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작품은 <더 좋은 사람보다 좋아>의 15세 개정판입니다.사람들은 그 사람을 양아치라고 했다. 나도 그런 줄 알았는데 언젠가부터 곤란한 순간마다 그 사람이 내 옆에 있었다. 처음엔 모든 게 그 사람 때문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그 사람은 나를 지켜준 거였다.“나한테 원하는 게 뭐야?”바닥까지 내려갔다고 생각하자 두려움이 사라졌다.집착인지 아니면 사랑인지 알 수 없지만, 그는 나를 놓아줄 리가 없었다. 어려서부터 그는 가지고 싶은 게 있으면 무슨 수를 써서든 가져야만 하는 사람이었다. 그에게 나는 무조건 가져야만 하는 대상이었다.
“어? 여기에서 또 보네요. 이 정도면 인연인가?” 불쑥 옆에 앉으며 말한 남자를 보자마자 눈살을 찌푸렸다. 동석이 사는 오피스텔의 엘리베이터에서 마주쳤던 남자였다. 일부러 멀리까지 온 게 의미가 없었다. 그나마 병원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이 아니라서 다행이었다. “조용히 술 한 잔 마시러 왔어요.” 귀찮게 하지 말라는 걸 돌려서 말했다. “조용하면 너무 재미없지 않아요? 아니다, 정신이 하나도 없는 응급실에서 일하니까 조용하고 싶을 수도 있겠다.” 남자가 옆에 있는 나만 들을 수 있도록 잔뜩 목소리를 낮춰 말했다. “사람을 잘못 본 거 같은데…” “아니면 말고요.” “무슨 생각으로 이러는지 모르겠는데…” “마음에 드니까 이러죠. 나, 나쁜 사람 아니니까 괜한 오해는 할 거 없어요.” 싱긋 웃는 남자를 빤히 보다가 맥주를 마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