도하다 실패하지만, 그의 은밀한 비밀을 알게 되는데……. “블레이크 공작?” “그릉, 그르릉.” 바로 공작이 영원히 죽지 않으며, 자정마다 발정 난 괴물로 변하는 저주에 걸렸다는 것. 결국 유리안은 오빠를 찾아 준다는 조건으로 공작을 길들인다는 계약을 하게 되고. “안 돼!” “앉아서 기다려!” “이제, 그만! 당장 나오지 않으면 다음부터는 안 만져 줄 거야!” 매일 밤 자정, 서슬 퍼런 채찍 소리와 그녀의 목소리가 침실에 울려 퍼지는데…….
[난 조금도 낫질 않았는데 어딜 가겠다는 거지? 명심해. 날 떠나면 대륙 끝까지 가서라도 그대를 찾을 것이다.] 유능한 약제사였던 나는 누명을 쓰고 남편의 손에 독살당했다. 그런데 이게 웬일? 기적처럼 회귀한 내 앞에 병약한 황자 클로드가 나타났다. 전 남편과 파혼이 시급했던 나는, 그의 병을 치료해 주는 조건으로 계약 결혼했는데……. “그대는 이 저택에서 단 한 발짝도 못 나가, 내 허락 없이는.” 클로드의 붉은 눈동자가 미친 광기로 일렁였다. 눈앞에서 완치 증명서가 불태워진 순간, 나는 결심했다. 황자가 잠든 틈에 멀리 도망치기로. 분명 그랬는데……. “겁도 없이 몰래 도망치려 하다니. 이제 나 말고 다른 놈을 치료하고 싶어진 건가?” “……루안, 그놈에게 가려는 건가? 이젠 내가 아니라 그놈을 챙겨 주려는 거야?” “……설마 아니지? 내게 그랬던 것처럼 같이 자고, 만지고, 핥고, 나와 했던 일들을 그놈과 똑같이 할 생각은 아니겠지?” 하. 나를 배신한 가족에게 복수하려던 것뿐이었는데. 집착으로 똘똘 뭉친 그의 애착 인형이 되고 말았다. 복수 후 유유자적 살겠다던 내 로망은……. 과연 이룰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