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유훤
반유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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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청혼

“상관없어요. 이제 당신은 나한테 전혀 중요한 사람이 아니니까.”차가운 일갈에 진헌의 표정이 일순 얼어붙었다. 그는 당황한 듯 흔들리는 눈동자로 은조를 쳐다보았다.“무슨 소리야?”“잊었어요? 어젯밤에 내가 한 말.”은조의 말투는 고저없이 건조하기만 했다. 그 감정없는 목소리를 들으며, 진헌은 자신의 두 귀를 의심했다.내 말투가 원래 저렇게 정 없고 무뚝뚝했던가.“이혼하자고 했던 거?”진헌은 최대한 감정을 절제한 채로 되물었다.“당신도 동의한 일이에요.”“그건 서로의 몸이 바뀌기 전의 일이고.""하지만......""지금 이 상황에서 이혼이 가능할 거라 생각하는 건가?”차마 대답하지 못하는 은조를 보며 진헌은 다그치듯 되물었다. “당신, 평생 내 몸으로 살 생각이야?”돌아가는 방법따위 모른다. 그러니 아직은 그녀를 붙잡아야만 한다. “안타깝게도 지금은 안돼. 다시 서로의 몸을 되찾을 때까지 이 결혼생활 유지하는데 협조해." 영화도 아니고 소설도 아니었다. 이건 어디까지나 냉정한 현실이었다.남편과 아내. 부부의 몸이 서로 뒤바뀌었다는 사실을 믿어줄 사람이 세상에 몇이나 될까.결국 은조는 고개를 끄덕일 수밖에 없었다.“알겠어요. 그렇게 해요.”이혼은 유예되었다. 당분간은.

로맨스의 종말

모두가 행복한 크리스마스이브. 남자 친구가 어린 인턴과 바람피우는 현장을 목격해 버렸다. 그런데 당황한 마음에 숨어든 곳이 하필 새로 온 본부장의 가슴팍이라니! “일방적으로 피해를 당한 건 내 쪽입니다. 느닷없이 뛰어들어 멱살을 잡지 않나, 다짜고짜 가슴에 입술을 처박지를 않나.” 맞는 말이다. 다 맞는 말이긴 한데. “처음이었습니다. 여자와 단둘이 함께 밤을 보낸 건.” 뭐 이런 청승맞은 대사 끝에 그가 내민 건……. 아니, 유리구두도 아니고. 뭐 이런 변태 같은 취향이 다 있나. 이 사람, 아무래도 단단히 미친 게 분명하다. “어떻게 책임질 겁니까.” 다짜고짜 찾아와 책임지라고 들이대는 상변태 또라이 상사에게 벗어나려면, 방법은 하나뿐이었다. 나도 같이 상또라이가 되는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