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두의 사랑과 칭송을 받은 거룩한 신의 꽃, 그녀들은 성녀가 되어 정말로 행복했을까?” 원하지 않은 죽음의 끝에서 새 생명을 얻어 성녀가 된 리스. 자비와 자애가 가득한 역대의 성녀들과는 달리 할 말은 해야 하는 당찬 성녀의 등장에 이뉴에르 각 대륙 지배자들의 마음이 들썩이기 시작하는데?! *** “무엇이든지 다 들어주신다고 하셨죠?” “물론이다.” “아쉬운 소리 하면서 무르기 없기예요?” 그렇게 주어진 성녀의 사명을 완벽히 이루어 낸 리스는 다시 한번 끝에 다다라, 태초부터 신의 가호를 받아 온 이곳에서 뜻밖의 소원을 빌기 시작한다. 정해진 운명을 거스르려 하는 조금은 무모할 지 모르는 바람. 그러나 당당히 맞서기로 다짐한 그녀가 원한 최후의 소원은 과연 무엇일까?
“1년 뒤 제가 성인이 되는 날 청혼해 주세요. 그럼 지금보다 더 많은 것을 공작님의 손에 쥐여 드리겠습니다.” “하, 더 어이가 없게 만드는군. 그대는 내가 애가 셋이나 있다는 것을 알고도 청혼해달라 하는 건가?” “네, 상관없습니다.” 목숨을 담보로 모든 소원을 이루어주는 힘을 가진 카르얀 일족의 마지막 후예인 에블린. 자신을 부와 권력을 갖기 위한 도구로 취급하는 부모님과 정혼자인 황태자에게서 벗어나기 위해, 한없이 행복해야 하는 결혼식 당일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그러나 짓궂은 운명은 지옥이 갓 시작되려던 과거로 그녀를 되돌려 놓는다. 죽음이 더는 복수가 될 수 없다는 것을 깨달은 그녀는 가문의 멸문과 황실의 위신을 훼손하기 위해 새로운 판을 계획한다. 그에 황실과 유일하게 대적할 수 있는 앤디미온 공작에게 일족의 힘을 조건으로 내걸며 계약 결혼을 맺게 되는데……. ‘복수. 그것만이 전부라 생각했는데.’ 복수만 끝나면 앤디미온에게 모든 것을 주고 소멸할 생각이었던 에블린. 하지만 운명으로 엮일 수밖에 없었던 그에게 지독하게 이끌린 그녀는 죽음 앞에서도 초연했던 마음이 걷잡을 수 없이 흔들리기 시작함을 느낀다. 살고 싶다고. 한 번 더 주어진 생, 사랑하는 그의 곁에서 후회 없이 행복하게 살아가고 싶다고. * * * “이 이상 공작님의 곁에서 행복할 자신이 없어요. 이혼해주세요.” 단 1년. 서로 얻을 것만 얻으면 다시 깨끗이 남이 될 딱 그뿐일 사이. 그것 외엔 아무것도 아니어야 하는 여자가 단 반년 사이에 목숨처럼 소중해진 그는 달콤히 거짓을 속삭이며 떠나려는 그녀를 잡는다. 시작도 막무가내이더니, 끝도 제멋대로. 소중한 것을 모두 앗아간 바다를 닮아 역겨웠던 이 여자에게 이젠 한없이 휩쓸려가길 원했던 그는 에블린을 순순히 놓아줄 생각 따위 없었다. “내가 그대를 먼저 놓는 일은 절대 없을 거야. 아니, 단연코 없어.” 아무리 발버둥 쳐도 서로에게 끌릴 수밖에 없는 운명을 타고난 두 사람. 겨우 뒤늦게 맞물리기 시작한 그들의 사랑은 끝까지 이어질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