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날개
김날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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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죽이려는 남자와의 결혼 생활

당신이 다른 여자를 사랑한다고 해도 난 괜찮아, 정말로. ​ ​ 아샤의 황후, 레테니아의 인생은 비극이다. 사람들은 그녀를 두고 악녀라 손가락질한다. ​ 온 마음을 다해 사랑했던 황제는 자신의 시녀와 사랑에 빠진다. 마녀로 몰린 레테니아는 공개 처형을 당한다. ​ 최악의 소설이었다. 그리고 어느 날 눈을 떴다. ​ “연기가 꽤 훌륭한데, 이번에는.” ​ 이 남자를 보자마자 정체를 알 수 없는 괴로운 감정들이 나를 단단히 옭아맸다. ​ ‘……애증?’ ​ 그래, 확실히 이것은 나의 감정이 아니다. 남주 이안하르트를 사랑하는 악역 레테니아의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것이다. ​ 이건 너무 억울한 일이었다. ​ * * * ​ “이제 정말 귀찮게 하는 일 없을 거야.” “…….” “당신이 다른 여자를 사랑한다고 해도 난 괜찮아, 정말로.” ​ 이안이 한쪽 입꼬리를 살짝 끌어올렸다. 그의 두 눈에는 신기함과 호기심이 번갈아 나타났다. ​ “네 입에서 그런 말이 나오다니 조금 놀랍네.” ​ 그가 더욱더 어둡게 가라앉은 목소리로 답했다. ​ “날 성가시게 만들지만 않는다면 좋아.”

나의 짐승 같은 구원자에게

“야만인의 청은 들어줄 수 없다는 것입니까?” 카얀이 빈정거리며 자신의 빈 술잔을 눈짓했다. 그의 타깃이 된 선왕녀 이헤디아를 구해 줄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이헤디아는 차분히 걸음을 옮겨 술병을 기울였다. “지금… 무얼 하는 것입니까?” 차가운 술이 카얀의 손등을 적시고 바닥으로 흘러내렸다. 카얀의 번뜩이는 시선에도 이헤디아는 굴하지 않았다. 하지만, 왕명에 의해 이헤디아는 카얀의 밤 시중을 들어야만 하는데. “지금은 영 흥이 나지 않는군요. 선왕녀께서도 나름 성의를 보여야 하지 않겠습니까?” “…….” “스스로 옷이라도 벗고 재주 한번 부려 보든가요.” 카얀의 빼어난 미소가 악마의 것처럼 빛났다.