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 속에서 빛이 번지던 순간, 바네사는 운이 좋은 날이라고만 생각했다. 반딧불이인 줄 알았던 그것이 제 마법임을 알기 전까진. ‘내가 여기에 있다고? 진짜로?’ 대륙 최고의 아카데미 밤베르크. 학비와 생활비를 후원하는 조건은 한 달에 한 번 편지를 보내는 것이었다. 바네사는 익명의 후원자를 위해 가장 고운 종이를 골라 펜을 들었다. [선생님께, 바네사로부터.] *** [그분은 꼭 책 속의 기사 같았어요. 하지만 제가 외모에 넘어갔다고 생각하지 말아 주세요. 정말 대화가 잘 통했다니까요!] 남자는 그때를 회상하며 짧게 웃었다. 그는 봉투 위의 부드러운 글씨를 가만히 들여다보았다. [다정하신 선생님께.] 잠시 갈 곳을 잃은 손이 결국 펜을 쥐어 유려하게 움직였다. 바네사 로즈에게 사로잡혔던 그날의 마법처럼. * 해당 작품은 고전소설 <키다리 아저씨>를 모티브로 하였습니다.
이동마법의 실수로 떨어진 낯선 숲. 하지만 제이드에겐 더 큰 문제가 있었으니, “꿈일 거야. 아니, 꿈이어야 해…." 마법사에겐 생명과도 같은 마력이 모두 사라졌다는 것. 덕분에 숲지기와의 강제 동거가 시작되었다! 사생아란 이유로 가치 증명에 급급했던 삶. 정작 마법을 잃고 하는 일이라곤 조잘대기, 일 벌이기, 사고 치기뿐이지만 그걸로 충분했다. “모자 끈 제대로 묶어.” “넌 너무 조심성이 없어.”. "날 믿는다고 했잖아, 제이드." 비워야만 도리어 채워지는 게 있으니까. 하지만 일순 절 삼키려던 몬스터 앞에서 무력해졌을 때, 그가 도끼 대신 검을 들며 당연한 듯 소리쳤을 때, “도망가. 달리라고, 제이드.” 숲에 온 후 처음으로 생각했다. 무엇을 주어도 좋으니 마법을 되찾고 싶다고. 이 순간 도망치지 않고 그를 지킬 수만 있다면. * * * 인사도 없이 돌아와야 했던 숲 바깥의 삶. 그리고 다른 사람인 척 낯선 이름을 달고 나타난 남자. “앞으로 잘 부탁하지, 제이드 경.” 한때는 별 같다고 생각했던 그의 회색 눈이 낯설게 빛났다. 놓쳤던 사냥감을 찾아낸 사냥꾼처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