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악의 한파가 불어닥친 어느 날. 추위를 병적으로 싫어하는 내가, 읽고 있던 소설 속 북부 대공의 부인으로 빙의했다. 이 말도 안 되는 상황보다 대한민국과는 비교도 안 되는 한기에 더 고통스러운 나는 어떻게든 이곳에서 벗어나기 위해 계속해서 도망을 시도하지만. “당신은 절대 내 곁에서 벗어날 수 없어.” 도망가는 족족 붙잡아 오는 대공으로 인해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간다. “딱 한 번만 물어보지, 부인. 대체 왜 계속 집을 나가는 거지?” “……워요.” “말하기 싫으면 됐어. 가출을 하든 말든 알아서 해. 몇 번이고 잡아들일 테니까.” “추워요! 춥다고요!” 분명히 원작에서는 안 좋게 갈라지는 부부였을 텐데 왜 계속 집착하는 거지? 나, 추워서 여기서 못 살겠다고! 제발 날 내보내 줘!
솔직한 성격으로 평생을 미움받으며 살던 어느 날, 낯선 세계에서 눈을 떴다. 그것도 하필 황제의 뒤꽁무니를 졸졸 따라다니며 그의 모든 행동을 기록해야 하는 특수직 공무원으로! 다른 세상에서 살게 되었다는 것만으로도 당황스러운데, 모시게 된 상관은 난폭하고 까탈스럽기 그지없다. “내 눈에 제대로 띄는 날은 그날이 마지막 출근일 거다.” “넌 그대로 집으로 돌아가는 게 좋겠군.” “방금 건 기록하지 말라고 했을 텐데. 죽고 싶나?” 이 망할 입 때문에 여기서도 조용히 지내기는 글렀구나. 평생 미움받으며 직장 생활을 해야 하나 싶었는데. “그대 때문에 내가 자꾸 이상해지잖아.” “네? 폐하, 그게 무슨 말씀이신지…….” “……나를 변하게 만들었으면, 책임을 져. 내 곁에서 떠나지 말라고.” 언제부터인가 폐하가 나를 보는 눈빛이…… 조금 이상해졌다. 저기요, 왜 저를 그런 사랑스럽다는 눈으로 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