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본격적인 부부 관계를 해야지.”달콤한 그의 속삭임이 위험하다는 걸 알면서도,수인은 지헌과의 결혼을 택했다.결혼식이 끝나자마자 남편은 변해버렸다.남편은 날 증오했다. 그리고, 제멋대로 대했다.…남편에게 다른 여자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의심이 들었다.진짜 부부인 것처럼 자신보다 더 친밀해 보이는 시아버지의 간병인.하지만 정작 밤이 되면 지헌은 부부의 침실을 찾았다.심장은 마구 요동치고, 머릿속은 하얘져 무슨 말을 해야 하는지도 잊었다.“채수인, 너도 날 원했다고 말해.”“하아… 하… 원, 원해요.”입술을 여는 눅진한 감각. 입 안은 그의 호흡으로 꽉 채워졌다.무엇이 그의 진짜 모습일까.
“날 설득해봐. 내가 왜 굳이 사랑하지도 않는 여자와 결혼해야 하는지.” 그녀에게 그는 최악의 남자였다. 그에게 그녀는 감히 넘볼 수 없는 여자였다. 흠결 없이 완벽했던 그녀의 세상이 뒤집히기 전까지는. “이 결혼 내가 해.” “…그게 무슨 말씀이시죠?” 정혼자가 뒤바뀌었다. 상대는 차 회장의 혼외자였다. 하룻밤에 한 명씩 여자를 갈아치우는 쓰레기. 그러나 그는 소중한 것을 되찾을 유일한 열쇠였다. 마침내 그녀는 자신을 벗어던지고 그 남자를 사랑하기로 결심했다. “최선을 다할 거니까요. …당신이란 사람을 사랑하기 위해서.” 사랑? 그는 비소를 숨기지 못했다. 그녀는 인질이어야만 했다. 철저한 제 감시 아래에 있는. “하아, 그만….” “나 안아. 벌리고.” “하….” “벌려.” 이 거래에서 그녀는 분명히 약자여야만 했다. 그런데 왜 이렇게 좋은 건데. 치덕거리는 감정에 질려 연애질 그만둔 지 한참 됐다고 해도 이건 너무….
“오서하 씨. 뭐 하고 있어? 얼른 벗지.” 지영헌이 딸처럼 후원해 온 윤성가의 꽃 오서하. 서하는 평생 영헌이 정해 준 길로만 걸어왔다. 그런 서하는 아무리 쓰레기 같은 상대라도 영헌이 결혼하라고 정해 준 사람을 거스를 수는 없었다. “우린 집안사람을 이렇게 함부로 대하지 않는데.” 그 순간 서하의 앞에 새로운 길을 열어 줄 사람이 나타났다. 서하는 처음으로 영헌이 아닌 다른 이의 손을 잡기로 결심하는데. *** “용건이 뭐야. 결혼 때문에?” 직설적인 질문에 서하의 어깨가 움츠러들었다. “무슨 말을 하려고 이 밤에 신발도 못 신고 도망쳐 왔을까.” 서하는 이 순간 꼭 제 인생이 둘로 쪼개진 것 같았다. 저택을 도망치기 전의 자신과, 도망친 지금의 자신. 핏줄은 아니어도 십 년을 오빠로 불렀던 남자였다. 서하는 지금 그 운명을 거스르러 왔다. “오서하….” “도와주세요.” 서하는 간절했다. 윤태무라는 커다란 존재가. ※본 작품은 픽션이며 등장하는 인물, 기업, 지명, 사건 등은 실제와 어떠한 관련도 없습니다.
“예전처럼 말해봐. 사랑한다고.”다른 놈 때문에 내게 감히 이별을 고한 너는, 빌어먹을 사랑이었다.그런 그녀가 허락도 없이 나타났고, 정우는 야릇한 장난질을 멈출 수 없었다.“예나 지금이나 변한 게 없어, 한서영은.”거칠게 파고든 입술이 뜨거운 숨을 불어넣었다.“늘 저밖에 모르고.”블라인드 사이로 침범한 빛이 남자의 얼굴에 빗금을 그렸다.“저만 노력하면 되고.”어둠에 잠긴 눈동자가 그녀를 빤히 응시했다.“몸은 쉴새 없이 움직이는데 마음은 늘 가난하지.”다시금 입술을 머금는 그를 서영은 막지 못했다.“흡, 흣….”참 이상했다. 5년의 공백이 무색할 만큼 여전히 감각은 예민하게 반응했다.이런 널 어떻게 잊어. 아직도 좋아 죽겠는데.“3개월만 시간을 줘.”억지로 찢긴 관계의 후유증은 여전히 남아 있었다.“3개월 안에 네 마음 돌리지 못하면 깨끗이 포기할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