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작 속 악녀가 내 시누이라면? 그것도…… 멸문을 불러일으키는 어마어마한 악당이라고? 무시무시한 시월드에 빙의된 것도 서러운데. 내 남편은 관심은커녕 혐오스럽기 그지없다는 듯이 나를 무시하지를 않나. 내 시누이는 며칠 새 내가 수상해졌다며 눈치까지 준다. 아니, 악녀의 새언니가 찬밥 신세라니. 이런 말은 없었잖아! * 이혼 불가, 도망 불가. 그렇다면 남은 선택지는 하나뿐. 내가 살기 위해 이 가문을 갱생해야 한다! 그런데. “오늘은 새언니랑 자겠어요!” 에리카는 나를 바라보며 눈을 반짝반짝 빛냈다. 아니, 아가씨. 남주는 어디다 두고……! 게다가 내게 일말의 애정도 없던 남편은 나를 들쳐 안으며 속삭이는 게 아닌가. “앞으로는 부부생활에 힘쓸 생각입니다.” 어쩐지 두 사람의 애정 공세가 싫지 않다! 나, 두 남매를 제대로 갱생할 수 있는 거겠지……?
집에서 온갖 구박을 당한 것은 물론,팔려가듯 에이든 스펜서 자작과 결혼하게 된 사라.사랑 없이 한 결혼이기에 대단한 걸 기대한 건 아니지만…….일이 잘 풀리지 않으면 폭언을 서슴지 않는 그에게서 꿋꿋이 버티던,어느 날.거짓말같이 남편이 바뀌었다.마치 다른 사람처럼.두 사람 사이에 생전 좋은 분위기라고는 찾아볼 수 없었는데.“부인은 웃는 모습이 참 예쁩니다.”“……네?”“더는 울리지 않겠단 뜻입니다.”기억을 잃은 남편이 다정한 말투로 사라의 안위를 걱정해 주기까지 한다.낯선 남편과 조금씩 가까워지며 사라는 문득 위험한 생각을 한다.이대로 남편의 기억이 영영 돌아오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 *“그 자식은 껍데기일 뿐이야! 내가 진짜 남편이라고!”“……아니요. 껍데기는 당신이었어요.”울부짖는 남편을 뒤로 한 채, 사라가 걸음을 옮겼다.사라의 뒷모습은 그 어느 때보다 고고하고 우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