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윤희
우윤희
평균평점
당신의 오만과 나의 편견에 관하여

“더는 당신을 사랑하지 않아요.”고전 로맨스 소설 속 엑스트라로 빙의한 지도 10년째.낯가림이 심하고 조용한 성격인 나는 지독한 짝사랑을 앓고 있었다.앨런 레오폴드. 그는 왕국 최고 사업가의 후계자이자 만인의 연인이었다.온 왕국이 앨런의 아름다움을 칭송했고, 그는 내 존재조차 알지 못했다.그럼에도 나는 눈부신 그에게 감히 다가설 수 없어 그저 바라볼 뿐이었다.빛나는 금발도, 보석 같은 눈동자도, 대단한 집안도 내게는 먼 얘기였으니까.그렇게 맞이한 성년. 열병 같던 짝사랑 대신 꿈을 좇기로 다짐한 어느 날,정신을 잃은 나는 낯선 고성 지하에 갇힌 채로 눈을 떴다.“화내지 마, 멜리사.”“…….”“다시 나를 사랑해.”이것이 현실임을 깨닫기까지는 그리 많은 시간이 필요하지 않았다.나는 지금, 납치당했다. 그것도 내가 짝사랑하던 남자에게.

사랑한 적 없는 것처럼

“아무 일도 없었던 거예요. 당신이 동의하든 그렇지 않든 저는 그리 여기겠어요.” 롱필드의 여름 손님, 헌팅턴 백작의 외손자 안셀을 사랑했다. 어릴 적 소꿉친구로 지내다 신분 차이로 멀어지고도 오직 그만을 가슴에 품고 있었다. 그가 하나뿐인 언니의 약혼자가 되기 전까지는. 엘로이스는 안셀의 손을 담담히 풀어냈다. 그러고는 제가 걸어가야 할 아득한 밤거리로 시선을 돌린 채 대답했다. 비록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고 있지만, 이 이상 약해 보이지는 않도록 한 단어 한 단어에 힘을 실어서……. “아무 일도 없었던 것처럼. 눈 감으면 잊을 것처럼. 서로를 사랑한 적 없는 것처럼 살아요.” “…….” “그럴 수 있어요.” 그 말을 끝으로 돌아섰다. 더는 해 줄 말이 없으니 제발 저를 붙들지 말아 주기를 그녀는 떨리는 걸음마다 간절히 바랐다. 어째서 나는 당신을 좋아하게 된 걸까. 결혼식이 끝나고 언니가 당신의 아내로 곁에 선 것을 보고 나면, 그때는 정말 전부 받아들일 수 있을까. 삶이 산산이 부서진 듯한 밤이었다. 사랑을 믿던 날들이 까마득하게만 느껴졌다.

우리의 증오가 사랑이 될 때까지

“놔주세요. 이 이상 당신을 싫어하게 만들지 말아요.” 목숨을 빚진 대가로 대공비 행세를 하고는 있지만, 아델하이드는 절대로 클라우스를 사랑할 생각이 없었다. 우아한 낯을 한 북부의 주인. 그러나 조금도 귀족답지 못한 경박함. 평생을 고귀한 공녀로 살았던 아델에게 그런 대공을 상대하는 일은 늘 곤욕이었다. 그와는 단지 서로를 이용할 뿐이다. 그러니 고작 이런 것이 사랑일 리 없을 텐데. “네가 소중해.” 그에게 빠질수록, 더 깊이 속을수록, 모든 것이 엉망이 된다. 걷잡을 수 없는 불길처럼. *** “내게 너 말고 다른 비가 있던가?” 목덜미에 입술을 내린 클라우스가 사납게 뇌까렸다. “네 숨까지 전부 원하는데, 어떻게 이게 사랑이 아니지?” “완전히 미쳤어…….” 당신은 기어이, 최악의 방식으로 알게 했다. 우리에게 남은 것은 오로지 증오뿐이라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